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연일 말 바꾸기와 허황된 잡설(雜說)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다닌다. 두 번 양보했으니 이젠 자기가 양보 받을 차례다, 라고 한 말을 두고 정치평론가들의 호된 질타가 예사롭지 않다. 정치를 흥정대상으로 치부하는 안철수는 누가 봐도 시골 5일장에 나타난 잡상인의 어투다. 산술적인 단세포적 발상으로 정치를 할 거 같으면 누군들 못하겠나. 정치는 물리적 반응으로 대응하려면 백 번 실패다. 화학적으로 승화하여 모양새를 갖추는 지혜도 때론 필요함에도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는 안철수의 새 정치? 형태를 보니 역시 이 사람은 정치 할 사람이 아냐,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고사 성어에 각곡유목(刻鵠類鶩)의 뜻을 보면, 고니를 조각하다가 이루어내지 못하고 집오리가 되었다. 즉, 높은 뜻을 갖고 어떤 일을 성취하려다가 중도에 그쳐 타인으로부터 조소를 받는 다는 말이다. 안철수 의원의 가훈(家訓)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풋내가 너무 난다. 정치를 모르면 물 흐르는 대로 따라하라 는 격언이 있다. 현실 정치를 모르면서 정치 9단 흉내를 내는 게 그렇고 새 정치만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게 영 어울리지 않아서 그렇다. 반 푼수가 되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쯤은 잘 알 터인데 아직도 헤매는 그를 보니 여야 양대 정당 구도에 신선한 바람은커녕 온갖 훼방을 놓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어 온다.
어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는 혼자의 몸이 아니라 모든 결정을 새정추위에 따라야 된다고 하여 의례 안개 속 같은 어정쩡한 발언을 했다.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니며 구밀복검(口蜜腹劍)의 무서운 계책이 내포된 발언이다. 올 지방 선거의 최대 이슈는 안철수 신당에서 얼마나 폭발적인 후보를 내세워 기존 정치권에 도전하느냐다. 그런데 지역별 후보 선정도 그렇고 때에 따라서는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그건 자신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즉 새정추위에서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을 보니 기회주의 단 맛에 홀딱 빠진 자 같다.
일찍이 거론됐던 서울의 장하성, 부산의 오거돈, 대구의 김부겸 등 현재로서는 불투명하여 거의 현실성이 없는 쪽으로 보인다. 어제는 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3월에는 진짜 리스트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장관급 이상의 인사도 있다고 했으나 이름은 거론하지 않고 2~3월에 보자고 라고만 하여 뜸을 들인 것이 아니면 말고 식이다. 신당은 창당이 되는 것인지 도대체 지방 선거에 나설 후보는 있는 것인지 아마도 안철수 본인인들 알겠나 싶다. 이게 안철수 정치의 단면이며 실체다.
현 정세로 보아 안철수 신당은 제도 정치권의 풀뿌리 새 정치는 고사하고 한 판 휘 젓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못 먹는 밥에 재 뿌린다는 식으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선거연대를 통해 야합의 음흉한 무기를 반드시 빼어 들 것이고 7월과 10월에 있을 국회의원 재보선거에 겨냥 모종의 결탁을 할 개연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새누리당은 최악의 선거지형으로 대항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싸워야 한다.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여 어부지리 다리를 놓아 준다는 달콤한 환상에 빠지면 지방 선거는 참패할 수밖에 없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모 일간지 사설에서, 안철수 바람을 접어야 된다는 논조로, 지금까지의 신당엔 세 가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첫째, 사람이 없다. 둘째, 감동이 없다. 셋째, 그러니 기존과 다름이 없다. 라고 한 것을 보더라도 안철수 그가 부르짖었던 ‘미래는 우리들 앞에 와 있다’ 라고 지난 대선 선전포고 때 한 말이 얼마나 허황된 꿈이었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며, 그 당시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고 하여 끝까지 대선에 참여하여 한 판 겨루겠다는 것도 하잘 것 없는 말장난이었고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이력이 있는 자가 안철수다.
다시 되돌아 가 보자. 안철수가 왜? 이제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고 비켜 가는 발언을 했을까. 가장 알기 쉽게 추론하자면 양다리 걸치기 다. 국민의 좋은 여론은 자신의 것이 되고, 따가운 질책성 여론은 모두 새정추위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돌릴 것이 뻔하다. 신당 창당에 앞서 벌써 안철수는 구태 정치의 퇴물 답보를 하고 있다. 서울 시장 직을 두고 박원순 시장과 입씨름 하는데서 둘의 정치적 양심과 국민에의 기대는 온데간데없다. 서울 시장 직이 거래 상품처럼 공개 입찰이라도 됐는가, 양보라니! 천하의 장돌뱅이 같은 자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런 자들에게 국민들이 농락당해서야 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