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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관심법도 울고 갈 또 하나의 관심법

작성자:

오대산

조회: 3911 등록일: 2017-08-27

우리가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 속에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의 기본 약속이며, 우리 스스로에게 가한 정신적 족쇄다. 사람답게 살겠다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이라는 이름의 족쇄인 것이다. 강제성의 법과 제도는 여기에 마지막 제어장치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념이 의식화된 일부 판사들이 양심 판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헌법적 가치와 법 상식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판결을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을 내세워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혐의 외에도 횡령,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는데 모두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공방의 핵심이었던 뇌물 공여 혐의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약속(213억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으로 나뉜다. 재판부는 "삼성 측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유라씨 지원이 곧 최씨 지원이며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라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도움이라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 대가를 바라고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고 한다. 스스로 ‘증거 불충분’이라고 자인하는 셈인가? ‘묵시적 청탁’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다분히 억지성까지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는 오류에 빠지다 보면 상반되는 증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아주 우스운 근거를 들이대기도 한다. 나중에는 직접 보지 않거나 체험하지 않고도 멀리 있는 물체들을 알아맞힐 수 있는 심령술사처럼 관심법도 작동시킨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잘믿는 이유를 '갖게 된 믿음을 방어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던 마이클 셔머는 그들이 무언가를 믿을 때 입증된 증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묵시적 청탁’이라는 애매모호한 죄목을 붙힌 것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단어의 의미를 정의하는 까닭은 그 단어가 의미상 가질 수 있는 애매성이나 모호성을 제거하고 그것이 사용될 수 있는 조건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언어사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의사소통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말(단어)이 주는 애매성과 모호성이 완전히 배제된 완벽한 개념정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모든 사회 현상을 모순으로 보는 편협된 사고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역설도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언어 실체화의 오류인 것이다. 보도대로라면 성격상‘묵시적 청탁’이라는 반증거재판주의적인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지나치게 판사 자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에도 입증된 증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왜 그랬을까? 인간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변인, 동료들의 압박이나 교육, 삶의 경험 등과 같은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원인들로 인해 특별히 선호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과 지지해 줄 증거들을 악착같이 찾아 나선다. 판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양심은 자신이 아닌 어떤 다른 주체를 자신의 행위의 심판자로 하여야 만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 어쨌든 재판관의 법리를 존중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는 대통령 탄핵판결과 직결된 세기의 재판이라는 크기, 민감한 사안 등을 감안해 볼 때‘묵시적 청탁’죄목은 속보인다.  너무 티나게 주관적이고, 포괄적인 모호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에 의한 법리 왜곡이 격세지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당시「검찰을 생각한다」북콘서트에서“정치권력과 검찰의 유착은 검사 인사로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 줄을 서는 풍토가 생기게 된다”“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드러나도 문책을 받지 않고 인사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표적수사와 기소에 대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정치 권력의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하고 청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또“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경찰을 수사 지휘권으로 산하 기관처럼 부리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재판과정과 연결시켜 보면 전형적인“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증거재판주의에서 사실 인정은 증거우선이다. 형사소송법 307조, 325조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고, 증명이 없을 때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묵시적’의 사전적 의미는“직접적으로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 보이는, 또는 그런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묵시적 청탁’죄 적용은 증거재판주의의 법리 해석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단순‘묵시적’이라는 명분을 붙여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면 길을 걷고 있는 불특정 여인을 보고 그윽한 눈빛만 내비춰도 묵시적 성희롱(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이번‘묵시적 청탁’죄목에서도 암시하 듯 일관성이 없는 재판의 극단적인 경우도 자신의 어떤 신념 체제에 의해서 정당화 되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법과 제도로 강제한다 해도 신념이 의식화된 판사에 의해 양심과 인격에 의한 왜곡된 비대칭 판결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공포 정치의 대명사 궁예의 관심법도 울고 갈 또 하나의 관심법이 아닌가? 플라톤은“판관은 자기의 영혼에서가 아니라, 타인의 악의 본질을 오랫동안 관찰함으로써 그 악을 배워 알아야 한다. 따라서 판관의 지식이 개인적인 판결 체험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쥐고 있는 저울은 법의 형평성을 함의하고 있다. 이는 백 명의 정의로운 검사도 좋지만 한 명의 형평성있는 판관을 주문하고 있음이 아닐까? 판관이 판결에 공명정대하지 않으면 인심은 열복(悅服)할 수 없다. 사회 보편적인 가치가 개인의 어떤 신념에 의해 증거주의 재판을 무시한 이번 판결을 지켜 보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로 가는 우리시대, 과연‘정의란 무엇인가?’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style="-ms-zoom: 1; opacity: 1;"></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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