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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작성자:

비바람

조회: 4781 등록일: 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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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Opening Title 명절이 좋은 것은 연휴가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 연휴에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감상하는 대물을 낚았다. 제목부터가 예술스러운 이 영화가 명작인 것은 다른 명작들처럼 역시나 영화가 끝났을 때 가슴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러시아의 짜르가 다스리던 우크라이나의 유태인 마을이다. 이 시기는 대한제국이 멸망의 문을 열어젖히던 시기였고 러시아에는 혁명의 기운이 움트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배경인 시골구석은 아름답지만 찢어지게 가난하다. 그래서 가끔은 부모님들이 살던 고향땅처럼 느껴져 이 영화의 화면에 가슴을 베이곤 했다. 영화는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시작한다. 붉게 물든 지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쭉 뻗은 지평선의 뾰족지붕 위에서 검은 실루엣의 한 남자가 위태롭게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이 장면과 제목이 상징하는 것은 위태로운 삶, 전통적인 관습과 밀려오는 새로운 사조 사이에서의 방황 같은 것이라고 자막은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의 초반 뼈대는 결혼이다. 다섯 딸 중에 세 딸이 차례로 사랑에 빠지며 결혼 허락을 요구하게 되는데, 사랑을 중시하는 딸들과 전통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갈등이 영화를 끌어간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딸의 결혼은 아버지가 신랑감을 선택해 주는 것이고 딸들은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전통이었다. 아버지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친구에게 큰딸을 주기로 한다. 그가 부자이고 딸을 굶기지 않으리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큰딸은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자기가 사랑하는 가난한 재봉사를 선택하고, 둘째 딸은 러시아 혁명가와 사랑에 빠져 그가 유배 간 시베리아로 그를 만나러 떠난다. 성미 급한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곤 하지만 딸들의 선택을 끝끝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유태인과 사랑에 빠진 셋째 딸의 결혼은 끝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가 딸들의 결혼과 갈등만을 그리고 있다면 영화는 시시했을 것이다. 첫째 딸의 결혼식장에 러시아 경찰들이 들이닥쳐 난장판이 되고, 유태인들은 24시간 내에 마을을 떠나라는 통고를 받는다. 영화의 원본은 오래된 소설이지만 미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한다. 뮤지컬 영화답게 영화의 중간 중간에는 흥겨운 춤과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유태인을 특징짓는 검은 모자. 검은 복장, 홀쭉한 키와 메부리코, 턱수염, 그들을 지도하는 랍비, 그들 특유의 삶을 고집하는 유태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유태인을 유태인으로 운명 짓게 했던 디아스포라, 영화의 유태인들도 이천여 년 전의 그들 조상처럼, 살만 하면 추방령을 받아 세계 각지를 떠돌던 그들의 선조들처럼 다시 정처 없이 흩어질 준비를 한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그들의 삶은, 유태인이라는 것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처럼 위태롭고 불안한 것이었다. 더러는 예루살렘으로, 더러는 미국으로, 사람들은 조그만 수레에 짐을 싣고 길을 떠나고 영화 속 주인공 가족들도 남편을 따라 흩어질 수밖에 없다. 떠나는 아버지를 찾아온 셋째 딸은 이별의 인사를 하며 비유태인 러시아 청년과 함께 결혼 허락을 조른다. 끝내 아버지는 대답을 안 하고 울며 떠나는 딸의 뒤에다 대고 아버지는 딸의 행복과 안녕을 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이 한 편의 영화에 그들 오천 년 유태인의 삶을 담으려 했던 게 틀림없다. 주인공이 끄는 수레바퀴는 자주 진흙탕에 빠진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모스크바 진군을 가로막았던 러시아의 진흙탕 길을 헤쳐 가는 주인공의 수레바퀴는 역경의 삶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유태인의 역사 행로를 상징하고 싶었던 게 틀림없다. 유태인 중에는 유명한 학자와 바이올리니스트가 많다. 그들의 필수품이던 성서와 기도, 그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들의 메시아, 이천 년의 세월을 쫓겨 다닌 유태인들에게 간단히 챙겨다닐 수 있는 성서와 바이올린, 성서가 그들에게 찾아올 먼 미래의 메시아 약속이었다면 바이올린은 그들의 고단한 삶을 당장 달래주는 현재의 메시아였을 것이다. 수레를 끌고 떠나는 장면 위로 낯익은 음악 'sun rise sun set'이 흐르고 많은 춤과 음악이 나오지만, 바이올린 연주 장면은 서너 차례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작 장면에서 딸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친구에게 술을 진탕 얻어먹고 나오는 밤길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광대와 마주친 주인공이 신나게 춤판을 벌이는 장면, 딸 결혼식 장면에서 언 듯 스쳐 가는 광대의 바이올린 연주 장면이 나온다. 바이올린으로 시작한 영화는 바이올린으로 끝난다. 기다란 지평선이 펼쳐지고 주인공이 수레를 끌고 가는 뒤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광대가 뒤를 따르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것이 위태로운 뾰족지붕이거나 불안한 진흙탕 길이든 바이올린은 계속 연주될 것이라는, 바이올린은 절대 버릴 수 없는 '희망' 바로 그것이었다. 영화 속의 유태인들이 뿔뿔이 흩어질 즈음에 우리 민족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백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무력했고 백성들은 자기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두만강을 건너 흘러간 북간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의 벌판으로 내몰려진 까레이스키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찾아간 지구 반대편의 애니깽 농장, 국가가 제구실을 못 할 때 불행은 항상 백성들의 몫이었다. 유태인과 우리 민족이 비슷한 시기에 새 출발을 한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한 삶을 사는 국가가 된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주변에서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위태로운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상황은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무심코 방심했을 때 높은 지붕 위에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국가에 침을 뱉는 무리들이 횡행하고, 우리가 이룩한 위대한 중흥을 모독하는 자들이 득세할 때에 우리 또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진흙탕 길로 떠나는 운명이 될 것이다. 명심하자. 우리야말로 뾰족지붕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바이올린 연주자이다. 2010. 02. 16. - 拙著 '대한민국의 far and away'에서 발췌<table id="community_image" class="center" align="center" width="576"><tbody><tr><td><img src="/rankup_module/rankup_board/attach/nca123/15069993248939.jpg" width="576" align="absmiddle"></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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