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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적 원균을 논한다 - 최악의 부패관료.
작성자: 정문 조회: 25162 등록일: 2013-05-12

국보 제132호로 지정된 징비록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임진왜란을 수습했던 명재상 서애 유성룡에 의해 쓰여졌다. 징비록은 전쟁으로 수 많은 민초가 죽어야 했던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었다. 징비록은 국보로 지정될 정도록 기록의 정수이며, 임진왜란에 대한 모든 것을 설혹 그것이 치욕적인 것이라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징비록은 백성의 참상에 대하여 “부자(父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夫婦)가 서로 잡아먹었다. 뼈다귀를 길에 내버렸다”라고 치부까지 솔직하게 기록하고 남기고 있다. 징비록에는 원균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와 원균, 그 외 간신들로부터 모함을 받아 탄핵을 받은 후 후임 해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된 원균에 대하여도 징비록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敗亡(패망)의 徵兆(징조) 運籌堂(운주당) 運營(운영)

初元均 旣至閑山(초원균 기지한산): 처음에 원균이 한산도에 부임하고 나서

盡變舜臣約束(진변순신약속): 이순신이 시행하던 여러 규정을 모두 변경하고

凡褊裨士卒(범편비사졸): 이순신을 보좌하던 모든 장수와 사졸들을

稍爲舜臣新任使者 皆斥去(초위순신신임사자 개척거): 점점 이순신에게 신임을 받던 사람들을 모두다 쫓아버렸다

以李英男詳知已前日奔敗狀(이이영남상지이전일분패상): 특히 이영남은 자신이 전일 패전한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尤惡之(우오지): 더욱 미워하였다

軍心怨憤(군심원분): 군사들은 마음속으로 원망하고 분개했다

舜臣在閑山時(순신재한산시): 이순신이 한산도에 있을 때

作堂名曰運籌(작당명왈운주): 운주당이라는 집을 짓고

日夜處其中(일야처기중): 밤낮으로 그 안에 거처하면서

與諸將共論兵事(여제장공론병사): 여러 장수들과 같이 전투에 관한 일을 함께 의논했는데

雖下卒 欲言軍事者 許來告(수하졸 욕언군사자 허래고): 비록 직위가 낮은 군졸일지라도 전투에 관한 일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찾아와서 말하게 함으로써

以通軍情(이통군정): 이렇게 함으로써 군사의 모든 정보에 통달하게 되었으며

每將戰(매장전): 매양 전쟁할 때마다

悉招褊裨問計(실초편비문계): 모든 장수들을 불러서 계책을 묻고 도움이 되는 것을 세워서

謀定而後戰(모정이후전): 이렇게 전략을 세운 후에 나가서 싸웠기 때문에

故無敗事(고무패사): 그러므로 패전하는 일이 없었다

均挈愛妾居其堂(균설애첩거기당): 원균은 자기가 사랑하는 첩과 함께 운주당에 거처하면서

以重籬隔內外(이중리격내외): 이중 울타리로 운주당의 안팎을 막아버렸다

諸將罕見其面(제장한견기면): 여러 장수들은 그의 얼굴을 보기가 드물게 되었다

又嗜酒 日事酗怒(우기주 일사후노): 또 술을 즐겨먹고서 날마다 술주정을 부리고 화를 내며

刑罰無度(형벌무도): 형벌을 쓰는 일에 법도가 없었다

軍中竊語曰(군중절어왈): 군중에서 자기들끼리 가만히 수군거리기를

若遇賊 惟有走耳(약우적 유유주이): 만일에 왜놈들을 만나면 이 상황에서 우리는 달아날 수밖에 없다

諸將私相譏笑(제장사상기소): 여러 장수들도 서로 원균을 비난하고 비웃으면서

亦不復稟畏(역불복품외): 또한 원균이 두려워서 군사 일을 제대로 아뢰지 않게 되어

故號令不行(고호령불행): 고로 그의 호령은 부하들에게 시행되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은 운주당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할 것에만 몰두했고, 비록 하급무관이라도 운주당에서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전투를 논했다. 그런 곳을 접수한 원균은 밤낮으로 주지육림에 빠져 기생과 첩을 들여 술판을 벌렸다. 난중일기에 원균 및 그 부하들이 여염집 여자를 강간하거나 기생을 군선에 태우고 다닌 것에 대한 많은 비판이 실려 있다. 개가 똥을 버릴 수 없듯, 탐관오리 아버지를 둔 원균의 개버릇은 고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명장아래 오합지졸 없듯이, 간신과 간적에게는 간적을 두기 마련이다. 1596년 1월 21일 선조실록은 원균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각도의 병사(兵使)에게는 본래 종사관(從事官)이 없는 법인데, 충청 병사(忠淸兵使) 원균(元均)은 전 군수(郡守) 최덕순(崔德峋)을 종사관의 명칭을 붙여 수행시킬 것을 계청하여 거느리고 갔으니, 이는 법규에 어긋나는 처사로서 지극히 잘못된 것입니다. 덕순은 바야흐로 도내에 우거(寓居)하고 있다가 연줄을 이용해 간청하여 이 소임을 맡게 되었으나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열읍(列邑)에 전식(傳食)하므로 많은 폐단을 끼치고 있습니다. 원균을 추고하고 최덕순의 종사관 칭호를 없애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병사는 추고할 수 없다. 칭호를 없애는 일은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위 기록에 덧붙여 사관이 첨언한다.

 

최덕순은 음관(蔭官)으로서 추솔하고 비루하여 한 가지 점도 취할 것이 없다. 임진란 때 가평 군수(加平郡守)로 있으면서 우리 나라의 피난민을 죽여서 머리를 깎고 이마에 문신을 새겨 왜인의 형색을 만들어 행재소(行在所)에 거짓으로 보고하고 상공(上功)을 노리다가 여러 사람이 목격하여 정상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그에게 형이 가해지지 않았으니, 통탄함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대관(臺官)의 이 논란 역시 너무 가벼운 것이다.

 

원균은 전투에는 꽁무니를 빼고 죽은 왜적의 시체 수급을 취해 전공만 탐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원균이 피난민의 수급을 베어 왜놈처럼 분장시켜 전공을 탐내던 최덕순 같은 놈을 수하에 두고 부렸다. 똥개나 잡종이나 똥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595년 8월 15일 선조실록에는 사헌부는 원균의 파직을 청한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충청 병사(忠淸兵使) 원균(元均)은 사람됨이 범람(泛濫)하고 게다가 탐욕 포학하기까지 합니다. 5∼6월에 입방(入防)한 군사를 기한 전에 역을 방면하고 그 대가로 씨콩을 거두어 다 농사(農舍)로 실어 보냈습니다. 또 무리한 형벌을 행하여 잔혹한 일을 자행하여 죽은 자가 잇달고 앓다가 죽는 자도 많아서 원망하고 울부짖는 소리가 온 도에 가득합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통렬히 다스리지 않을 수 없으니 파직하고 서용하지 마소서.

 

농민으로부터 씨앗으로 보관된 곡식을 받고 군입대를 한 농민을 풀어준다. 농부는 죽어서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씨앗을 뇌물로 탈취하던 원균의 패악은 탐관오리 그 아버지 원준량으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항명하다 충청병사로 좌천된 원균은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하니 백성을 쥐어짜서 이순신 장군을 모함할 뇌물을 만들어야 했고 그런 악행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어 갔을 것이며 그에 대한 원성이 충청도 전역으로 퍼졌나갔다. 전란 중에 백성을 쥐어짜서 뇌물을 바치던 원균을 두둔하던 당대의 폭군 선조 이연의 대답이 가히 명작으로 남는다.

 

“원균의 사람됨은 범람하지 않다. 이런 시기에 명장을 이처럼 해서는 안 된다. 윤허하지 않는다.”

 

간적 원균과 천하의 폭군 선조 이연은 죽이 잘 맞았다. 그런 선조 이연은 명량대첩으로 목숨을 구명해준 이순신 장군을 끝끝내 죽이고자 혈안이 되니 누대를 이어갈 패륜군주로 남는다. 참으로 슬픈 우리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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