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앞' 하면 떠오르는 것이 얼굴이다. 이 얼굴에 관한 속담도 많다. '얼굴 값 한다' '낯(얼굴)가죽이 두껍다' '얼굴에 씌어 있다' 등처럼 사실 이 얼굴에 관에서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유교문화를 중요시 했던 조선시대에는 이 얼굴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는 유달리 조선시대에 ‘초상화의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초상화가 많이 제작됐었다는 사실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앞'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말이 바로 '뒤'이다. 사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뒷 모습이 아름다울 때 돋보이는 경우다.
그림으로 나타난 얼굴을 연상해 보면 초상화가 떠오른다. 한국 전통 초상화의 비밀은 ‘전신’과 ‘배채’에 있다고 했다. ‘전신’은 ‘형상을 통해 정신을 옮긴다’는 뜻으로 초상화를 통해 인물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인격과 기질, 품성까지 정확히 파악하여 그림에 담는다는 ‘전신사조’의 줄인 말이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정면을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드러낸 ‘윤두서의 자화상’이 대표적 사례다. 그 사람만의 인격과 기질과 품성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얼굴이다. 그 얼굴을 가리고 남을 비방하는 불쌍한 여인이 있다.
장본인은 민주당과 김택곤 위원의 추천을 받아 작년 9월부터 방통위 '보도교양방송특별위'의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임순혜씨다. 그녀는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비행기가 추락해 '즉사'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해 SNS상에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임순혜씨의 '우와∼!! 바뀐애가 꼬옥 봐야할 대박 손피켓. 그리고 모자와 안경,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뀐애 즉사'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여기서 바뀐애란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는 비속어를 의미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인 반대 입장이라지만 이건 금도를 넘어 섰다.
뻔한 얼굴이지만 의도적이든 아니든 피켓 뒤에 숨은 듯한 임순혜씨의 행태도 비겁해 보인다. 어쨌튼 '뒤에서 호박씨 깐다' '뒤(가) 구리다' '뒤가 드러나다' 등에서 짐작할 수 있 듯 이 '뒤'자가 붙은 속담에는 대개 부정적인 면을 암시하는 것들이 많다. 뒤라는 의미가 주는 늬앙스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은 사실이다. '뒤가 구리다'라는 속담 처럼 '숨겨 둔 약점이나 잘못이 있다'는 뜻이 함의되어 있다. 사람이 얼굴을 감춘다는 것도 뒤태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얼굴이나 그런 태도를 생각하는 부정적인 면에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임순혜씨의 난장(亂場), 무엇보다 임순혜씨가 방통위의 방송과 보도의 교양적인 자문기구인 보도교양특위 위원이라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언발란스 뒤태가 요즘 대한민국 정치판 모습이다. 지난날 대통령 입에서 '그놈'이 나오고 국회의원 입에서 '그년'이란 막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 또한 대한민국 정치판 현실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안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저기에서 난장을 치는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감춰진 탈을 쓴 얼굴에도 풍자와 해학은 있어도 저주는 없었다. 임순혜씨, 그 얼굴이 부끄럽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