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Revere)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장성택 숙청은 북한을 중국식(式)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 중국의 오랜 희망을 좌절시킨 사건"이라며 "2014년은 중국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에 나서는 원년(元年)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얼핏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이 장성택을 숙청한 것 때문에 북한의 김정은이 괘씸하거나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중국스스로 국익을 위한 현실적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한 갑자가 넘도록 북을 도와주었지만 3대가 지나도록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결과만 초래한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을 것이나, 그것보다는 이미 자유경제나 아직은 미흡하지만 민주화의 맛을 들인 중국인민들의 변화와 요구가 중국당국과 지도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얘기를 이어가기 전에, 며칠 전 중국군이 북한의 접경지대인 백두산 인근에서 병력 10만 명을 동원한 첨단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며 호들갑을 떤 적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이라는 자도 이 훈련 모습을 두고 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나발 부는 것을 보았다.
뿐만 아니다. 어떤 북한 전문가라는 친구는 북한에 어떤 변란(내란 또는 김정은 신상에 대한 급변 등)이 일어날 경우 한. 미 동맹군 보다 중국군이 먼저 북한을 점령할 것이라고 떠들어 대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중국군 10만 명의 백두산국경 훈련을 그런 맥락으로 해석하고 그 난리를 쳤던 것일 게다.
소위 한반도나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중국군이 북한을 점령 한다면 어떻게 될까? 거리와 시간상으로 중국군의 북한 입성은 한. 미연합군 보다 훨씬 유리한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그런 우를 범하고 중국이 북한 땅을 점령지배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만에 하나라도 중국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순간부터 중국은 스스로 망조에 들고 중국은 고대 당나라가 망하고 5호16국 시대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는 수모를 겪을 것이다.
우리와 중국은 고대부터 국경을 맞대고 싸움을 벌였던 유일한 국가다. 무론 지난 날 역사에 기록된 것은 우리의 일방적 패배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흡수되었던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흡수 시키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흡수 했더라면 어쩌면 중화민국은 지금쯤 한반도 인이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전에 현금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는 이유가 뭘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은 이미 한반도통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한반도가 대한민국 주도로 통일이 되면 북한이 주장하지 못한 옛 간도와 고구려영토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봉쇄하자는 잔머리 굴림이 바로 동북공정인 것이다.
지난날로 돌아 가보자. 중국이 최초로 한반도에 설치한 漢4군, 수나라의 침공을 물리친 살수대첩, 나. 당 연합군이 잠시 형성 되었지만 나. 당 대전과 당나라 안동도호부의 몰락, 漢 족은 아니지만 강감찬의 요나라와의 귀주대첩, 그리고 훗날 공민왕의 명으로 원나라가 설치한 쌍성총관부의 폐쇄, 마지막 두 번의 호란(胡亂)과 비록 삼전도의 굴욕이 있었지만 이와 같이 단 한 번도 중국의 지배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중국 그들이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국역사 역시 수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해 오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자. 한반도와 다투었던 국가 중 망하지 않은 국가가 있었던가? 중국대륙이 오늘날 저토록 넓은 것은 고대부터 주변 국가들을 하나하나 조금씩 침략하고 제압하여 잠식해 나간 덕분이다. 중국의 침략을 받은 국가와 민족 중 망하지 않고 동화되지 않은 국가가 있는가? 심지어 티벳 같은 경우는 현대사에 들어서도 중국의 지배하에 든 국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한반도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한반도인은 강하고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도 어찌 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 무엇이라는 걸 꼬집어 표현할 수 없지만 한반도의 지기(地氣)에서 나오는 일종의 정서(情緖), 즉 민족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얘기가 좀 비뚤어지지만 우리민족을 대변해 주는 단어를 하나로 집약시키라면 필자는 송죽(松竹)정신이라고 하겠다. 소나무처럼 독야청청(자존심)하고 대나무처럼 휘지만 부러지지 않는 정신. 아이러니 하게도 그 정신이 지나쳐 남북통일이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고대나 현대나 중국은 한반도인의 기질과 민족 정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일찌감치 여러 차례 크게 위협을 가하긴 했지만 차마 점령과 지배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반도의 민족성을 현금에 와서도 분명히 볼 수 있는 대목이 또 있다.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다 못해 북쪽은 핵을 만들어 남쪽을 설득하려든다. 세계 사람들이 놀라고 있지 않은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을 머리에 이고도 저토록 평화롭고 자유분방한 나라(민족)은 없다고 또 북한은 북한대로 원조 받을 것 다 받고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에 조금도 굴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배은망덕한 일이지만 비록 얻어먹어도 송죽정신이 살아있기(좋게 보면 우리가 반미운동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중국이 북한을 점령 했다면 어떻게 될까? 순식간 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위에 예시 했던 한사군, 안동도호부, 쌍성총관, 살수와 귀주 대첩...현대판 나. 당 대전은 일어나고 말 것이다. 남북이 합친 군사력은 비록 중국의 현대무기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맥맥이 흐르고 이어져 온 한반도 정신과 정서는 그 어떤 무기도 제압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오기나 만용도 아니고 중동에서 일어나는 종교적 갈등에 의한 테러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중국내에 흩어져 있는 조선족을 위시한 54개 소수민족과 지금도 독립을 요구하는 티벳 그리고 신강의 위그르 및 내몽고 등지의 잠재적 우군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얘기가 너무 핀트가 어긋난 채 장황하게 흘렀지만, 중국에 의한 통일 논의는 언어도단인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목적도 필요에 의한 수단이 있는 것이다. 중국이 노리는 목적은 통일 후 한반도와의 관계이지 북한을 점령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을 여태 장황하게 널어놓았고. 따라서 중국군이 백두산 접경에서 훈련을 하거나 말거나 우리가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들은 급변하는 북한이 자신들의 국경을 넘어와 노략질이나 패악 질 할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목적은 저들의 국익을 위한 현실 선택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의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갈 한 것이다. 어쩌면 통일은 우리 몰래 이미 저만큼 와 있을 수 있다. 너무 요란 떨 것도 호들갑 떨 것도 없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