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존경하는 조경태의원께 드립니다.
삼국지 끝 부분에 양호(羊祜)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자(字)가 숙자(叔子) 태산 남성 출신으로 위(魏: 서진)나라의 장군입니다. 삼국지 초반에 나오는 유명한 채옹의 외손자이기도합니다. 그는 사마염의 명을 받아 양양(襄陽)에 주둔하여 10년 동안 둔전을 실시하고 군량을 비축하는 등 오나라를 멸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또한 육항(陸抗)이라는 인물도 나옵니다, 오(吳)나라 장군으로 자가 유절(幼節)이며 오군 오현(지금의 상해시 송강)사람으로 육손(陸遜:유비를 백제성에서 죽게 한..)의 아들이기도 하답니다.
양호와 육항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주둔, 각자의 주군과 국가에 충성과 애국을 하기 위해 두 장수가 대치한 세월이 수년 지났을 때입니다. 쌍방이 대치국면을 이루었지만 단 한 번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경계선을 넘어 침범 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사냥을 해도 자신들의 경계 안에서 사냥을 했는데, 한 번은 오나라 군사들이 쏘아 맞힌 짐승들이 진나라 경계에서 죽어 넘어지자 양호는 군사를 시켜 그 짐승들을 오나라에 보내주었답니다. 양호와 육항은 비록 적이지만 정도를 지키며 각자의 국가와 백성을 위했답니다.
어느 날인가는 육항에게 좋은 술이 생겨 그것을 맛 나는 안주를 곁들여 양호에게 보냈답니다. 그런 얼마 뒤 육항이 심한 고뿔과 몸살로 고생한다는 소문을 들은 양호는 좋은 약을 보내자 육항은 그 약을 먹고 쾌차 했답니다. 이런 일이 어찌 윗선의 귀에 안 들겠습니까. 이일로 육항은 오나라 폭군황제 손호(孫晧)에게 적과 내통했다는 의심을 받고 파면 조치까지 당했지만 적장끼리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는 고사가 있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조경태의원님! 며칠 전 우리는 전혀 뉴스 꺼리도 되지 않는 일이 크게 뉴스化 된 신선한 사건에 직면하게 됩니다. 긴급<속보>로 타전된 그 뉴스의 일부를 전제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자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기립하고 있는 반면 김한길 대표...”
모든 국가는 대통령의 연설 때 기립을 한다거나 박수를 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나라들이라고 어찌 여야(與野)가 없고 정적이 없겠습니까마는 우리가 아는 한 보통의 국가들은 국가원수가 출입을 할 때 기립정도는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령 다른 나라들은 기립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만은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죽은 적장의 시체에 경배를 하고도 무죄가 되는‘동방예의지국’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죽은 노무현과 그 일당들은 북한에 갔을 때 하나 같이 적장에게 대갈빡을 숙이고 왔습니다. 오죽했으면 머리를 숙이지 않은 우리의 장군 한 분께‘꼿꼿 장수’라는 별호를 달아 주었겠습니까.
의원님! 존경합니다. 전혀 뉴스 꺼리도 되지 않는 일이 크게 뉴스化 된 신선한 사건의 주인공이 된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니 당신은 존경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맨 위의 고사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십시오. 언제 가는 서로 죽이고 승리를 쟁취해야 할 적이지만 정도를 지키는 두 사람의 고사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의원님!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같은 편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힐난을 두려워 않고, 적의 수장에게 존경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를 다하는 당신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어두운 정치모리배와는 확연히 다른 진정한 정치인입니다.
바라건대 당리당략에 함몰되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일당(一黨)의 더러운 사냥개가 되지 말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하며 짧지 않은 이 글을 조경태 의원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