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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劍客)

작성자:

오대산

조회: 3617 등록일: 2017-08-28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하나,  중국의 마조(馬祖) 스님이 좌선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회양(懷讓)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좌선해 무얼 하려고 하는가?” 그러자 마조 스님이 대답했다.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은 암자 앞에서 벽돌을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쓱싹, 쓱싹’ 갈기 시작했다. 그걸 본 마조 스님이 물었다. “벽돌을 갈아서 무엇에 쓰려고요?” 회양 스님이 답했다.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네.”  마조 스님이 다시 물었다. “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듭니까?”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한다면, 좌선을 한다고 어떻게 부처가 되겠는가?” 그러자 마조 스님이 물었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이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이 말했다.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때려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각설하고, 무릇, 갈고 닦음에 이런 절차탁마(切磋琢磨)류에 버금 가는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라는 오언고시(五言古詩)도 있다. 이 고시(古詩)는 10년을 두고 칼 한 자루를 간다는 뜻으로, 원래는 불의(不義)를 무찔러 없애기 위한 원대한 계획과 결심을 뜻하는 말로 쓰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어떤 목적을 위해 때를 기다리며 준비를 게을리 않는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어떤 사람이“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물었을 때,“10년을 칼을 갈고 있는 중일세”하고 대답하면, 계획 정도가 아니라 시기가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 된다. 이 문장은 중당(中唐) 시인 가도(賈島)의 오언고시(五言古詩) <검객(劍客)>에 나오는 말이다. 십년을 두고 한 칼을 갈아 (十年磨一劍)서릿발 칼날을 일찍이 시험하지 못했다 (霜刀未曾試)오늘 가져다 그대에게 보이노니 (今日把似君)누군가 불평의 일이 있는가 (誰有不平事) 정의(正義)를 위해 칼을 한 번 옳게 써 보겠다는 큰 뜻을 갖는 검객(劍客)을 대변해 하는 말이다. 이 시(詩)를 풀어 보면 '나는 10년 동안이나 칼 한 자루를 남몰래 갈고 또 갈아왔다. 그러나 이 서릿발처럼 번쩍이는 칼날을 아직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 비로소 자네에게 이 칼을 보여 주는 것이니 어느 놈이고 좋지 못한 일을 꾀하는 놈은 없는가? 내가 당장 이 칼로 그 놈을 한 칼에 베고 말 것이다'하는 뜻이다. 어쩌면「백두산 돌을 칼을 갈아 없앤다 (白頭山石磨刀盡)」고 했던 남이(南怡)장군의 기개(氣槪)도 아마 이런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의 능력은 국민의 주의력을 분산하지 않게끔 막는데 있다. 그것을 하나의 적(敵)에 집중시키는데 있는 것이 또한 리더십일 것이다. 사상 속에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보면 사상은 소중한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철학은 결단의 문제다”라고 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누가 무너진 사상의 토대를 바로 세울 것인가? 정녕 정의를 위해 칼을 한 번 옳게 써 보겠다는 큰 뜻을 품는 초인(超人)은 꿈이련가? 오시라! 우리는 당신을 우리시대의 검객(劍客)이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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