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마누라는 내가 노는 꼴을 못 본다. 이거 좀 하자! 저거 좀 해주세요! 내가 컴에 앉아 썰 푸는 것을 꼭 새벽에 하는 버릇은 순전히 마누라 때문이다. 대낮에 컴 앞에 앉아 있으면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한숨을 오르까시 내리까시 쉬며 골통을 부린다.
그런 마누라와 대판 하고 싶어도 뭣이든 먼저 일을 시작하고 일을 만드는데 사나이 대장부가 가만히 뒷전에서 앉아 놀고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암튼 우리 마누라 별난 데가 있다. 가령 비가 와서 밭에 못 나가면 가만히 있는 가구라도 옮겨 보는 것이다. 어떨 때 남자인 나도 옮기기 힘든 거를 어떻게 옮겼는지 나더러 보라고한 후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아이~ 참! 나를 부르지 왜 이런 걸 무리해!?”하며 짐짓 생색을 내지만 정작 나 더러 옮기라면‘가만히 있는 걸 왜 또..’라며 짜증을 내거나 심하면 뿔따구를 내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 걸 빤히 아는 마누라...그래서 가급적 몰래 그런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한 편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누라의 그런 바지런함이 참... 거시기 두 쪽밖에 없는 내게 시집와서 이만큼이라도 일구고 노후를 편히 보내는지 모르겠다. 일을 빡세게 돌리는 거 빼고...
오늘만 해도 그렇다. 무슨 대농도 아니면서 일곱 시에 아침을 차려 놓고‘식사 하세요!’를 노래한다. 한참 페이스북에 썰을 풀고 있는데...“응~! 조금만..”이 표현을 세 차례 정도 했나? 서재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더니“아~! 밥 먹어욧!”세 번씩이나 같은 답을 할 때부터 조금씩 불안 했었는데...그래도 갑자기 노크도 없이...나 역시 성질 이빠이 나서“아니~! 이 여편네가 이게 뭐하는 짓이얏!”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어쩔 수없이 하던 썰 질을 멈추고 식탁 앞에 다소곳 앉을 수밖에. 밥맛이 있을 리 없다. 먹는 둥 마는 둥 두어 술 떠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얼른 서재로 달려와 중단 된 썰 질을 계속하는데 이번엔“나 밭에 나가요~!”란다. “아이~ 참! 자기 왜 그래!? 오늘 일요일이잖아~! 오늘은 좀 쉬자!”그랬지만 그 말이 안 통한다. 시계를 보니 여덟시다.
내가 천등산 자락으로 내려 온 걸 가장 후회할 때가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마누라가 저렇게 스스로 앞장을 서니 어떻게 안 나갈까. 미치겠다. 다시 한양으로 올라갈까? 그러나 말이 쉽지...
에라~! 모르겠다. 며칠 전 로타리 쳐 놓은 문전옥답 농사 준비나 하자. 약 1시간?? 제법 정리가 됐다. 땀을 흘리며 헉헉거리는 내게 마누라“물 좀 마셔요~!”라며 광천수 한 병을 건넨다.
이 맛에 또 마누라랑 사는가 보다. 여보! 마누라 사랑해~! 근데 제발 나 좀 너무 빡세게 돌리지 말아줘!! 솔직히 지금 삭신이 쑤신다.
<사진>
1. 로타리 쳐 놓은 문전옥답
2. 우리 집 지킴이들
3.냉이 캐는 마누라
4.작년 늦가을 심어 놓은 마늘.
5.올해 고추 심을 비닐하우스(바람에 비닐 다 날아감)
6.마누라 성화에 못 이겨 밭고랑 작업 완료.
저 작업 끝내고 지금 샤워하고 썰 질 하고 있음.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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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없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드는 환풍기로 변신하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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