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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시대는 끝났다

작성자:

오대산

조회: 7136 등록일: 2014-10-11

공산주의 역사는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났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후 레닌-스탈린-모택동-김일성-폴포트-호지명-카스트로로 계승된 이데올로기로 인한 수천만명 피의 숙청과 공포정치, 인민의 기만과 굶주림, 인간성 말살의 역사가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는 공산당을 선언했던 마르크스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레닌이 죽자 스탈린의 트로츠키와 암투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탈린는 개인 독재를 위해 선배, 동료들을 피의 제단에 올렸다. 당시 트로츠키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권력투쟁 과정에서 그 악명 높은 피의 숙청으로 권력을 장악해 버렸다. 반발하는 자들을 반동으로 몰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공포정치로 권력을 다졌다. 2차세계대전 후 스탈린이 숙청한 사람은 안팎으로 얼추 50만명이 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김일성이 남긴 피의 유산, '주체사상'이란 미명 아래 체제수호를 위한 숙청과 세습정치도 그 연장선에 있다. 
 

북한의 정치체제와 김일성의 권력구조를 보면 지난 1950년대 말 이후 한번도 심각한 도전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공산주의적 전체주의에다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숙청 등 북한식 특유의 운용방식이 가미되어 지속성과 영속성이 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중심에 철권통치, 공포정치, 무자비한 숙청정치가 있었다. 현준혁 등 국내(북한)파, 박헌영 등 남로당파, 김두봉 등 연안파, 허가의 등 소련파를 비롯 정권쟁취 동지들까지 김일성의 재물이 되어 무자비하게 숙청당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스탈린이 죽은 후 스탈린 격하 운동도 스탈린의 피의 숙청의 반발작용이었다. 김일성이 권력을 세습시킨 것도 스탈린의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려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나온 치밀한 정치공작이었다. 북한의 역사는 피의 숙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적 말살과 반대자에 대한 철저한 거세작업으로 얼룩져 있다. 김정은이 행한 숙청작업도 어쩌면 불안심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 등 일련의 숙청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정은 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권력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내기 김정은의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여러 행보에서 몇가지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두려움이다. 두렵다는 것은 준비가 안되었다는 말도 된다. 광폭(狂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어떤 두려움과 공포심에서 일어나는 조건반사 작용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힘을 싣고 있다. 역사상 폭군들의 광란 중심에는 열등감이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성격도 냉혹하고 잔인하며 충동적이었다. 또한 아집이 강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심리와 컴플랙스에 빠진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 심리학자에 의하면 폭군들의 이러한 성향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환경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알다시피 김정일 사망전까지 북한의 권력구조 특징은 강성군부 주도 아래 당과 관료적인 기술이 교합되어 공생하면서 김정일 권력이 다져지는 모양새였다. 이런 정치구도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다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세습기간이 짧았고 지지세력에 의한 권력기반이 다져지지 않았다는 점은 권력암투 가능성을 잠복시키고 있다. 정치, 경제면에서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체제로 가지만 권력투쟁은 시한폭탄으로 남을 가능성이 잠재된 것이다. 김정일이라는 후광의 상실과 군부에 대한 특별한 인맥이 없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족벌,세습정치의 속성상 고모부 장성택에게 의지는 어쩌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강성파 군부의 보이지 않은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장성택 피의 숙청은 자승자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외교관계의 불규칙바운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외교는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극복하는 것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소련(현,러시아)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며 정치 외교면에서 줄타기를 해 왔다. 특히 중국은 매년 10월 25일 '항미원조 전쟁 기념일'로 지정하고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조선을 지원한)전쟁(6.25)'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며 "중국은 북한과 피로 맺어진 우정을 거론할 정도로 혈맹관계를 유지해 왔다. 실제로 한국을 위시해 서방국가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도마 위에 올릴 때마다 그 등뒤에 숨어 보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진핑 시대의 한중관계가 원만하게 흐름과 동시에 북중관계는 상대적으로 미묘한 불규칙 바운드가 감지되고 있다. 오비이락일까? 이른바 중국통이라는 장성택의 처형과 거의 동시에 그동안 소원했던 북한이 러시아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어떤 초조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내기 김정은이 감당하기에 국제사회는 이미 스크럼이 견고하다. 북한은 유엔 제재와 5·24조치로 통치자금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5·24조치는 2010년 북한이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을 침몰시킴으로써 국군장병 46명이 전사한 데 대한 제재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거론한 유엔 연설을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권력세습체제의 반인권성, 반평화성을 질타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간파했을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고립무원은 불보듯 뻔하다. 문제는 장성택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현재 북한 외교력의 한계성이다. 최근 김정은이 안보인 것을 두고 여러 설들이 분분하다. 워낙 비정상 집단이라 예단은 금물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칼로 흥한자는 칼로 망한다고 했다. 장성택 죽임도 그 조짐의 시작일 것이다. 주체사상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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