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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이라는 무소불위 프리패스

작성자:

오대산

조회: 5752 등록일: 2016-07-22

왜 안팎에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주목을 받고 있을까? 필리핀 국내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알다시피 마르코스(1917~1989) 대통령이 추방되고 자칭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아키노 정권이 탄생(1986)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부국에 속했던 필리핀은 오늘날 빈곤과 부패가 만연해 있고 폭동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업률은 높고, 인구(약 1억200만)의 약 26%가 하루 1.3달러(약 1513원) 미만으로 살고 있다. 인구의 약 10%는 돈을 벌기 위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 
  
그 이면에 엘리트 통치권세력들이 정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화 운동 바람을 그 세력 중에는 시민 운동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 중 70%가 그 출신인 것으로 조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마르코스의 정적인 베닝요 아키노가 1983년 암살 당하면서 미망인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11대), 이어 그의 아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15대)까지 아키노 3대가 최근 필리핀 정치의 중심에 있는 것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 후임이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와 범죄 근절을 공언했다는 사실에 주목할만 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가지도자와 사법 시스템, 공무원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치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거리에 들끓는 범죄로 필리핀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용기가 필요하다" "적법 절차와 법치를 준수한다는 나의 원칙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고 한다. 그만큼 심각하게 법치가 무너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이후 민주화 운동 세력들이 법치위에 군림한 무소불위가 그만큼 득세한 까닭도 무관치 않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해 흥미롭다. 이른바 386운동권 세력들이 제도권 안에 들어와 '민주화운동'을 무소불위 권력의 프리패스로 만들어 전가의 보도처럼 흔들고 있는 양상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80년대 지강현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절규가 오늘날“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조소까지 난무하는 까닭도 제도권 정치의 주축이 되고 있는 세력의 교만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의미심장한 기사 한 꼭지 하나만 봐도 수긍할 수 있다. 1987년 12월 16일 오전 11시, 이른바 1로(노태우)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후보였던 제13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한창이었던 서울 구로구청(구로을) 투표소가 있던 이른바 '구로구청 사건'과 관련된 기사 내용이다. 투표함 수송트럭 안에서 빵·과자상자 등과 함께 투표함이 발견되자 일부 세력들이 '부정선거 진상 규명'을 외치며 구청을 점거한 사건이다. 당시 신군부가 투표함을 조직적으로 바꿔치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당시 개표 결과 노태우 당선자와 김영삼 후보 간 194만여표의 차이가 커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에 든 4325표(선관위 추정)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고 봉인을 결정했다. 그렇게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됐던 봉인된 투표함이 최근 29년 만에 개봉했다고 한다. 한국정치학회의 제안을 받은 중앙선관위가 내년 1987년 민주화운동 30주년을 앞두고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하고 중앙선관위와 한국정치학회가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투표함을 연 것이다.
  
개봉 결과 선관위가 당시 파악했던 부재자 투표 4325장과 일치했다. 현장에서 허위 투표를 해서 넣은 게 아님은 일단 거의 확인이 된 것이다. 결과는 기호 1번 노태우 후보가 3133표, 기호 3번 김대중 후보가 575표, 기호 2번 김영삼 후보는 404표, 기호 4번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가 130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정 투표를 주장하는 측은 여전히 "부정 투표 의혹은 남아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부재자 투표 결과가 노태우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나온 점을 들었다. 
  
이쯤되면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민주화 운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문제는 교만이다. 적법한 절차와 법치를 흔들고 있다. 이 틈새에서 들끓는 각종 범죄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386민주화운동세력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치세력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부터였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민주화 운동 프리패스'득세도 이때부터였다. 예컨대 '구로구청 사건' 당시 농성 참가자 중 일부가 김대중 정부 들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보상을 받았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과유불급이다. 기가막힐 일은 반국가단체까지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 사면과 함께 보상한 사례도 있다. 2008년 민주화운동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는 사노맹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박기평(50·필명 박노해)와 백태웅(45)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사법부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구성된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유죄판결을 내린 두 사람의 사노맹 관련 활동이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의미다. 민주화 운동이 법위에 군림한 가장 적절한 단적인 사례다.
  
각설하고, '구로구청 사건'이 최근 29년 만에 공개됐다. 결과는 선관위가 파악했던 내용과 일치했다. 단지, 투표함 수송트럭 안에서 빵·과자 상자 등과 함께 투표함이 발견되자 물증도 없이 일부 세력이 '부정선거 진상 규명'을 외쳤다고 이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에게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각인시켜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보상해 주었다. 이런 교만이 또 있을까? 교만은 열등감의 외적 표시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국민의 혈세로 지급된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예와 보상을 원위치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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