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초대’라는 제목을 그려넣고 보니 아직도 내 마음이 쪼깨 거시기하고 불편하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있다.‘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은 멀리 떨어져 소통 안 되는 열 친척 부럽지 않은 행운이라고…’여태 살아오며 그런 이웃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있었던 것 같기도 아 닌 것 같기도….그런데 개울 건너 앞집이PD네는 확실히 장담하건데‘좋은 이웃’이다.
‘좋은 이웃’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정확한 답을 못 내리겠다. 분명한 것은 산골의 밤이 깊었는데 이PD네 집에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면(서로 간 서울 집에서 내려오지 않은 경우)섭섭하고, 방송국 일로 바쁜 사람을 한 일주일 정도 못 보면 궁금해서 별 일 없냐고 전화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특별한 음식이라도 있으면 대접을 못해 안달이 나고, 아무튼 조건없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해 주는 가운데 이PD네와는‘좋은 이웃’으로서 자리매김을 했다.
사실 이곳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이PD의 도움이 컸다. 덩치는 남산만하고 손 하나가 솥뚜껑같이 어마어마하다. 그기에 유도가 공인4단이라니…어떨 땐 삼국지의 장비같은 사람이고 전생에 아무리 못했어도 큰 전투에 선봉장 정도는 충분히 했을 것 같은 그다. 그런 그가 가끔 들려주는 지난 얘기로는 지독히 배타적인 화전민촌 이었던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백안시 하는 이웃들의 눈초리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술 처먹고 헤롱거리는 몇 놈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난 뒤부터 이곳의 생활이 부드러워지고 편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
그가 이곳에 온 것은14-5년 전이라고 했다. 그 역시 정년퇴임을 하면 귀촌을 하려고 전국을 섭렵(?)하다가 나처럼 이곳에 필이 꽂혀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재미 난 것은 그 집안의 내력이다. 그의 부인이70년대 국민가요였던‘산까치’,‘방울새’등등을 고교시절에 작사를 했고,‘영시스터스’라는 보컬을 한 가수였다. 그리고1녀1남을 두었는데 딸아이가 현역 미군으로 복무하며 지난23일(2012/11/23)까지 용산에서 근무하다 며칠 전 본국(미국시민권자)으로 돌아간 것이다.
오늘의 얘기는 이PD의 딸내미가 본국으로 돌아가기 열흘 전쯤이었을 때에서 시작된다. 비록 미군이라고 하는 특수(?)신분이라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으니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리할 수 없다며 딸아이가 애틋한(?)마음을 가지고 향후 제 부모가 살아나갈 이곳으로 그날 온 것이다.
이PD네와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외식을 하거나 특별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날 서로 간에 꼭 교차해서 대접을 한다. 가령 청요리(짜장면)를 우리가 사면 다음에는 이PD네가, 이PD네서 무슨 별난 음식이라도 만들어오면 빈 접시를 되돌려 보낸 적이 없었다. 설령 준비 된 것이 없어 빈 접시를 보냈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다시 청요리를 대접하는 식으로. 비록 방송국 고참으로 연봉이 쎄 다고 하지만 그래도 월급쟁이 보단 내가 좀 더 낫다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원수는 그때 그때 갚아야 백 년 한으로 남지 않는다며 그들은 막무가내이다.
이PD의 딸내미가 이곳으로 내려오던 날, 그 아이는 양팔에 미군들이나 즐겨할(먹을)진귀한 것들을 무겁게 들고 인사차 우리 집엘 들렸다. 예상치 않은 의외의 선물(먹거리)을 잔뜩 받았으니 그냥 지나치면 우리 가문의 수치 아니겠는가? 마침이PD의 딸내미는 친구 둘을 대동하고 왔기에 난생 처음 먹어 본다는,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한방요리 집으로 데려가 거하게 한 턱을 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이PD네가 아니다.
‘좋은 이웃’,그렇게‘좋은 이웃’인 이PD네도 두 가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 약점(?)이있다. 첫째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늘 술병을 옆구리에 차고 있다. 매 끼니마다 반주가 곁들여진다. 결국 반주가 거나하게 술판으로 변하고. 가급적 사양을 해 보지만 어떨 때 분위기에 휩싸여 그만 나도 취하고 만다. 오래 살려면 이러면 안 되는데….둘째 지독히 매운음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데다‘산까치(아! 소개가 늦었다. 이곳 주민들은 이PD부인의 호칭을 이렇게 한다.)’역시 고추에서 추출되는 매운맛의‘캡싸이신’예찬론자다. 어쩌면 이PD의 매운맛선호도는 그녀의 예찬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유추된다. 어느 정도인가하면 면소재지에 정말 청요리를 맛나게 하는 중국집이 있다. 이 집의 짬뽕국물은 나 같은 놈은 아예 입에 댈 수도 없을 만치 맵기로 정평이 나있다.(멋모르고 삼선짬뽕을 시켜 한 젓가락 먹었다가 그 다음 날까지 오토바이를 탈 정도로….)그런데 이PD는 이 청요리 집을 갈 때 따로 자신이 만든 청양고추가루를 지참(?)하여 먹을 정도다. 나도 알고 보면 위암수술 이전엔 청탁불문, 두주불사에 맵지 않은 낙지볶음이나 주꾸미 또는 불닭 아니면 안 먹었지만….
‘산까치’는 연예인 출신 치고는 정말 알뜰한, 단돈100원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알뜰女다. 위에서 밝혔지만 우리는 쌍방(이웃)간에 교차해서 대접을 한다. 대신 나는 가급적 매식(買食)을 주로 유도하는 편이라면 이PD네는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는 편이다. 따지고 보면 같은 금액이라도‘산까치’의 방식이 합리적이고 더 정성이 깃든 것이기는 하다.
가령 우리부부가 소문난 맛 집을 알아내서 맛난 음식을 대접하면 그네들은 딸아이가 근무하는 부대에서‘T-bone스테이크’,‘별난 치즈’,‘햄, 포크’,‘쏘시지’등등….시중에서는 별로 맛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로 꼭 보답을 해준다. 내가 특별히 고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는 별로 불만이 없다. 또 이PD가 아무리 술을 좋아하여 내게 술을 권해도 두어 잔 마신 후 완곡히 거절하면 더 이상은 술을 권하지 않는다. 이 또한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식성 또한 다른 것이다. 또 각 가정마다 해 먹는 음식이 다르다는 건 불문가지다. 내가 이PD에게 가끔 불만을 가지는 것은 서로 간의 식습관 때문이다. 나는 젓갈이나 비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젓갈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PD네 음식은 젓갈범벅이고 심지어 젓갈 몇 점은 아예 밑반찬으로 나온다. 스테이크, 쏘시지 등등은그래도 먹을 수 있지만,그렇지 않은 경우 대개가 지독히 맵거나 비린 것뿐이다.
BY SS8000 ON 12. 1, 2012 씀.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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