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민족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리와 양의 군대 이야기는 우리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리(狼)가 이끄는 양(羊)의 군대’ 그러니까 리더가 이리이고 병사들이 양인 군대가, ‘양(羊)이 이끄는 이리(狼)의 군대’ 그러니까 리더가 양이고 병사들이 이리인 군대와 전쟁을 했다. ‘누가 이기겠느냐?’를 묻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강력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이리가 이끄는 양의 군대가 양이 이끄는 이리의 군대를 이긴다. 얼핏 생각하면 병사가 이리인 군대가 이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전투는 병사의 숫자나 성격에 의해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난다는 교훈적 메시지가 있다. 예를들면 전투력이 우위에 있었음에도 계속 상대편에게 인정만 베풀다가 종국에는 오히려 완패하여 죽임을 당한 송나라 임금 양공의 송양지인(宋襄之仁)고사라든가, 태평양전쟁 당시 보편적인 증거 앞에서도 군 지휘자가 기존의 믿음을 고수하려는 안이한 매너리즘 때문에 무참히 참패를 당한 미 함대사령관인 킴멜장군의 경우도 리더십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 난 유사한 경우였다.
최근 새내기 김정은이 핵으로 배수진을 치고 한반도와 주변국에 대한 선전포고에 가름하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는 김일성 이래 꾸준히 준비해온 계획된 카드였다. 실제로 김일성이 빨치산 교범으로 숭상했던 마오쩌뚱(毛澤東)은 역사상의 전쟁을 정의로운 정전(正戰), 정의롭지 못한 비정전(非正戰)으로 구분하고 핵 전쟁이 구체화되는 경우라도 그 위험은 감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전쟁이 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종말이 될 것이며 그 파멸 위에서 공산주의는 승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우리의 시대는 불을 훔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공포에 떨며 살아가도록 심판이 내려졌다"라고 핵시대의 고민을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에 비유한 지적은 시사한 바가 크다. 어쨌튼 대한민국은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요리할 메뉴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그 가능성의 릴레이 가운데 오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은 반드시 총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판가름은 우리의 정신인 마음자세에 달려있다. 즉 평화를 얻으려면 전쟁까지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해이해진 국민의 안보의식이다. 사실 DJ는 6・15남북정상회담 직후 이 회담의 2대 업적을 자랑했었다. 하나는 김정일과 전쟁은 안하기로 한 것과 다른 하나는 미군은 통일 이후까지 주둔해도 좋다고 한 것이다. 그래놓고는 북한이 서해도발과 같은 무력기습에 대해 국내 여론이 강력한 응징을 주장하면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라는 선동적인 논리로써 북한정권의 입장에서 강변했고 굴종을 강요했었다. 그 사이 북한은 핵 무기 개발의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에 충분했다.
결과론이지만 6자회담은 북한 핵실험 시간 벌기요 식량과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한 사기수단었을 뿐이다. 게다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당시 좌파정부는 북한의 방호벽 역할을 자임했다. 미국이 군사제재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분위기를 조성했었고 제재를 말렸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말만 나와도 역시나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는 선동적 논리로 말문부터 막아 버렸다. 심지어 UN에서 경제제재를 말해도 그것도 위험하니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수상한 세월이었다.
어쨌튼 북핵 위협은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 전쟁이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전쟁광 히틀러나 동족상잔 비극의 원흉 김일성도 인간인 이상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통수권자의 리더십에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협박하고 도발하면 협상하고 지원하는 반복되는 악순환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알게 모르게 패배주의에 젖어 무기력하게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기가막힌 것은 “그렇다면 전쟁하자는 말이냐?”라는 옹색한 논리로 본질을 호도한 비겁한 지도자들이 평화주의자로 추앙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도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전날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협박하고 도발하면 협상하고 지원하는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북한이 국지도발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도발을 하면 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초지일관 단호한 자세다.
결국, ‘이리가 이끄는 양의 군대’가 이긴다는 상징적인 교훈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았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통수권자의 두 모습을 보고 있다. 도발에 굴복하고 국민들이 분노하면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는 말로 호도했던 비겁한 대통령과, “도발을 하면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기백있고 단호한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패배주의에 젖어 무기력에 빠진 국민들 자존감을 다시 세워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 잘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