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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문제도 "원칙대로"가 답이다

작성자:

오대산

조회: 9537 등록일: 2013-12-27

지금은 좀처럼 볼 수가 없지만 학창시절 홍콩 느와르 영화와 함께 서부영화는 대단히 멋져 보이는 영화였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그리고 주인공이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친다는 정형화된 결말들이 카타르시스를 더해준 것 같다. 특히 서부영화는 인상적이였다. 이상한 현상(?)에 대한 궁금증도 이즈음이다. 스크린 속 수레바퀴가 거꾸로 굴러가는 일종의 착시현상 때문이다. 역마차(驛馬車)는 분명히 앞으로 가고 있는 영화 화면에 비치는 바퀴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하도 착각할 일들이 많은 세상이라 영화까지 덩달아 그런가?”하고 우수갯소리도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회전속도 때문이다. 바퀴는 결코 거꾸로 돌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거꾸로 돌고 있는 바퀴도 있다. 코레일의 철도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가 배가 고프다고 파업을 했는데 알고 보니 평균연봉은 5,800만원이었다. 그렇다면 배가 고파서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불러서 파업하는 비정상적인 파업인 꼴이다.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 탄생으로 배가 아파서 파업을 하고 있다는 말 밖에 안된다. 사실 명분이 부족한 싸움에는 정치적인 노림수가 작용되어 왔던 것이 대한민국 노조의 현주소였다. 정황상 이번 철도노조 파업도 그런 구린내를 솔솔 풍기고 있다. 어쨌튼 과거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조종사 파업이 그랬듯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메시지는 독백 밖에 안된다. 이번 철도 노조의 파업도 그 연장선에서 보면 귀족노조의 공허한 허풍선일 뿐이다.
 
보도에 의하면 경부고속철도 건설 부채가 2010년 17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해도 23억원 발생하고 있고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KTX 수익은 주로 건설 부채 상환 등으로 써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1인당 평균 6000만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5년 공사(公社)로 전환할 당시 부채 3조원을 탕감받았는데도 매년 부채가 다시 쌓여 현재 9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데도 평균 연봉이 5800만원에 이르고 심지어 기차표를 판매하는 직원도 평균 연봉 6,0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코레일은 "부채가 공사 출범 당시보다 5조2000억원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 중 3조3000억원은 공항철도 인수와 차량 구입 등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 회수 가능하다"고 오히려 반박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철도 민영화 문제는 지난날 민영화 성격과는 본질이 다르다. 일종의 자(子)기업의 민영화 형태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서비스 품질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역주행,탈선,지연 등 철도 안전사고가 317건 발생하여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사실에서도 그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 문제는 노조의 불법파업을 부추기는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에 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도 앞장서서 민영화를 추진했다. 2003년 6월 철도노조가 공사 전환에도 반대하며 파업에 나서자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원 1,500여명을 연행했다. 이듬해에는 철도노조를 상대로 97억원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금은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사건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견강부회식 고질병은 비단 이번 일 뿐만 아니다. 이런저런 민주당의 궤적에서 그 노림수가 '반대를 위한 반대' '정상의 비정상화'에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을 동조하고 부추기는 것을 비롯해 천성산 도룡뇽 해프닝으로 잘 알려진 경부고속철 반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4대강 건설 반대,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 등 대략 간추려 봐도 스펙이 화려하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뿌리를 뽑겠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비정상의 정상화’의 강조는 의미심장하다. 같은 맥락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에는 협상할 수 없다”는 정부의 흔들림 없는 원칙 고수가 믿음직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화로 가는 철도노조 파업에 쐐기를 박는 '가치전쟁'을 선포했다. 가치전쟁이라면 그것은 불통이란 비판을 감수해서라도 불법과 폭력에 협상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개성공단 결단에 이어 특유의 박근혜의 칼을 빼내 든 것이다. 그 중심에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큰 그림이 있다. 이번 파업은 누가 봐도 밥그릇 더 챙기기 옥상옥이다. 말 그대로 숫자로 가치를 재단하고 협상하고 있는 꼴이다. "누구도 가치를 숫자화시킬 수는 없다"고 한 GE 젝웰치 회장의 일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코레일의 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다. 거꾸로 가는 고장난 코레일 바퀴도 박근혜 스타일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정상화를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칠해야 한다면 "원칙대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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