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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와 오늘의 한국 -탈존 영화

작성자:

탈존

조회: 5878 등록일: 2017-03-31

예정되었던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이처럼 노골적인 무법천지 한쪽에선 민주당이 대통령후보 경선을 한다며 축제분위기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나 빨갱이요라고 떠벌렸던 문재인을 일등으로 뽑으면서 말이다.
이런 날, 언젠가 감상했던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글래디에이터는 로마가 서서히 퇴락하기 시작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리차드 해리스Richard Harris분’황제와 그의 아들 황세자 ‘코모두스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분’의 갈등葛藤, 그들 부자父子 간 갈등의 원인이 된 대장군大將軍 ‘막시무스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분’가 활약했던 AD180년경의 로마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나는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로마가 망하기 시작한 그 시절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로마제국의 역사는 고대사古代史에 속하는 만큼 당시에 살았던 인물들에 대한 연구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영화의 주인공 막시무스와 황제의 딸 ‘루실라 코니 닐슨Connie Nielsen분,’ 막시무스와 대립관계였던 코모두스에 대한 역사적 견해 역시 사가史家마다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나의 세계사 상식으로 보면 데이비드 프랜조니David Franzoni의 각본을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이 감독한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역사적 사실여부에 대한 고증考證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영화는 영화로서의 가치만큼은 충분하다.
SF대작 ‘에일리언Ailen’과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를 감독했는가 하면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낸 ‘델마와 루이스Thelma & Leuise’를 연출했고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도출해낸 스펙터클 대작 ‘킹덤 오브 해븐Kingdom of Heaven’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니 작품수준을 믿고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감동을 불러올 수 있는 탁월한 연출력을 지닌 감독이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154분의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하는 장면이 바로 초반 10분간 벌어지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신이다.
어느 관객이든 마치 자신이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전투와 비록 오랜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쳤음에도 패기만만한 병사들의 분위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압권이었다.
더구나 피와 살이 튀기는, 잔혹하고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화면에 애잔한 리듬의 배경음악을 갈아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몸부림치는 병사들의 투지를 더욱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 감각이다.
관객을 압도하는 전투장면은 영국 판함 근처의 숲에서 진행되었다. 막시무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과 로마 제국의 북쪽 경계인 게르만족의 격렬한 전투신은 16,000여개의 불화살과 날아가는 화염항아리, 투석기 등으로 실감나는 대화재 장면이 연출됐다.
오래도록 기억될 이 전투신은 때마침 판함의 숲을 벌채하려던 영국당국의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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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족과의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들처럼 사랑하는 대장군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넘기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 해 분노에 휩싸인 코모두스는 황제를 살해하고 자신의 황위를 인정하지 않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처형당하는 순간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부상당한 몸을 추스를 경황도 없이 고향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처자식은 로마군 병사들에게 처참하게 희생당한 후였다.
상처가 악화되어 정신을 잃은 사이에 노예상인에게 잡혀 ‘프록시모 올리버 리드Oliver Reed분’의 노예 검투사劍鬪士로 전락한 막시무스는 빼어난 무술 솜씨로 검투시합마다 승리한다.
황제로 즉위한 코모두스는 공화정共和政을 추구하는 원로원 중진 ‘그라쿠스 데렉 자코비Derek Jacobi분’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민중의 불만을 달래려고 선왕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금지했던 검투시합을 로마에서 대대적으로 재개再開한다.
검투시합에 참가하려고 프록시모와 함께 로마로 돌아온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막시무스를 사랑했던 루실라는 황제후계자서열 1위인 아들을 코모두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요된 아부를 하는 등, 지옥 같은 황궁생활을 하다가 검투사 감방으로 막시무스를 찾아가 봉기를 일으켜 로마를 구하라고 권한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가 살아있음에 분노하지만 경기장에서의 화려한 승리로 이미 민중의 영웅이 되어버린 그를 함부로 처형할 수 없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하게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존경하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살해한 코모두스를 몰아낼 것을 결의한다.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는 루실라는 동생 코모두스를 배신하고 막시무스의 반란을 돕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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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랑이 비극을 부른다.
영화는 전쟁터의 이름 모를 새를 바라보며 뭔가 그리워하는 막시무스의 허무해 보이는 모습부터 시작한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훌륭한 대장군으로서의 용감무쌍한 모습이라기보다는 고뇌에 찬 인간적인 모습에서 관객은 닥쳐올 비극을 예지하게 된다.
부자지간의 사랑에도 불행의 그림자가 있다.
부자지간의 사랑이라도 범인들과 황제와 황세자 간의 사랑이 같을 수는 없다. 범인은 아들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권리와 재산을 상속해 줄 수 있지만 황제는 부족한 아들에게 황위皇位를 넘겨줄 수 없다. 여기에서 갈등이 생긴다.
“언젠가 아버지는 네 가지 덕목을 적어주셨죠. 지혜, 정의, 용맹, 그리고 절제節制, 제겐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하지만 제게도 내세울 게 있어요. 야망! 남들보다 앞서게 해주는 덕목이죠. 뛰어난 지략, 용기, 전쟁터의 용맹엔 못 미치더라도 딴 종류의 용기는 많잖아요? 헌신, 가족과 아버님에게요. 그런 저의 장점은 목록에 없고 아들로도 원치 않으셨어요.”
이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 코모두스의 절규다. 황세자의 덕목을 원하는 아버지와 인간 아들의 사랑을 원하는 부자간의 갈등이다. 결국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위를 찬탈한다. 비극의 시작인 셈이다.
검투사 노예로 전락한 막시무스는 자신의 어깨에 새겨진 로마군의 표식 문신을 지우느라 살을 도려낸다.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로마군이 가족을 처참하게 십자가에 못 박아 불태워 죽인 것이다.
가족과 아우렐리우스 황제, 그리고 로마에 대한 막시무스의 사랑이 오히려 코모두스와의 원한을 불러왔고 이제 그 악연惡緣을 피부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며 정리하는 것이다. 또 다른 애증愛憎의 시작이다.
“검을 상대의 살 속에 쑤셔 넣으면 관중은 열광한다. 너희들은 차츰 관중의 환호성을 즐기게 될 것이다. 죽음이란 선택이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미리 정해 둬라. 훗날 대장부로 영원히 기억되길 원한다면. 언젠가는 모두 죽게 되는 것,”
막시무스들이 검투사로 첫 싸움에 나설 때 프록시모가 강조한 말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검투시합장에서도 사랑은 싹트기 마련이다.
경기에 나서는 두려움에 오줌을 싸는 검투사는 지나치게 자신의 삶을 사랑했기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상대의 칼에 죽는 것은 생에 대한 사랑의 역작용逆作用에 다름 아니다.
검투사 동료들과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막시무스와 동료들의 우정 역시 반란모의가 발각됐을 때, 로마경기장 감방에서 막시무스를 지키려는 검투사들과 죽이려는 로마군과의 접전으로 피를 부르는 원인이 되고 만다.
“가족들이 십자가에 묶여 불타죽었소.”
“나도 울었어요.”
“아버지가 죽었을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처럼?”
“아버지 돌아가신 뒤 공포 속에 살았어요. 제 아들이 후계자이기 때문이에요.”
“내 아들은 죄가 없었소.”
“제 아들도 죄가 없어요.”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는 루실라는 검투사 감방으로 찾아와 그라쿠스를 소개해 중 터이니 반란을 도모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코모두스는 아들의 생명을 담보로 루실라를 협박하여 모반모의謀反謀議를 밝혀내고 반란세력을 토벌한다. 루실라에 대한 코모두스의 왜곡된 사랑과 막시무스와 아들을 향한 루실라의 사랑이 불러오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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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전투를 앞둔 병사들은 막시무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건 막시무스의 능력일수도 있고 타고난 자질資質일수도 있다.
병사들을 일별하고‘모두들 너무나 야위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장군. 인간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장군과 병사 간에 가질 수 있는 관계성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음이다.
“사람은 항복할 때를 잘 알아야 해.”
“자네는 아나? 나는?”
적이 항복하지 않자 비꼬는 부하에게 막시무스가 독백하듯 질문한 말이다. 그만큼 그는 부하들과의 관계를 인간과 인간으로 만난 사람이다.
삶이 관계라는 점에서는 아우렐리우스 황제 역시 다를 게 없다.
“난 곧 죽어. 막시무스. 죽음이 닥치면 누구나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지. 사람들은 나를 철학자로 기억하게 될까? 전사? 아니면 폭군? 또는 로마를 공화국으로 만든 황제?”
이만큼 인간의 삶에 다른 존재와의 관계성을 절절히 나타내는 대사가 도 있을까.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을 줄 터이니 공화정을 실현하라고 권하지만 이를 거절하는 막시무스다.
“코모두스는 도덕적인 인물이 아냐. 통치는 않되. 자네가 내 아들이면 좋으련만.”
황제와 막시무스, 막시무스와 코모두스, 코모두스와 황제의 관계성이 엉클어지는 순간이다. 아니, 이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관계성에서 이런 엇갈림은 무수하게 많다.
황제를 시해한 코모두스를 용납할 수 없었던 막시무스는 처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수많은 전투경험을 살려 처형 직전에 자신을 죽이려는 병사를 물리치고 탈출한다.
탈출과정에서 부상당하고서도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이미 처자식은 코모두스의 지시를 받은 로마병사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후다. 코모두스와 막시무스의 꼬일 수밖에 없는 관계성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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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능력은 버릴 수 없다.
능력이 있는 자는 그 능력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오히려 그 능력이 화禍가 된다.
“자네가 또 용맹을 떨쳤구나. 장군의 공을 무엇으로 치하해줄까?”
“고향으로 보네 주십시오.”
“……고향이라…….” 
황제가 권력을 넘겨주고자 할 만큼 능력이 충분했던 막시무스는 오직 고향의 아내와 아들에게 돌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그러나 능력이 있으면서도 욕심이 없었기에 코모두스에게 황제를 살해할 기회를 주었고 자신마저 노예 검투사로 전락轉落한 것이다. 그의 능력으로 권력을 향한 욕심이 있었다면 코모두스에게 기회를 줄만큼 어리석게 방치放置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잔류할 거야? 로마로 돌아갈 거야?”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을 거야.”
“농사꾼 막시무스라……, 그림이 안 잡혀.”
“피보단 먼지가 씻기 쉬워.”
코모두스와 함께 게르마니아에 온 ‘팔코 데이빗 스코필드David Schofield분’에게 말해준 막시무스의 생각이다. 그는 늘 돌아가신 부모에게 기도하는 효자이기도 하다. 능력이 출중한 대장군으로써는 지나치게 가정적이라는 게 막시무스에게 닥쳐올 불행의 원인이다.
검투사를 양성하는 프록시모에게 막시무스의 화려한 무술은 로마 콜로세움 진출의 도구다.
반면 노예의 신분으로 황제 코모두스에게 접근해야 하는 막시무스에게는 프록시모의 욕심이 복수의 길을 만들어 준다. 이는 막시무스가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만든 그의 능력이 만들어 내는 필연의 고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에 걸맞은 일을 거부했기에 걸어야 했던 불행 말이다.
코모두스 황제는 군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자신 소유의 막강한 검투사들과 프록시모 검투사들을 대결시킨다. 프록시모의 검투사들을 학살할 셈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대장군으로 빼어난 지휘능력을 쌓은 막시무스는 프록시모 검투사들을 이끌고 황제의 검투사들을 도륙해 버린다.
전쟁터든 아니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은 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인간이다. 막시무스의 그 능력이 콜로세움에서 코모두스와 다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노예! 투구 벗고 이름을 밝혀!”
“내 이름은 막시무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듯이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의 재회.
그러나 황제의 막강한 검투사들을 물리친 막시무스는 이미 민중의 영웅이 되어 버렸다. 막시무스를 살려주라는 민중의 열화 같은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서는 코모두스다. 로마는 곧 민중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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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욕심은 파멸을 불러온다.
황태자 코모두스가 그렇다.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 게르마니아로 가는 마차에서 누나 루실라에게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못하고 떠벌이는 코모두스다.
“후계자를 발표할 생각일 거야. 나 말고 누구겠어? 황제가 되면 제일 먼저 등극을 축하하는 검투시합을 열겠어.”
“난 지금, 따듯한 샤워가 그리울 뿐이야.”
황제가 되고자 하는 코모두스의 목적은 야욕에 불과하다. 일시적으로 야욕을 채울 수는 있으나 야욕만으로는 권좌를 지킬 수 없다.
코모두스는 루시아의 충고를 무시하고 대대적인 검투사 대회를 개최하는 등, 원로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깔아뭉개며 독재자의 길로 치닫는다.
황위를 찬탈한 그에게는 원로원의 정치력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의 야욕이 로마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온 원로원을 적으로 돌리는 자충수를 두게 한 것이다.
아버지를 죽인 후부터 밤을 두려워하는 코모두스에게는 양심의 가책 외에 또 다른 대가가 따른다.
“나도 황제 앞에 서고 싶소. 당신처럼.”
“그럼 잘 듣고 나를 배워. 내가 최고였던 건 빨리 죽여서가 아니라 군중이 날 좋아했기 때문이야. 군중을 사로잡아야 자유가 보장돼.”
“그들을 사로잡겠소. 한 번도 본적 없는 무술로.”
막시무스와 프록시모의 대화다.
드디어 복수심에 불타는 막시무스의 로마입성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야욕을 충족코자 아버지를 죽이고 막시무스의 처자식을 죽였으며 그의 처형을 명령했던 코모두스에게 닥아 서는 파멸의 그림자다.
“난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막시무스가 장악했더라면 로마는 벌써 끝났어. 게르마니아에서 날 속이다니. 놈을 처형했다고 보고 받았어. 황제인 나를 속이는데 어떻게 충성을 기대하지?”
코모두스는 권력의 힘으로 얼마든지 막시무스를 죽일 수 있지만 로마시민들에게 비열하다는 비난을 듣기 싫어 당대 최고의 검투사 티그리우스와 대결을 벌이게 만든다.
사전에 막시무스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해 놓았음에도 막시무스는 천신만고 끝에 티그리우스에게 승리한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면서 막시무스를 제거하고 싶었던 코모두스는 끝내 스스로 파멸로 끌어갈 계획을 세운다. 막시무스의 옆구리를 칼로 찔러 전력을 약화시킨 후 대중 앞에서 자신과 검투대결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막시무스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코모두스를 죽이고 사전에 칼에 찔린 상처 때문에 자신도 죽고 만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거부했던 막시무스와 지나친 욕심으로 순리를 저버린 두 사람의 파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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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역을 맡은 러셀 클로우는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연기자다. 그러나 그는 허무를 바탕에 깐 로마의 대장군 막시무스라는 한 인간을 훌륭하게 창조해냈다.
어느 평론가는 이 영화의 불만스러운 점으로 막시무스의 가족 사랑을 꼽았다. 세계를 호령하는 로마의 영웅인 대장군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애정에 매달리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막시무스가 지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로마의 대장군이라 하더라도 그는 로마에 정복당한 스페인 출신 장군일 뿐이다.
그가 전략과 전투의 귀재라고는 하지만 그건 인간 막시무스가 원했던 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막시무스가 지나치게 가족을 그리워했느냐의 여부보다 역사적인 사실과 어느 정도나 부합하느냐가 나의 관심사이다.
막시무스는 분명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막시무스는 어쩐지 가상인물로 느껴진다. 실재로는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암살한 코모두스의 손을 들어주어 황제가 되도록 묵인했다는 설說도 있으니까 말이다.
코모두스는 황후가 바람을 피워 낳은 아들일 뿐,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아들이 아니라는 설까지 있고 보면 그만큼 그 시대의 사료史料가 부족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코모두스가 결국 루실라와 손잡은 막시무스에게 검투대회에서 패배하여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시무스가 노예검투사가 되었다는 기록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막시무스가 황제를 죽인 코모두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변방의 장군으로 유임됐다가 루실라의 영향력에 의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역사적 사실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과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는 영광과 권력은 허상에 불과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고 외치고 싶었던 것일까.
막시무스와 코모두스가 갈등을 빚었던 AD180년대는 로마제국의 운명이 막바지로 치닫기 시작한 시기였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하고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AD 394년 경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이후 1년 만에 로마는 동, 서로 갈라선다. 코모두스 황제부터 시작된 몰락의 역사가 불과 200여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이 이룬 위대한 로마제국의 역사도 때가되면 사라지기 마련인 것.
로마의 멸망은 외적의 침입 때문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자멸이었다. 스스로 분열했던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이 로마의 파멸을 불러 왔을 뿐이다.
베트남의 멸망 역시 월맹군 때문이 아니었다.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 졌다고 평가받는 것이 베트남전쟁이다. 베트남 국민들이 분열되어 있었고 그 무엇보다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 역시 망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찌하여 우리 아버지 세대가 육탄돌격으로 지켜냈던 자유대한민국이 결국 빨갱이들의 발호와 선동에 세뇌가 된 국민들에 의해 급격히 허물어져가는 오늘의 이 땅이 이 순간 왜 연상되어지는 걸까.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사랑과 미움에 아파하며 끝없는 부침의 세월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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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추락하는 노벨상평화상의 권위.	탈존	2694	2018-03-11

129	내가 이상한 걸까? [3]	탈존	2694	2017-01-08

128	문재인의 치매, 사실처럼 보인다.	탈존	2685	2018-08-06

127	애국과 명예가 무엇인지 모르는 시대.	탈존	2682	2018-05-17

126	‘미라mirra’문화와 영생욕구	탈존	2682	2017-10-17

125	이런 자들이 문재인을 만들었다.	탈존	2679	2018-03-21

124	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는 자격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탈존	2678	2016-12-26

123	빨갱이들은 비열하다.	탈존	2669	2018-08-05

122	이런 일도 있구나.	탈존	2669	2018-03-28

121	국제관계에서는 의리라는 게 없다. [3]	탈존	2669	2017-08-15

120	트럼프 혼자 다하는 건 아니다. [3]	탈존	2668	2018-03-15

119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쓰레기 자유 만사형통 시대. [2]	탈존	2668	2017-01-25

118	못생겨서 자유로운 나.	탈존	2666	2017-11-06

117	성형수술의 왕국	탈존	2665	2017-11-13

116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꺼려도 박수갈채를 보내는 세상(검찰의 중립).	탈존	2665	2017-07-27

115	문재인과 김정은, 그리고 트럼프.	탈존	2662	2018-05-26

114	내가 보기에는 문재인과 그 일당은 더럽다.	탈존	2662	2018-01-31

113	집에 들어온 새 한 마리	탈존	2662	2018-01-26

112	그래도 국민을 믿으라는군.	탈존	2661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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