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치의 정짜도 모르는 놈이 너무 그 쪽에 가서 기웃거렸나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모른다고 아주 도외시 할 수만은 없다. 이러는 나 역시 정치라는 괴물 쪽으로는 고개를 돌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그 괴물과 맞닥뜨리는 계기(?)가 있었고, 그 후로 열성적으로 종북좌빨이 얘기하는‘수구꼴통’이 되고 만 것이다. 입에 담기조차도 송구한‘수구꼴통’이 된 사연은 차후로 미루고....
나라가 어지럽거나 말거나 세월은 간다. 기간 채동욱 사태가 몰고 온 정국의 먹구름이 가을장마까지 몰고 오며 며칠 간 극성을 부리더니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이젠 이곳 천등산 자락이 연일 쾌청하기만 하다. 지난날 이곳은 화전민촌 일만큼 땅이 척박하여 논농사는 별로 없다. 특히 우리 마을 쪽은 특별한 산물이 없고, 몇몇의 과수 농가를 제외하고 주로 봄이면 감자 가을이면 고추나 콩 그리고 제천의 특산물인 약초재배 농가가 다수이다.
그런 중에서도 우리 마을의 정말 자랑은 축산농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3년 전까지도 젖소를 기르는 축산농가가 있었고 그 집 때문에 여름철이면 파리가 온 동네 창궐을 했고, 그 농가가 생기기 전까지 지나다니며 손으로 떠먹을 만큼 깨끗하던 개울물이 폐수방류로 인해 하급수로 변했지만, 재작년 웃돈을 얹어 주며 사서 아예 축사를 헐어버리고 청정마을로 만든 것이다.(은근히 기념비석이라도 하나 기대 했는데...^^;;)

금년 봄에 처형을 위해 고구마 2만 포기를 심었다는 사진 상의 밭이 바로 지난 날 축사 부지다.
이곳에 처음 내려 올 때는 겨울이었으니 잘 몰랐는데 첫여름을 맞으며 파리가 많은 원인이 축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마침 교섭이 들어오기에 시세보다는 웃돈을 얹어 주고 내 보냈으니 굳이 마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된 거 아닐까?


이제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다. 아침마다 자욱한 안개가 천등산 자락을 휘감는다.
그러나 사실 진짜 우리 마을이 좋은 것은 좋은 이웃들이다. 언젠가 새로 부임한 면장님과 독대를 하여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시건방진 공무원이 아닌 정말 농촌마을을 사랑하는 양반이다.(자신도 영농을 하고 있는...) 뿐인가? 우리 마을 이장님도 정말 열심히 마을 위해 일을 하는 양반이다. 어떤 개인적 감정 때문에 서먹서먹하고 탐탁지 않은 친구였는데 마을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난 그만 반하고 말았다.(사실 이런 친구가 정치를 해야 하는데...)

작년 꼭 이맘 때 조경석 돌쩌귀에 심었던 국화가...


금년엔 국화 숲(?)을 이루었다. 요즘 한창 만개한 국화.
귀촌을 하기 전 이장이 하는 일은 마을 사람들의 심부름꾼으로만 알았는데, 유능한 이장은 면사무소를 꼴방구리 쥐 드나들듯하며 마을의 발전을 위한 동기와 꺼리를 열심히 물어온다. 마을은 한결 깨끗해지고 마을주민들의 화합과 우의는 그가 이장으로 취임하기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래서 나는 이런 친구가 지평을 넓혀 정치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한동안 돌보지 않은 비닐하우스엔 황성 옛터 같이 방초만 푸르다.
얘기가 좀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아무튼 면장도 이장도 그리고 이 반장 형님도 마을을 위해 애 쓰는 모습에 면민으로서 또 동민으로서 기분이 좋다. 나라도 이러면 국민으로서 얼마나 좋을까? 언제 쯤이나 천등산 박달재 산골 만큼이나 나라가 평화로울까?

이것 저것 지천으로 널려 있어도 먹을 사람이 별로 없다. 서울 아이들에게 열심히 보내 주어도 남아 돈다. 우리 집 것은 진짜 유기농이다. 하늘을 두고 맹세 하지만 농약 한 번 안 줬다. 왜? 게을러서...
아무튼 바야흐로 천등산 자락의 가을은 짙어 가고 조만간 향기 또한 그윽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