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건 을 돌 아 보 며
양 승 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 과장)
지난 15개월 간,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군의 MRI 영상이
20대의 것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문을 제기해 오면서
나 자신의 푸근함이 조금씩 소실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
작년 11월9일,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감시단>의 자문역으로
박주신 군의 허리 MRI가 20대의 것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취지에서
재검을 요구하는 고발에 참여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해당 고발건에 대해 (6개월을 넘겨서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통상의 의료 현장에서 질환의 변화 상태(경과)를 보기 위해
재촬영만 공개적으로 하면 간단명료하게 해결되는 사안을
15개월 이상 무응답으로 끌어 오던 서울시장 측이었다.
또 작년 고발건에 대한 검찰 측의 수사 과정을 되새길수록,
답답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던 중 박주신 군의 법률대리인인 엄상익 변호사가
<조갑제닷컴>에 기고한 글 중 [양승오에게 분노한다]는 요지를 접하고
그간의 경위를 <뉴데일리>에 기고 형태로 밝혀두고자 한다.
대단한 변호사인 엄상익 씨와 법리로써 공방할 의도는 하나도 없다.
다만 그가 27년 이상의 지기라는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믿어야 한다면
1895년 뢴트겐 박사가 발견한 X-선과 노벨상을 6명 배출한 MRI를 전공한
나의 지식이 그의 사적인 믿음보다 가치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신뢰가,
X-선과 자기공명영상(MRI)이라는 과학적 영상에 대한 지식보다 과연 우위일까
그는 자료만 본 의사보다 직접 검사한 의사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가설의 오류]이다.
근골격계영상 분야 종사 의사들 중에서
척추골수의 지방 황색골수와 조혈 적색골수의 비율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판독하는 의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정확한 정상 패턴의 지식을 머리 속에 담고 있는 의사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는 연세대 의사들을 멍청이라고 한 적이 절대로 없다.
나는 영상진단(MRI 포함)의 과정을 너무나 잘 아는 영상의학자로서
그들도 속았을 수도 있다고 가정한 것뿐이다.
박주신군을 74번 방에 넣어두고 다른 방이나 다른 곳에서의 자료를
74번방 모니터에 동시간대에 송출하는 일은 지극히 손쉬운 일이다.
2012년 3월 중순 경 대학 4년 선배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에게
서울시장 아들의 허리 MRI에 의학적 의문이 많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는 “그래도 연세대에서 재촬영해서 발표했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반응은 대다수 국민과 수 많은 동료의사들의 반응과 일치했다.
연세대라는 거대한 병원의 권위에 의한, 소위 <권위의 오류>라고 나는 믿는다.
▲ 절차의 공개 유무, ▲ 투명성 결여 유무,
▲ <채널A>에서 보도 된 제2의 대리인 추정인물 사실 여부,
▲ 보좌관급 포함 14명에 이르는 서울시 공무원이 연세대 신검 현장에 동원된 점,
▲ 윤도흠 교수의 임상적 소견이 배제된 채,
오로지 병무청 제출사진과 당일 박주신군 자신이 받아 본 허리 MRI가
동일인 사진이라는 발표 내용 등.
이 모든 정황적 의문점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로지 2012년 2월20일 조간신문에 발표된
허리 MRI(T2강조 시상면) 중 골수가 40대 이상에서 관찰되는
심한 황색골수의 불규칙한 양상이라는 점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내게 공명심이 있는가?
이 일로 내가 어떤 유익을 바라는가?
[없다]가 내면으로부터 답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오로지 의학교과서를 다시 집필할 정도의 희귀한 사례를
국민을 대상으로 외쳐라.
이런 생각들이 내면에서 솟구쳤을 뿐이다.
수시간 동안 여러 정보를 뒤져보다가
나의 의학적 확신(20대일 수 없다)에 근거하여
<전국의사총연합회>와 <강용석 팬 카페>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글을 남겼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실화바탕의 영화 을 떠올리면서.
소통이 되는 정상적 경우라면 서울시청 측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대했다.
[양 선생! 당신의 의문은 틀렸고 확실히 주신 군의 허리가 맞다]는 항변이나
고소장이 날아올 것으로….
그러나 15개월간 서울시청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 대신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후 나에게 많은 분들의 연락이 왔고
급기야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감시단>이 발족되게 됐다.
잠을 설친 많은 번뇌의 시간 중
여러 장의 단순 방사선사진이 (감시단을 통하여) 제보되어 왔다.
그 사진들은 자생병원에서 박주신의 허리와 목 부위 MRI를
함께 촬영한 것으로 하나의 폴더 안에 담겨 있었다.
동일인이 확실했다.
평범한 중산층의 20대 청년이라고는 보기 힘든 여러 영상소견이 확인된 그 날.
나는 잠을 설치며 고민하다가
허리 MRI의 골수신호강도가 희귀증례일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긍정적 희망을 포기하고 결코 20대의 사진일 수 없다는 결론을 굳혔다.
더욱이 외국의 근골격영상 대가들도
박주신의 MRI 영상을 보고는 모두 35세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알려 왔다.
이후 트윗이나 카페 글에 영상이 바꿔치기된 병역비리라고
거의 단정 짓고 이야기 한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토록 학문적 확신을 가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10여년 전 성균관대 정해관 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산업재해에 의한 골수의 분포 연구를 담당한 적이 있다.
또 을지대병원과 현재 의학원 암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골수에 암이 전이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진단해 온 경력이 있다.
아울러 스프링거사의 교과서 <노인영상학·Geriatric Imaging>
제34장 895페이지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나아가 문제를 제기했던 당시는
홍콩의 그리피스(Griffith)교수가 정상 골수 연구를 맡고
나와 서울성모병원의 박정미 교수가 병적 골수질환 연구를 맡아
그에 대한 비교연구에 관해 1년여에 걸쳐 원고를 탈고할 즈음이었다.
이번 검찰의 발표는 <순환논증의 오류>가 아닐까 한다.
박주신의 허리 MRI 재촬영이 요체인데도
그것 없이 기존 병무청 MRI 영상과 연세대 MRI 영상 주체가
일치한다는 것만 확인하고 결정했으니….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와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전공의 과정을 포함해 30년 이상의 영상의학
특히 뼈를 위주로 하여 전공해 온 대학교수 출신의 공공기관 소속 의사가
자신이 연마한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당한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하여
사회 최상위층의 공인인 서울시장이 무응답으로 15개월을 끌어온 것도 모자라
시민단체의 고발건이 검찰 측에 의해
제대로 검증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다.
과연 누가 정당한 절차라고 여길지 의문이다.
이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으로 나를 말리며 우는 아내를 위해
트위터에서 나를 미친 자라고 규정하고
의사면허 반납을 요구하는 진중권씨를 위해
더 이상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박주신군의 허리 건강을 염려하고
그의 인생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남긴다.
우리나라와 영상의학의 명예를 지키고자 시작한 나의 트윗 여행은
이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접기로 한다.
6월부터는 예정된 해외강의와 국내강의, 글쓰기, 본업(판독과 병원 연구),
그리고 임직훈련 에 더욱 충실하고 싶다.
참으로 명경지수와 같은
인생 후반전의 삶(주: 서울시장과 같은 75학번)을 영위하고 싶고
그것이 가능한 대한민국에 살고픈 소망이 있다.
또한 진실에 바탕을 둔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지만
그 보다는 허리 골수의 정상 MRI소견에 대한
그리피스(Griffith)의 의학적 논문과 나의 판독직관이 틀려서
박원순 시장 아들이 앞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마지막으로 엄상익 변호사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엄 변호사께서 그렇게 박원순 시장과 오랜 지기라면
박주신의 입안을 한 번 살펴보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말감 치료를 했는지 여부는 비전문가라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끝
이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으로 나를 말리며 우는 아내를 위해
트위터에서 나를 미친 자라고 규정하고
(중략)
우리나라와 영상의학의 명예를 지키고자 시작한 나의 트윗 여행은
이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접기로 한다.
양승오 박사의 이 절규(絶叫)는
그가 처했던 그 당시의 상황이 눈에 보인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어떤 압박과 위협,
아내의 눈물 어린 呼訴가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正義感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뒤를 돌아다 보니
함께하는 友軍이 없음을 깨닫고 느낀 배반감이
또한 그를 絶望케 했을 것이다.
한 가정의 家長이자 男便은 그런 것이다.
최 성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