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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고스톱.

작성자:

산동거사

조회: 8009 등록일: 2015-02-16

요(遼)나라 도종(道宗)때 야율을신(耶律乙辛)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한미한 집에서 태어났다.
 

요사(遼史)에 의하면 을신의 어머니가 그를 잉태 했을 때 숫양과 싸워 양의 뿔과 꼬리를 뽑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나 점을 쳤더니, 점쟁이는 손뼉을 치며“좋은 꿈입니다. ‘양(羊)’자에서 뿔과 꼬리를 떼면 ‘왕(王)’이 아닙니까? 사내를 낳으면 장차 왕이 될 것입니다.”라고 예언을 했다. 을신이 어느 정도 자란 후 어느 날 양을 치러 갔다가 날이 저물었는데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가 찾아나가 보았더니 풀밭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흔들어 깨우자 을신은 아버지에게 버럭 화를 내며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누가 잠을 깨우랬어요? 방금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누군가 해. 달을 먹으라고 갖다 주기에 달은 다 먹고 해는 반쯤 먹고 있는데 날 깨웠잖아요!‘”라며 신경질을 내는 것이었다.
 

을신의 아비는 아들이 정말 부귀한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라 여기고 그 길로 양치는 일은 그만두게 하고 학업에만 열중 하도록 했다. 이런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자란 을신은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형성해 나갔고 결국 출세를 하여 세력을 크게 떨치자 문하에 뇌물이 끊이지 않았다. 아부하는 사람에게는 천거하거나 발탁하면서 충직한 사람은 배척하고 유배를 보내는 비리를 저지르다 나중에는 황후를 무고하여 죽게 만들었다. 또 태자를 무고하여 폐위시키려고 모의하고 폐출한 뒤 사람을 보내 살해했다. 황제가 그의 간사함을 차츰 알게 되어 외직으로 내보내자 사사롭게 병사를 모으다가 발각되어 처형당했다.
 

요즘 어떤 자의 행동을 보면 마치 지가 대통령이나 된 듯하다. 금년이 양(羊)의 해라든가. 그래서 그랬던지 마치 자신이 야율을신(耶律乙辛)이라는 간신배처럼 숫양과 싸워 양의 뿔과 꼬리를 뽑은 것처럼 행동을 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피난선을 간신히 얻어 타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온 제 아비의 간난신고(艱難辛苦)따위는 이미 안중에 없다. 인간에겐 생물학적 제 아비만 있는 게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분 전 대통령은 국부(國父)나 다름 아니다. 난생 처음 국부님들께 문안드리러 갔으면 정중히 인사 올리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면 된다. 기껏 찾아가 이런저런 참, 지저분한 조건을 다는 것은 국민의 염장을 지르자 거나 얍삽한 잔 대갈빡 굴리기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기는 제 생물학적 친아비의 간난신고도 염두에 두지 않는 자가 국부를 인정하기야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런 얘기도 있다. 진(晉)나라 공자 이오(夷吾: 훗날의 진혜공(晉惠公)으로, 이복형제로서 역시 훗날 춘추5패의 한 사람인 진문공 중이(重耳)와 왕권을 다투는 사이였음.)는 오랜 유랑생활을 한 뒤 돌아와 자신이 군주에 오르기 전 진(秦)나라가 도와주면 진(晉)나라 소유의 다섯 개 성(城)을 진(秦)나라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진목공은 군사를 일으켜 이오를 호송하여 군주에 앉으며 진혜공(晉惠公)된 것이다. 그러나 진혜공은 진나라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성을 할양하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진(晉)나라에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리자 진혜공은 어쩔 수 없이 진(秦)나라에 식량의 지원을 청했다. 진목공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곡식을 지원하여 진(晉)나라의 기근을 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흉년이 든 진(秦)나라가 진(晉)나라에 곡식의 상환을 요구했으나 진혜공은 식량의 상환을 거부했다. 이때 중신 한 사람이 진혜공에게 진(秦)나라에게 양식을 보내 지난번의 은혜를 갚아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간했다. 그때 또 다른 신하 한 놈이 반열에서 튀어나와“예전에 다섯 개의 성을 준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으면서 진나라에 빌린 양식만 갚는다면, 그것은 가죽도 없는데 털을 붙이는 행위와 같습니다. 모피지부(毛皮之附)라는 성어가 태동하는 순간이다. 즉은 중요한 일은 처리하지 않고 지엽적인 일에 매달린다는 말이다.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주는 세비는 꼬박꼬박 챙겨 짱박아 놓고 한 놈은 가야한다 커니 다른 한 놈은 국부님들의 묘소참배를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참배나 한국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비유했단다. 그런데 이놈이 더 웃기는 것은 국민의 염장을 있는 대로 질러 놓고 겨우 간 곳이‘세월호 4·16 가족협의회’가 주축인 도보행진 단에 참가해 전남 진도 팽목항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기 정권 교체를 꿈꾸는 일국의 제1야당 대표와 최고위원이라는 놈이 선후(先後)와 공사(公私) 그리고 경중(輕重)도 모르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며 제 멋대로 노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뭔가 냄새가 난다. ‘가자!, 못 간다!’ 그리고는 동시에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다. 그것도 보통으로 지르는 게 아니라 쓰리고에 피박 따따블을 노리며 ‘못 먹어도 고!’식의 짜고 치는 고스톱 냄새가 난다. 어쨌든 위의 두 고사가 주는 교훈은 제 분수도 모르고 기고만장 하던 놈들의 뒤끝이 결코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중자애 하라고 충고하며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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