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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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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존

조회: 5599 등록일: 2017-05-12

불법탄핵, 불법 파면으로 기회를 얻은 문재인이 결국 대통령이 되고 보니 이 사회에서 정의를 찾을 길이 없다는 사실에 암담해지는 기분이다. 온갖 음모로 대통령자리를 차지한 문재인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떠날 줄 모르는데, 저런 방식으로 얻은 정권으로 무엇을 할지 두렵기만 하다.
늘 말했듯 빨갱이가 아니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는 사람이 나일진대, 이처럼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를 보노라니 옛날 고교시절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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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추남클럽이라는 그룹이 있었다.
학교에서 행하는 공식적인 특별활동으로는 문예반을 선택했었지만 비공식적인 추남클럽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서 3학년 회장선배에게 가입을 신청했었다.
선배께서 나의 가입신청에 아주 간단하게 거절하며 했던 말이 이렇다.
“우리 클럽에 가입할 만큼 추남이 아니어서 안 돼.”
“저도 이 정도면 충분히 추남에 낍니다. 코도 납작하고 눈도 작고, 키도 중간밖에 안되고, 무엇보다 가장 추남클럽다운 것은 외모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추남클럽 회원으로서의 인격을 함양하려면 아주 힘겹거든. 그래서 못생겨야 하는데…….”
  <o:p></o:p>
어쨌든 회장과 회원들을 억지로 설득하여 가입한 추남클럽에는 기본강령基本綱領이라는 게 있었다.
1. 우리는 大韓民國의 꽃이 아니라 거름이 된다.
2. 우리는 大韓民國國民의 隊長이 아니라 參謀가 된다.
3. 우리는 大韓民國國民의 戀人이 아니라 사랑이 된다.
4. 우리는 大韓民國의 아들로써 外貌를 抛棄하고 內面을 아름답게 가꾼다.
당시에는 한문혼용시대라 한자를 섞어 만든 이 세 가지가 우리 추남클럽의 강령이었는데 그 의미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었다.
  <o:p></o:p>
이런 클럽이 중학교가 아닌, 고교에서 생긴걸 보면 최소한의 책을 읽어 어느 정도의 사고력을 키워야 추남클럽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아직은 철없을 고교생 머리에서 나온 강령 세 개에 하나같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國號가 들어 있는 건 그 당시 청소년들이 일반적으로 지닌 애국심이었으니 그리 신기할 게 없다. 정말 신기한 건 한참 꿈을 지닐 나이에 화려한 출세가 아닌, 자신을 숨기는 길을 선택했다는 정신이었을 것이다.
회장선배의 설명이 아직도 귀에 선한 것은 나의 평생 인생관이 추남클럽의 강령으로부터 출발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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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는 건 어차피 귀공자貴公子들이 맡고 있어. 우리처럼 추남들은 꽃이 피게 하는 거름이 되도록 타고난 팔자야. 그러니 잘나지도 못한 용모로 꽃이 되려고 하지 마. 꽃이 되려는 욕심이 있는 한 그 어느 쪽도 이루지 못할 테니까.’
‘못생긴 주제에 나서지 마. 나서는 건 잘난 놈들 몫이야. 못난 우리는 잘난 녀석들이 폼 잡을 수 있는 여건與件을 만드는 일로 만족해야 해. 그것도 숨어서 말이야. 우리까지 잘난 척 하다가는 나라가 산으로 올라간단 말씀이지.’
‘연인이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지. 반면 사랑이란 즐거움보다 희생의 고통이 더 큰 거야. 연인을 사랑하는 즐거움은 귀공자들에게 주라고. 그 놈들은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우린 희생할 팔자를 타고난 거야.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못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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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내게 회장선배가 호탕하게 웃으며 해준 말이 있다.
“하하하! 억울해 하지 말라고. 우리 못생긴 자들은 이미 전생에 수없이 많은 귀공자 노릇을 해봤거든. 나서고 올라서는 것보다 숨는 삶이 훨씬 높고, 깊고, 넓은 우주의 철리를 깨우칠 수 있음을 전생을 통해 경험했기에 금생今生에는 자신을 숨기는 삶을 선택한 거란 말이지. 차차 내말 뜻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될 거야.”
차차 알아차릴 것이라던 회장선배의 말뜻이 알듯 말듯 느껴지기 시작한 건 유감스럽게도 인생말년 육십을 넘기면서부터였다. 왜 추남클럽 회원이 되려면 못생겨야 하나고 했는지, 그 못생겼다는 의미가 단순한 외모만을 말함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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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선배들이 권하는 바람에 그 때부터 불경佛經과 공안집들을 열심히 읽게 되었었다. 물론 불교식 신앙차원의 불경읽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갈고닦기 위한 불경읽기다. 고교진학 이전까지만 해도 성서밖에 모르던 나에게는 천지개벽할 만큼 엄청난 변화였었다. 
회원이라고는 열 명 안팎이었으되 우리클럽회원만큼 진지한 친구들을 보지 못했었다.
내가 특별활동을 문예반에서 하는 바람에 문예반 친구들과 추남클럽친구들이 자주 격론의 장을 마련해서였기도 하겠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당시 우리 클럽 선후배나 문예반 선후배 쳐놓고 정치 따위를 하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이상야릇한 진보연대 따위에 가입한 친구들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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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 때에도 서울로 진학했던 추남클럽 회원들과의 교류는 그치지 않았었다.
나는 군을 제대한 후 뒤늦게 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사회인이 된 선후배들과 교류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그 때만큼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진심을 다하여 살았던 적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추남클럽 회원 중에 사회에서 이름 날린 사람 없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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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추남클럽 회원이 아닌 우리 모교 선후배들 중에는 국회의원도 많고 정부 고관도 많다. 뭐, 국무총리를 역임한 분도 있으니까. 대기업의 임원으로 출세한 친구들도 많고 스스로 기업을 일으켜 말만하면 알만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당시 추남클럽 출신들은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낼 뿐, 이름을 내세우는 이 없다.
그것이 나서지 말라는 추남클럽 강령에 충실하다 보니 그리됐는지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철이 없어서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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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도 우리시대 추남클럽이 지닌 강령을 납득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혼란스럽기 작이 없는 세태를 바라보노라면 그런 강령을 만들 수 있는 정신을 지닐 수 있도록 우리들을 길러준 부모님들과 당시 스승님들을 저절로 존경하게 된다.
스님이 된 당시 회장선배와 최근에 만나 나눴던 얘기다.
“형. 요즘 애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分別할 능력이 부족한가 봐요.”
“뭐, 옳고 그름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그런데 왜?”
“글쎄, 김일성 일가가 좋다는 놈들, 정말 이상하거든요? 그 놈들 눈엔 북한 동포 굶겨죽이고 역사 이래 찾기 어려울 만큼 혹독한 독재를 한다는 김일성 일가가 정말 좋아 보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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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우리 모교에 추남클럽이 없어졌다고 한다. 면면히 이어져 오던 그 괴상한 클럽이 고교입시가 뺑뺑이로 바뀌면서 사라졌다던가.
비록 모교에서 추남클럽이 이어지지 못했어도 나는 내 삶에 가장 소중한 경험을 손꼽으라면 고교시절 추남클럽을 가장 우위에 둔다. 상 받으러 단상에 오르기를 싫어하는 거나, 짝사랑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거나, 대장보다는 참모가 되라고 주창主唱하는 거나, 그런 인생관이 어린 시절 추남클럽에서 만들어졌고 그 기본을 잊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과연 추남클럽의 강령처럼 내면이나마 아름답게 가꾸었는지 자신할 수 없지만 오히려 모조리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종북매국노들이 날뛰는 요즘 세상에 우리 후배들도 추남클럽의 전통을 이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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