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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냄비근성.

작성자:

탈존

조회: 3511 등록일: 2017-02-27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신문화적인 중심中心이 약해서인지 선동에 손쉽게 휩쓸린다고 생각했었다.
뭐, 과대망상증 김영삼이나 거짓말의 달인 김대중, 양아치 같았던 노무현에다가 위장전입의 대가 이명박 같은 분들이 대통령을 해먹는 나라니까 그런 분들을 뽑은 국민들의 성향이 냄비근성이 아니면 무엇이랴, 그리 생각하면서도 혹시라도 이런 내 생각이 세상사 있는 그대로 잘 보는 것인지, 아니면 내 생각이라는 프리즘prism을 투과하여 나타난 왜곡된 인식인지 걱정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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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정시대에 독립의식을 지닌 우리 백성이 얼마나 되었는지, 과거 자료들을 검색했을 때, 우리 민족의 본질이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었다.
툭하면 민주팔이들이나 종북반역자들이 친일파가 어쩌느니 떠들지만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들의 기준으로는 당시 우리 백성 90% 이상이 친일파였음을 변명하기 어려웠었다. 하긴 독립군 때려잡던 헌병오장 질을 해먹던 반역자의 딸이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라며 열을 올릴 만큼 후안무치한 자들이 종북반역자요, 민주팔이들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만.
우리 민족에 대한 나의 그런 의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을 때 부터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남베트남 사람들조차도 대부분 외세의 간섭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고 자신들이 지닌 뚜렷한 정체성과 더불어 민족적인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자 그 오랜 세월 투쟁했던 민족답게 손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지닌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그들의 영웅 호지명이 북베트남 지도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다가 전략촌戰略村 촌장과 이야기 나누노라면 뜻밖에도 자기들을 돕느라 목숨 걸고 싸우는 우리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잘 먹든 못 먹든,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터이니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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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 1학기도 마치지 못하고 휴학을 하면서 나이 만 열아홉에 해병대에 지원입대를 했으니 아직은 어린 나이였던 내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말이라고 할까. 하지만 촌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0여년의 긴 독립전쟁을 해왔던 베트남인들과 36년 간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나라와…….
뭐, 꼭 이렇다, 저렇다고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 병사였던 당시의 나는 대부분의 베트남인들과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프랑스와 일본을 보는 시각이 어떠했는지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교하게 되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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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냄비 끓듯 한다.’는 말이 있다.
손쉽게 휩쓸리는 우리 민족성을 비꼬는 말이라고 기억하는데 때로는 그 말이 참으로 적절한 비유라고 느껴지기도 하는 게 문제다.
냄비는 쉽게 끓는가 하면 쉽게 식는다.
당시 자료를 검토해보면 3·1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우리 민족은 극소수 지식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성들이 독립의지獨立意志를 상실하게 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만주벌판에서 활동하는 독립군을 비적匪賊이라 부르는가 하면 일제의 내선일체內鮮一體와 창씨개명創氏改名정책으로 민족정기마저 손상損傷당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유감스럽게도 일부 지식인들마저 일제의 정책에 동조하고 나섰으니 100년을 자국영토에서 프랑스에 대항하여 싸웠고 시골의 민초까지도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하겠다고 말할 만큼 주체성 있는 베트남인들과 어찌 비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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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 민족성은 처음부터 냄비근성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굳이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이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사적인 상황이 냄비근성을 용납容納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에게 냄비근성이 생기기 시작했을까.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역시 왜정시대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들에게는 본토국민이라 하여 1등 국민, 반도인半島人은 2등 국민, 만주인滿洲人은 3등 국민이라 정하고 대동아전쟁 시 식량배급으로부터 사회진출에 이르기까지 민족 간에 분명한 차별을 가했던 일제의 정책에 당시 조선인들로서는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친일을 대가로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고 드물게는 공무원을 하거나 비록 졸병이나마 헌병憲兵, 순사를 해먹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희망 없는 내일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냄비근성의 씨앗이 발아 하게 된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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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좌절 속에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지식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주의사상에 물들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상황에서 당시 유행하던 사회주의는 정신적인 동질감을 얻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일 수 있었을 터이니까.
북베트남의 호지명이 사회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深醉해서라기보다는 2차 대전 직후 서방진영에서는 독립을 호소하는 호지명을 외면하고 소련에서 관심을 보인데다가, 사회주의 혁명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폭력투쟁의 결집력結集力이 베트남 해방투쟁에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으니 당시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사회주의 사상이 유행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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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회주의 사상은 혁명성공을 위한 전략 중 선동을 최우선으로 꼽는다는 데 있다. 해방 직후 북한과 남노당南勞黨의 사회혼란전략의 핵심이 삼단논법三段論法에 의한 민중선동이 아니던가.
선동이란 대상자에게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선동자가 주장하는 논리에 피선동자가 모순을 느낄 기회를 주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동은 대상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희망 없는 왜정시대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사회주의 선동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성품이 냄비로 변화하는 건 시간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인내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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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6·25 때 인민군 점령지에서 벌어졌던 인민재판人民裁判 과정에서 공공연히 벌어졌던 죽창竹槍으로 지주地主들을 찔러죽이던 만행이 냄비근성이 아닌,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
2등 국민으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것이 없는 희망 없는 사회, 즉각적인 호응을 요구하는 선동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냄비근성이 하나의 민족성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닐까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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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우리 역사 또한 냄비근성의 정착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6·25전쟁이 확고하게 냄비근성을 자리하게 만든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전쟁터에서의 삶이란 깊은 생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판단만을 요구하는 환경, 그건 냄비근성의 정착을 의미한다.
6·25 이후의 사회상 역시 냄비근성의 확고한 정착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은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빨리빨리’를 지상최대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했을지도 모른다. 당시는 우리민족의 수 천 년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대명제大命題 앞에서 삶의 질質이니, 자연보호 따위는 사치奢侈에 불과했던 시대였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7-90년대에 이르기까지 새벽별을 보며 출근했고 밤 12시나 되어서야 귀가할 정도였으니 아이들이 아버지 얼굴보기를 일주일에 한번이면 족할 만큼 일에 매달렸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굶주림을 상속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력이 부강해졌으니 개인적인 삶을 희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하겠으나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정신적 강박관념이 우리들의 냄비근성을 부채질 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考慮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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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간 중 뺄 수 없는 요인이 또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일에 매진하고 있는 한 편에서는 김대중, 김영삼 씨들을 필두로 정권욕에 의한 끊임없는 반정부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김대중 씨는 당시 국가보안법의 엄정한 법리에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마치 민주화투사인양 위장僞裝했다지만 급기야 이 땅 한 편에서는 김정일을 추구하는 주사파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이들 종북세력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했겠는가.
사회주의의 전통적인 혁명전략 대로 선동과 거짓, 왜곡의 빤한 수법手法으로 어린 학생들을 유혹했다. 사회경험과 정체성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라면 그럴듯한 논리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는 것.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뺄 수 없는 그들의 조직적 틀 속에서 얻어지는 것 또한 즉각적인 명령수행. 그것은 냄비근성의 정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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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종북좌경에 빠진 사람들이 북한정권의 실체를 얼마나 아는 것일까. 그 사람들에게 그리도 흠모하는 김일성 일가의 치하에 가서 살라면 몇 명이나 좋다고 동의할까. 과연 그들은 박헌영, 여운영의 최후를 알기나 하는 것일까. 또한, 민주화를 부르짖던 김대중의 정체를 알고도 지지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 지지자들 대부분은 동향同鄕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혹은 김대중이 표면에 내걸었던 민주화라는 신기루에 현혹되어 목숨 걸고 광주사태까지 일으킨 건 아닐까.
아니면 김대중을 지지하는 사람 모두가 종북이라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광주폭동 역시 감정에 쉽게 좌지우지되는 냄비근성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말한다면 내 판단이 너무 어리석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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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월드컵 경기 때마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시청 앞 광장에서 열기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획일적인 군중심리를 이해할 수 없어서 당혹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학창시절부터 예술분야와 철학서적에 심취했었기에 획일적인 문화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성품이 만들어져서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서울에서는 광화문에, 심지어 우리 평창군 진부에서조차 오대천 고수부지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너도나도 빨간 티셔츠를 입고 우르르 몰려나가는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내 정서에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걸 과연 애국심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는 걸까?
너무나 많은, 그야말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무리에 참여했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 시각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 눈에는 군중심리에 최면催眠당한 일종의 광란상태나 다름없이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축구에 열광적인 민족인데 어찌하여 K리그 객석이 한산한 걸까. 그 것 역시 ‘냄비 끓듯’이라는 말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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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인들마다 외치는 쇄신문제도 그렇다.
그야말로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소위 쇄신이라면 손뼉부터 치는 사람들 모두가 냄비 끊듯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노인들의 적극적인 투표율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하여 노인복지를 폐지하자고까지 설치는 자들이 있는 나라, 이 또한 매사에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고 표피만 긁는 냄비근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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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냄비근성이 언론의 선동성 거짓보도를 그 진실여부를 따져 자신의 처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분노하고 흥분하여 촛불부터 들고 설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말하자면 냄비근성의 우리민족은 선동에 달 넘어거는 어리석은 종족이라는 걸까.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빨갱이 세력들로서는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여 이 계획을 수립했을 테고 혹시라도 북한 김정은의 지령, 혹은 사드배치로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했던 중국과의 연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의심해볼만 하지만 촛불 든 젊은이들 역시 이들처럼 신중하게 선동성 기사들의 이면을 살피고 촛불을 들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역시 냄비근성에 다름 아닌 성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침착한 면이 있어서 여러 정황을 검토한 후 뒤늦게나마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지만 우리는 우리의 냄비근성을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요즘의 세계정세는 신중해도 대처하기 쉽지 않을 만큼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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