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에서 오늘 강추위가 밀려온다고 워낙 겁을 주기에 잔뜩 긴장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춥지 않습니다. 뭐, 엊저녁 잠자기 전 잔뜩 집어넣은 화목 덕도 있겠지요. 대신 하도 요란히 바람이 징징대기에 창을 열어보니 제법 눈이 쌓였습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눈’을 보니 갑자기 온갖 상념이 떠오릅니다. 작년 까지도‘눈’은 제게 아픈 추억뿐인 존재였습니다. 특히 군 복무 시 전방에서 눈만 오면 글자 그대로 하얗게 밤을 새며 제설 작업을 해야 했거든요. 당시 어쩌다 눈이라도 분분이 내리면 경끼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집이 북한산 지류 중턱에 있습니다. 눈이 내리면 언놈이 나와서 눈을 좀 치워야하는데…돕는 놈이 없어요. 그런 즉 눈만 오면 지겹고 한심할 수밖에요.
그런데 한 가지는 눈만 오면‘크리스마스’가 연상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네요. 크리스마스…..아주 먼 옛날 추억의 크리스마스….한 갑자 훨씬 전의 크리스마스를 추억해보려고요.
너댓 살 때의 기억입니다. 당시 아버지는 피난길에 환도를 하지 못하고 상주읍사무소임시직으로 근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저희 집은(지금은 그 동네가 무슨 동네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성공회성당’건너편에 살고(전세인지 사글세인지는 모르겠고…아! 집주인이 자주와서 채근 했던 것으로 기억되니 사글세가 맞을 거다.)있었는데,,,저는 지금도 무신론자 이지만, 당시에도 교회나 성당(나이 어린 탓도 있지만…)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꼭 성당엘 갔었지요.
하다못해 팔 굽이 헤지거나 올이 풀린 게샤쓰(요즘의 니트웨어?)라도 얻어 입으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지금 기억으로 두 해를 그곳에서 살다가 다시 학령기가 되어 학교 뒷동네’서문동(이것은 확실함)’으로 다시 이사를 했었습니다 .서문동에 살 적에 입학식을 했었으니까 기억을 하는 겁니다. 아! 얘기의 핀트가 어긋났군요.
성공회가 있는 동네에 살적, 그러니까 마지막 해 였습니다. 그 해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자(아마3-4일전)성당엘 갔습니다. 뭐 솔직히 얍삽한 짓이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구호물자든 무엇이든 하나라도 얻어 와야 할만큼 어린마음은 절박(?)했습니다. 요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땐 정말 엄청 추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추위의 강도가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먹지 못한 시절이라 속이 허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교회를 나가서 구호물자를 얻어야하는 그 절박함은 어쩌면 제 스스로 느낀 동물적 보호본능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샤쓰(니트), 구레빠(확실한 의미를 모르겠음), 몸이 허약하셨던 우리 아버지 같은 양반 두세 명은 족히 들어갈 미군이 입다 보낸 사지양복바지라도 하나 얻어 걸리는 날은 요즘말로 치면 대박 나는 겁니다. 그 어마어마하게 큰 사지쓰봉을 가져오면 어머니는 미싱이 있는 이웃집으로 가셔서 저와 형님에게 멜빵이 달린 바지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지요.
그해(성당을 갔던 마지막 해)도 역시 그 무엇 하나를 갈구하며 성당을 갔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며칠 남았고…성당에서 이런저런 찬송가 동요 그리고 율동을 배우고 며칠 뒤의 행운을 그리며 신발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제 고무신이 없는 겁니다. 그 고무신은 며칠 전 어머니가 장터에서 사온 새 고무신이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울고울고 또 울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눈이 소복이 왔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성당엘 갔었거든요. 사실 양말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전구를 끼우고 깁고 기운 양말마저도 다 떨어져 신을만한 양말마저 없었던 겁니다. 결국 맨발로 눈밭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러니 너댓 살의 어린놈 마음에 아니 그 시린 발 끝의 추억이 좋기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눈만 오면 어릴 적 그 잔상이 저를 괴롭힙니다.
그런데 저를 더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새로 사준 고무신 잃어버렸다고 어머니로부터 디지 게 맞은 그 기억. 그것….우리 엄마는 괜히 나만 갖고 그래!!! 신새벽에 일어나‘눈’을 보고 횡설수설 했습니다.
BY SS8000 ON 12. 3, 2012 씀.
사실 지금 바깥에 눈이 와 있습니다. 이곳 산골은 아직 칠흑입니다. 아직 현관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날이 밝으면 나가서 사진 몇 장 찍을 계획입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소음 없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드는 환풍기로 변신하는 마술
게시물 삭제요청방법
Copyright(c) www.nongak.net
tapng97@hanmail.net
연락처 : 010-4696-7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