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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들이여, 커피를 마셔라

작성자:

비바람

조회: 8823 등록일: 2016-01-24

마누라보다 더 좋은 담배를 끊은 지가 1년이 넘었다. 금연 선언을 한 후로는 담배를 입에 물어본 적도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독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담배를 끊고서 잃은 것은 정서 불안을 해소해 주던 동반자요, 얻은 것은 가끔씩 밀려오는 허망함 같은 것과 그리고 커피를 얻었다.
 


직장을 다닐 때부터 커피는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손님을 만나거나 상담을 할 때에는 으레 믹스커피를 마셨으니 하루 10잔 이상 마시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던 커피가 금연하면서부터는 탐닉하는 커피로 바뀌었다. 믹스커피를 끊으라는 의사의 말에 고민하다가 대안으로 달콤한 맛이 없을지언정 블랙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가끔은 커피의 각성으로 새벽까지 잠을 설칠 때도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오늘도 나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사랑처럼 달콤한 커피를 앞에 두고 행복해 하고 있다. 그 옛날 커피를 발견했던 이디오피아의 목동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 뜨겁고 쓴 악마의 음료수로 내 오장육부를 덥히려 하고 있다.
 


커피는 각성의 음료다. 카페인은 육체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잠들어 있는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반대로 주류는 혼미의 음료다. 알코올은 정신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깨어있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오늘밤에는 커피를 마시면 깨어있을 것이요, 소주를 마시면 취해 있을 것이다.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다. 마호멧은 커피에서 지혜를 얻어 이슬람을 창시했다고 했다. 마호멧이 커피는 극찬하고 술을 금지함으로서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는 음료의 주류를 형성했다. 현대 커피숍의 원형이 되는 커피점이 탄생한 곳도 이스탄불이었다. 이스탄불은 5백여 년 동안 오스만제국의 수도로 이슬람의 심장부였다. 
 


반대로 기독교 세계의 음료는 와인이었다. 포도주는 구약성경에서부터 번번이 등장하는 음료였고, 포도나무는 무화과나무와 더불어 약속의 땅에 허락된 풍요의 상징이었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나의 피는 포도주라고 일갈했다. 유명한 포도주 생산지와 기독교 지역은 일치했다.
 


기독교 세계는 와인을 마시고 세익스피어를 배출했다면 이슬람 세계는 커피를 마시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생산해 내었다.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일까, 세익스피어는 음침하고 우울한 4대 비극을 집필한 작가가 되었지만, 반대로 커피의 각성 탓이었을까, 이슬람 세계는 황량한 사막의 풍경에서 그 지하에 묻혀있는 보물창고를 창조해 내었다.
 


논객이라면 소주보다는 커피를 마실 일이다. 소주를 마시고 우울하고 비극적인 파멸을 그려내기 보다는, 커피를 마시고 밝고 희망찬 미래를 펼쳐 보이는 게 논객의 임무가 아닐까. 우리가 사는 어딘가에서 '열려라 참깨!' 암호를 외치면 보물창고가 열리듯 대한민국은 그런대로 살만 하다는 주장을 국민들에게 설파하는 것이 논객의 할 일인 것이다.
 


알코올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육체를 쓰러뜨려 논객의 임무를 방해하지만, 카페인은 논객의 감각을 깨워 명논설을 쏟아내게 한다. 알코올은 논객을 개로 만들지만 카페인은 일반인마저 논객으로 만든다. 알코올에 취하면 노예가 되고 카페인에 각성되면 깨어있는 주인이 된다. 오늘밤 당신은 노예가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나라에 빨갱이가 설치고 있는데 알코올에 취해 개처럼 쓰러질 것인가. 논객이 알코올의 노예가 되면 나라가 망하고 카페인의 주인이 되면 나라가 살아난다. 하룻밤 알코올의 유혹에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말라.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만 나라가 편안하는 파수견이니, 아라비안나이트는 잠들지 말고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오늘밤에는 소주를 마시지 말고 커피를 마셔라. 카페인이 이성을 깨우면 추운 밤바람에 떨고 있는 대한민국이 보일 것이니. 동이 트는 새벽까지 짖어라.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잠들지 말아야 하고, 살기 위해 천일야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세헤라자데일 것이니. 논객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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