새해 들어 김한길 대표가 몹시 분주하다. 기자회견을 갖고 우클릭성 발언을 한 데 이어 난데없이 연평도를 방문하는 파격 쇼를 연출하더니 급기야 창당준비에 바쁜 안철수와 급거 회동을 가졌다. 작년엔 한길에서 탱자탱자 노숙생활 하며 팔자가 늘어지더니 새해엔 왜 이리 바빠진 건가? 뭐가 그리 똥줄이 타길 래 태도가 확 바뀌었는지 의아스럽다.
딴 게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5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6.04 일이 김한길의 제삿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똥줄이 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요 여론조사를 근거로 정당 간 지지도를 잠간 살펴보자. 대략 새누리당이 37%~42%, 민주당이 8%~12%, 안철수 가상신당이 20%초반이다. 나머지 약 30%가 정치무관심 내지 부동층이다. 새누리당의 40%대 지지율은 박대통령이 건재하는 한 고정된 상수다. 투표율 70%로 볼 때, 나머지 30%가 야권 표인데 이를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나눠 쪼개먹는 형국이다.
씨알도 안 먹히는 국정원 직원 댓글시비로 작년 한해 농사를 망친 김한길의 무모함과 무식, 무지 때문에 민주당은 폭삭 망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후보루인 호남조차 안철수 당에게 빼앗길 판이니 제1야당 127명이 깡통 2명에게 몰리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6.4 지방선거 몰패로 민주당은 해체위기를 피할 수 없다. 순전히 김한길의 멍청함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를 부랴부랴 만나 그에게 빼앗긴 밥그릇을 어떻게든 되찾아오려는 못난이 당대표의 몸부림이다. 둘이 만나 야권연대 논의는 없었다고 연막을 치지만, 사실 이게 주목적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가 주장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에 김한길이가 비위를 맞춰주고 민주당의 국정원 특검안에는 안철수가 동조하는 식으로 서로 주고받는 겉모양새를 마치 이번 만남의 목적인 양 위장한다. 집권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한 관철이 불가능한 사안이기에 이는 애당초 둘이 만날 만한 사유가 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게 목적이라면 굳이 배석자 없이 단 둘이 50 여 분간 비밀리에 밀담을 나눌 이유도 없다. 고로 오는 지방선거에서 대 새누리당 공동전선 의기투합하자는 의도임은 뻔할 뻔자라는 얘기다.
김한길은 안철수와 공동운명체임을 내세워 흔들리는 호남표를 지키고 안철수 지지층을 흡수해보려는 저의에서 안철수를 만났고, 안철수는 어차피 조직 자금 인물 등 모든 면에서 중과부족이라 새누리당과 대적이 불가능하기에 민주당과 합세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처지다.
그럼 둘이서 무슨 얘기를 비밀리에 나눴을까? 막연히 ‘서로 공조 연대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한다’는 원칙론에 머물지는 않았음이 분명하다. 최대 핵심지역인 수도권의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놓고 둘이 흥정을 벌였을 거다. 인천은 송영길 시장의 아성이 비교적 탄탄하여 안철수 신당의 여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보면, 결국 가장 큰 서울과 경기를 둘이 나눠먹는 딜(deal)을 했음직 하다.
서울과 경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둘 다 나오면 새누리당에게 필패다’라는 인식아래, 김한길은 김문수가 안나서는 경기도지사는 어차피 무주공산이니 이를 안철수에게 넘겨주는 대신, 서울시장은 넘보지 말라고 안철수에게 요구했을 것이다. 계산적인 안철수는 어차피 두 지역 다 후보를 내봤자 하나도 못 건지는 데, 신당 주제에 경기도를 건지는 게 어디냐는 생각에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걸쳐놨을 거다. 서울시장에 내세울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도 없는 판에 괜히 만주당에 맞섰다가 야권 공조체제마저 깨지면 힘없는 신당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들러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은 “연대론은 패배”라고 떠들며 연막치지만, 속이 흉하고 거짓말에 능한 안철수는 국민을 우롱하는 변명거리를 늘어놓을 거다. “정당공천제 폐지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새누리당의 횡포를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어떤 식으로든 이를 막아야한다는 신념에서 우리 야권이 분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서다“고 또 국민을 팔 것이다
결국 김한길이가 던지는 경기도지사 미끼를 무느냐 안 무느냐에 따라 안철수의 정치 생명이 달려있다. 미끼를 물면, 담합 야합하는 안철수의 새정치론은 정치 사기극으로 종결되기 때문이다. 과연 멀리 크게 내다보는 지혜와 안목이 안철수에게 있을까? 뭐 하나 완주한 적도 없고 대가 곧지 못해 흔들리는 그의 품성으로 보아 예측난망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키호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