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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사에 짝사랑이나 하는 사람인가보다.

작성자:

탈존

조회: 3962 등록일: 2017-04-02

나는 짝사랑만 하는 사람인가보다.
이성간의 사랑이든, 자연과의 사랑이든, 정치인과의 사랑이든, 그 어떤 사랑이든 하나같이 짝사랑을 하기에 그렇다.
그것이 특히 정치인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난 확률이 거의 100%라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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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주는 거다.
그 어떤 경우에도 받는 사랑이란 없다. 받는다고 느낄 뿐, 본질적으로는 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짝사랑이다. 짝사랑이란 주기는 하되 되돌려 받지 못하기에 아름답다는 거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사람끼리만 하라는 법은 없다. 인간과 짐승 간에도 진한 사랑이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자연 모든 현상과의 사랑도 분명 존재한다.
  <o:p></o:p>
분류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어느 철학자는 이 복잡한 사랑의 체계를 크게 나누어 네 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성적 매력. 낭만. 남녀 간의 사랑을 일컫는 ‘에로스.’ 혈육, 말하자면 부자지간, 모녀지간, 친척 간의 사랑이라는 ‘스토르게,’ 완벽한 사랑, 즉 하느님의 사랑, 혹은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표현하는 ‘아가페,’ 성적느낌이 전혀 없는 동성 간의 우정이나 스승, 제자 간의 사랑은 ‘필리아’라는 식으로 말이다.
  <o:p></o:p>
그 중에 짝사랑은 어디에 해당하는 것일까. 이성 간의 사랑에서 발생하였으니 에로스Eros라고 해야 할까.
어쩐지 그렇게 단정하고 싶지 않다.
일방적인 사랑이라 동정심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정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중에야 어찌되든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에로스적인 개념이 전무全無하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짝사랑 전문가라 경험으로 안다.
그렇다고 아가페agapē라 할 수는 없다. 되받을 가능성이 없다뿐이지 바람조차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o:p></o:p>
나는 말했듯이 자랑스럽게도(?) 짝사랑 전문가다.
청소년 시절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 같은 여배우들을 끔찍하리만큼 짝사랑하는가 하면 지나가다오다 마주치던 어느 여학생을 무작정 짝사랑하기도 했으니까.
책을 펼쳐도 읽혀져야 할 글자 대신 그 여학생의 얼굴이 읽히는가 하면 꼬리치며 덤벼드는 우리 집 멍멍이 얼굴에도 환상처럼 겹쳐 보일 정도였으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내 입장에서는 마귀에 다름 아니었음에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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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지지리 가난했던 우리 집안 형편으로는 짝사랑은 하되 그 사랑을 고백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저 마음으로 사랑하던 차에 친구들에게 심각한 얼굴로 먼저 선언하고 말았다.
“○○○은 내 여자니까 어느 누구라도 침 흘리지 마!”
지금 아이들 개념으로는 웃기는 말일 테지만 당시 청소년들에게는 지켜야할 불문율이 있었다. 친구의 애인을 가로채거나 껄떡거리는 놈은 사나이대장부의 기개를 욕보인 만인의 공적公敵이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사랑고백도 해볼 수 없는 처지였지만 친구 녀석의 선언으로 얼마나 가슴아파했었는지…….
나이 먹어 머리에 백발이 성성해진 지금, 그 때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짝사랑을 할 수 있었으니 아름다웠다는 거다, 짝사랑을 할 수 있는 한, 그 사람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녔으리라 믿는 게 내 마음이기에.
  <o:p></o:p>
나는 여전히 수 없이 많은 짝사랑을 한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 나라 잘 이끌어주기를 학수고대했던 옛날의 마음도 짝사랑이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님의 숭고한 나라사랑, 국민사랑 정신을 계승해서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짝사랑이었다.
글쎄, 박근혜 대통령을 이전부터 지지하면서도 정작 그분이 나타나는 장소에는 단 한 번도 기웃거리거나 가보고 싶다고 기대한 바 없으니 이것 역시 짝사랑 전문가라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o:p></o:p>
하긴 사람을 대상으로만 그런 건 아니다.
젊은 시절,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뭔가 상장이든 뭐든 보상을 받을 시기가 되면 내 공로를 내세우기보다 상사나 부하들에게 공을 넘기고 스스로 뒤로 빠지는 걸 당연하게 여겼으니 이 또한 짝사랑과 닮지 않았는가.
누군가 그런 나더러 ‘루저근성’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그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짝사랑의 전문가인 난 소중한 사람인 셈인가?
스스로 가치부여를 하는 걸 보니 아마도 내가 무척이나 외로운 모양이다. 하긴 늙으면 누구나 외롭다고 하니까 나라고 다를 것이야 없겠지.
  <o:p></o:p>
역시 나는 짝사랑에 이골이 난 사람일까.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 전 후 빨갱이들과 협상하는 듯 이상한 모습을 보인데다가 선택하는 장관후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들이어서 아마도 박 대통령까지 짝사랑으로 끝나나보다 싶어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그분에게서 찾았는지도…….’
뭐, 정치인을 사랑했다면 정치 잘해주기를 바란 것이 아니겠는가. 그 정치인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짝사랑 한 셈이라고 할진데, 김대중이니 노무현, 또는 문재인 같은 자들은 사랑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으니 짝사랑이 될 리 없고, 지금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댓글 : 4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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