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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을 논한다 - 탐관오리 원균과 원준량.
작성자: 정문 조회: 26593 등록일: 2013-05-11

이순신 장군은 이이와 먼 친척지간이고 그것을 알게 된 유성룡은 이순신에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조판서 이이와 만나볼 것을 청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동성동본인 이이를 만나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냐며 거절한다.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청렴과 원칙이다. 유성룡은 징비록에 “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은 사람이었고, 그의 바르고 단정한 용모는 수업근신하는 선비와 같았으나, 내면으로는 담력이 있었다”며 인품과 용모를 전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원균이 역사서에 등장하는 것도 파격적이고 요란스럽고 해괴하다. 원균은 아버지인 원준량과 같이 명종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원준량은 탐관오리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부패하고 무능했던 무관이었다.

 

1564년 6월 21일 명종실록에는 “함경북도 병사 곽흘(郭屹), 평안 병사 이택(李澤), 경상우도 병사 원준량(元俊良)이 그들의 자제(子弟)를 무과(武科) 초시(初試)에 응시하도록 허락한 일은 지금 추고(推考) 중에 있습니다. 신들이 듣건대, 과거 사목(科擧事目)이 문과는 상세한데 무과는 일정한 규정을 세우지 않은 까닭에 그 자제들이 군관(軍官)으로서 구례대로 응시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법을 어기고 거짓으로 응시한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니, 상께서 참작하여 처리함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적고 있다.

 

당시 원균의 아버지 원준량은 당상관인 경상우도 절도사(종2품)였다. 원준량은 절도사라는 권력을 바탕으로 아들인 원균을 무과 시험에 부정을 저지르다 발각되어 임금에게 보고가 된다. 이날 기록을 작성한 사관은 원준량에 대해 인물평을 남긴다.

 

"곽흘과 이택의 벼슬살이는 그래도 그 중에서 잘한 점이 있다 하겠으나, 원준량은 갖가지로 재물을 긁어 들여 군졸들이 원망하고 괴로와하면서 날마다 파직되어 가기만 고대하였다. 그런데도 윤원형 등이 일찍이 그의 뇌물을 받았기에 파직되어 갈릴까 염려되어 이렇게 임금을 속이어 아뢰었으니, 앞으로 저런 재상을 어디에 쓰겠는가.”라고 첨부하고 있다. 기록을 남긴 사관은 당시 최고의 권력자인 윤원형에게 온갖 부정부패로 재물을 모아 뇌물을 바친 원준량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패관료 아버지 밑에서 자라 부정한 과거시험을 치룬 원균의 품성이 올바를 수 없었을 것이다. 원준량은 부패한 관료로서 여러번 명종실록에 기록된다.

 

1563년 11월 11일 명종실록에 경상우도 병마 절도사로 부임하는 원균에게 명종은 “군졸을 잘 보살피고 방비를 엄하게 조처하라.”라고 전교를 내린다. 이에 사관은 “원준량의 욕심많고 사납고 무지함은 이원우보다도 더했다. 그런데 원우는 공박을 하고 준량은 보냈으니, 이는 필시 준량의 뇌물이 권신의 힘을 얻고 간관의 입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 군졸을 보살피고 방비를 굳게 하는 일을 어찌 준량이 할 수 있겠는가.”라고 걱정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일삼던 원준량은 급기야 사헌부의 탄핵을 받게 된다. 1566년 12월 9일에는 사헌부가 부패한 원준량에게 죄 줄 것을 간언하게 된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길주 목사(吉州牧使) 원준량(元俊良)은 본래 야비한 사람으로 오로지 탐학만 일삼아 거둬들이는 것이 끝이 없었으며 관고(官庫)의 물건을 실어내어 은(銀)을 사는 밑천으로 전부 투입하기까지 하였으니, 매우 외람된 짓입니다. 파직을 명하소서.”하니, 모두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원준량의 이러한 부패상과 권력에 대한 아부를 배운 원균은 훗날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며 수업는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중앙에 뇌물을 바쳐 삼도수군통제사까지 오르게 된다.

 

1552년 8월 28일 명종실록에 의하면 무관이었던 원준량은 장수로서 전투를 피해 도망다니다 유배를 간다.

 

원준량(元俊良)을 파지도(波知島)로 유배(流配)하고,【원준량은 전라 우도 수사(全羅右道水使)로, 제주의 왜변을 듣고도 달려가 구원하지 않았다.】 김충렬(金忠烈)을 방산진(方山鎭)으로, 김인(金仁)을 훈융진(訓戎鎭)으로 이배(移配)하였다.

 

제주도에 침입한 왜구들 소식을 듣고도 외면하다 유배를 간 원준량을 보고 배운 원균은 임진왜란이 일어자자 군대를 해산하고 모든 병장기를 불사르고 전선을 자침시키고 도망다닌다. 부자 모두 전쟁을 피해 도망다니는 장수인 것이다.

 

너무도 명백하고 정확하게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이런 원균이 어느날 느닷없이 용감한 장수로, 당대의 맹장으로 미화되고 있으니 세계기록문화유산 조선왕조실록을 남긴 사관들이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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