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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 30> 방망이 깎던 노인 / 아바

작성자:

최성령

조회: 5981 등록일: 2016-03-08

방망이 깎던 노인 / 윤오영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 한 벌을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했더니"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서 사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깍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았다.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 되었다.    
        <iframe width="300" height="205" src="https://www.youtube.com/embed/xFrGuyw1V8s?list=PLT4pCwjfsDxeOaR5RbTZ7- s0H9xs3B_kt"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라고 했더니노인은 화를 버럭 낸다."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라고 한다.나도 기가 막혀서"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다른 데 가서 사시우. 난 안 팔겠소."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망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오히려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생각할수록 홧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동대문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iframe width="300" height="200" src="https://www.youtube.com/embed/uOAyOqi_KyE"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배가 너무 부르면 옷감을 다듬다가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배가 너무 안 부르면 다듬잇살이 펴지지 않고 손에 헤먹기(어울리지 아니하다)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이 방망이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게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이라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추어탕에 탁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동대문의 지붕 추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방망이를 깎다가 유연히 추녀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는 도연명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북어 자반을 뜯고 있었다. 전에 더덕, 북어를 방망이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난다. 방망이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다듬이질 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문득 40년 전 방망이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    
       <iframe width="300" height="200" src="https://www.youtube.com/embed/z3Jr4215DnY"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게는 가재 편 요즘 남편이 바람을 피는 것 같아 속이 상한 아내가 친정에 가서 하소연을 했다."요즘 박서방이 바람을 피는 것 같아요."친정 엄마는 속이 상하지만,"얘야! 아직 확실한 것 아니면 참고 살아라." 아내는 뜨뜻미지근한 엄마가 맘에 안들어이번에는 친정 아버지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을 했다.그런데 아버지가 하는 말,"어디 사람이 맨날 밥만 먹고 살 수 있느냐?때로는 짜장면도 먹고 라면도 먹고 빵도 먹어야지!"라며 딸의 편을 들지 않고 사위를 옹호했다. 화가 난 딸이,"그러면 저도 홧김에 같이　바람을 필까요?"아버지 왈,"그건 안되지!사람이 밥을 골라 먹어야지, 밥이 사람을 골라 먹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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