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젤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가‘열 손 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표현이다. 손가락을 깨물면 당연히 아플 것이나 그 통증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엄지손가락을 깨물어 보니 더럽게 아픈 거다. 다음 손가락 깨물 때는 좀 덜 깨물거나 살짝 깨물 게 되어있다. 결국 깨무는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이런 식으로 하면 마지막 열 번째는 아예 깨물지도 않고 아홉 손가락이 아팠으니‘이것도 아플 것이다’라고 단정을 해 버린다. 이것이 열 손가락에 감추어진 비밀이요 비리(?)인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슬하에 모두 7남매가 있지만, 형제자매 간 우애가 그다지 깊지는 않다. 원수나 척을 지고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보편적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다지 왕래가 잦지도 않고 기제사나 명절에만 얼굴을 볼 수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이런 게 다 부모님의 가정교육이나 편애에 의한 결과라고. 아들이라고 더 귀여워하고 그 중 장남이라고 아니면 막내라 더 귀엽다면 나머지는 뭔가 말이다. 뭐, 하긴 각자의 가정이 있고 먹고살기 바쁜데 그나마 제사나 명일 때 만나는 것도 어디냐고?
3남매를 모두 혼인을 시키고 그런 얘기를 가끔 한다. “너희들은 정말 돕고 살아야 한다. 너희 중에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물질 적으로 꼭 도와야 한다.”그러면 돌아오는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걱정 마세요. 아빠!”그러나 말과 행동이 여일 할지 그건 모르겠다. 아비나 어미 앞에서 듣기 좋으라고 립 서비스를 하는 건지도....
산골의 가을이 깊어 가려고 한다. 가을걷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데 어디선가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그런데 전화가 좀체 끝나지 않는다. 혹시 내가 들을 새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나직이 주고받는다.‘아니? 저 여편네가 뭔 전화를 저리오래? 나 몰래 사귄 놈팽이랑 정담이라도 나누나?’10분은 족히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누구야? 뭔 전화를 그리 오래해?”,“으~응! 선이”,놈팽이가 아니니 안심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긴 통화에 불만이 좀 남았다. 하여 약간은 볼 맨 소리로“선이가 왜?”
둘째딸 아이 내외가 쌍둥이를 데리고 캐나다에 근 5개월을 있다가 돌아왔다. 아직은 정식이민이 아닌 정식이민을 가기 위한 점수 쌓기 일환으로 다녀온 것이다. 딸아이도 그러하지만 사위도 당장 직장을 구해야 한다. 이민을 가기 전까지,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쌍둥이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좀은 답답하다. 어째서 저토록 조건도 닿지 않는 이민에 목을 매는지...??? 그러나 죽어도 가겠다는 데야 어찌할 방법이 없다. 어떨 땐 나 자신이 밉다. 이놈의 블로근지 GR인지 때문에...후회가 막급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민을 갈 때까지는 사위도 직장을 구해야 할 것이나 사위가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아들놈의 가게에 제 누나의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저희끼리 약속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돌아와 본 즉 동생의 가게에서 일하기가 좀 거시기 했던지, 여러 생각 끝에 대출을 받아 직접 가게를 열기로 합의 보고 그렇게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제 누나가 굳이 직접 가게를 차리겠다니 그동안 근처에 몫이 좋은 가게 터 또 보증금 월세 시세를 열심히 알아들 본 모양이다. 그리고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아들놈은 제 누나에게 지가 얼마간 여유가 있으니 굳이 대출 받지 말고 그냥 가져다 쓰라고 제안 했다는 것이다. 단, 떼먹지는 말고.....
“망할 놈의 여편네 같으니....이리 좋은 소식을 자기 혼자만 알고, 그렇게 긴 전화질을 하며 괜히 놈팽이랑 통화하는 줄 오해를 받아!?”(이건 오직 속으로만,,,,)천등산 자락의 가을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다. “진이엄마!(진이는 큰 딸아이다. 38년 결혼생활 중 난 아직 여보당신 소리를 한 번도 못해 봤다.)우리 애들 교육 잘 시켰지?”,“치~이!”살짝 웃으며 들어내는 마누라의 치아와 가을 하늘이 더 푸르고 예쁘다. 그래서 행복한 가을이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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