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국 텍사스某대학의 교수이시자 석학이신(거짓말 안 보태고…)유某박사님 내외분께서 이곳 천등산 자락을 깜짝 방문해 주셨다. 그 놀라움과 반가움이란…???우연히 나의 졸썰을 보신 게 인연이 되어 가끔씩 지면상으로만 소통을 해 온 터였는데, 얼마 전 볼 일 때문에 잠시 귀국을 하셨기로 마침 약간의 한가로움을 틈 타 누옥을 방문하신 것이다. 미거한 놈을 위해 거의 하루를 할애하시고 저녁이 되어 올라가셨는데….상경 길의 고속도로 트래픽 때문에 생각 보다는 늦게 무사히 목적지에 안착을 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진>
요 놈은 비싼’잣’한 톨이다.
사실 낮잠을 꼭 한 시간 정도 자야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유박사님 내외분의 깜짝 방문과 무지한 이 몸에게 많은 가르치심과 대화로 인해 낮잠을 자지 못했다. 저녁식사를 하시고 천천히 올라가시라는 간청을 뿌리치며 두 양주분이 떠나자 이루지 못한 낮잠 때문에 머리가 몹시 무거웠지만 그래도 저녁 뉴스 시간까지는 버텼다. 뉴스를 보는 가운데 잠시만 눈 좀 붙인다는 게 그만…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평소의 습관 대로면 하루치 자야 할 잠을 다 잔셈이다.
요놈은 비몽사몽간에 본’잣’이다.(나는 안주를 잣이나 호박씨로 한다)
아주 오랜 된 썰을 하나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예 찾아냈다. 아래의 얘기다. 있는 그대로 옮겨본다.
40년 가까이 산 본가(本家)가 있던 가회동은 지금이야 북촌관광지구로 책정이 되어 각광(?)을 받고 있지만, 90년대 이전까진 소위 한옥보존지구로 구분되어 증. 개축을 할 수가 없었다. 명색이 한옥(韓屋)이기는 하지만 다닥다닥 게딱지처럼 붙어있는 허술한 고가(古家)도 많았다.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주민들의 원성이 자못 높을 때의 얘기다.
아시겠지만 허술(?)한 목조기와 한옥에는‘쥐(鼠)’들이 꽤나 많았다. 옆집 영희네 쥐가 다음 집 철수네로 또 그 옆집 원순이네로 비자도 없이 검문검색 한 번 걸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민폐가 자심 할 때이다. 여름이 한참 무르익는 계절이었다.
아~아~악!!!!단말마의 비명과 연이어 분 한 건지 억울한 건지 모를 여인네의 호곡(號哭)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바람에 새벽단잠을 자던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단말마가 비몽사몽간에도 신혼이었던 내 아내의 목소리라는 것을 직감했었기 때문이다. 급히 아랫도리를 챙겨 입고(?….)마당으로 뛰어가 보니 그때까지도 아내는 쪼그리고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서럽게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신혼이니 만치 다정하게 어깨를 살포시 잡아주며….
나: 자기야~왜 그래? 으~응?
마: (대답도 않고..)으~으~…흑~흑~…..
나: 아~왜 그르냐니까?
마: (역시 대답 무, 아예 마당에 두 다리 쭉뻗고 어린애처럼 발을 부비며..)엉~엉~으~으~
나: (아무리 신혼이지만 약간 성질 오름. 한 옥타브 높여서…)아~ 왜 그러냐구~~???
마: (대답대신 마당 한 쪽에 있는 대형주전자를 가리키며…)쥐가…쥐가…엉~엉~~
아내의 손가락질에 나는 천천히 주전자 가까이로 가서 주전자를 들고 속을 살폈다. 그 순간 나 역시“엄마야~!!!”의 단말마를 지르며 주전자를 힘껏 던져 버렸다.(주: 난 지금도 이 장면을 연상하면 아내 앞에서 싸나이 답지 않게 나약함을 보여 주었던 게 천추의 한(恨)으로 남아있다.)각설하고…..얘기의 내용인 즉, 이렇다.
당시 우리부부는 살림을 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했었고, 칠 남매 중 한가운데인 내 위로는 모두 출가를 한터이며 동생들 그리고 우리부부 일곱의 대식구가 때로는 아옹다옹 했지만 평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계절적으로 여름이 무르익을 즈음 식수(食水)수요가 많은 계절이다. 당시 엔 대형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여 다시 페트병에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마시고 했던 것이다. 워낙 식구가 많다 보니 그 대형주전자에 끓인 보리차가 하룻밤만 지나면 바닥이 나고 했었다.
그 사단이 일어나던 날 아침에도 아내는 새로운 보리차를 끓이기 위해 주전자를 들어보니 아직 묵직하여 나머지를 페트병에 옮기는 과정에서 주전자의 무게는 남아있는데 보리차는 잘 나오지 않기에 보리차 주머니(티백)가 주전자 안쪽의 구멍을 막고 있는 줄 알고 주전자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거짓말 좀 보태서 고양이 만하게 살이 통통히 오른“쥐”한 마리가 두 눈을 하얗게 뜨고 자결(사실은 자결인지 사고사인지 모르지만….)한 것을 목도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기술하면…보리차를 끓인 후 뚜껑을 열어 반쯤 걸치고 식히는 과정에서 세상을 비관한 서생원께서 몸소 팽(烹)을 하신 거다. 결과로 온 가족이 몸보신을 한 것은 일러무삼하겠는가?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라 하지 않든가.
벌레씹은 표정이라는 말이 있다. 난 아직 이런 표정을 보지 못했다. 어떤 모습일지 솔직히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러나 난 조금 전 그 벌레를 직접 씹었다. 내가 씹었으니 그 표정을(벌레 씹은…)알 수 없다. 그렇다고 그 표정을 그대로 하고 거울까지 달려갈 여유는 더욱 없다.
비싼’잣’과 비몽사몽간에 본’잣’을 동시에 찍었다.
아무튼 잠시만 눈을 붙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갈증 때문에 잠을 깨고 말았다. 비몽사몽간에 주방의 불을 켜고, 컵을 찾고, 물을 한 잔 따라 마시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순조롭게 진행 된 절차(?)를 마치고 막 돌아서려는데 싱크대 바닥에‘잣’이 한 톨 떨어져있다. 비록 잠결이지만 아까운 생각이 든다.(잠결에 잘 안 먹는데..비싼‘잣’이라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살짝 집어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씹었다. 그런데‘잣’답지 않게 입안에서 무언가 액체 터지는 느낌이 온다. 어라!‘잣’이 맛이 갔나?’잣‘맛이 이상하다?그러고 보니 그놈의 맛이 간’잣‘을 입안으로 털어 넣을 때부터 감이 이상 했었다. 약간 물컹한’잣‘같았다. 그때서야 이건 잣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며 맛이 간’잣‘을 뱉었지만 형체도 없다.아~! 그래! 내가 벌레를 씹었구나. 후회와 대오각성의 공통점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온다는 거다. 비록 잠결이지만 좀 더 진중했더라면…그’잣‘한 톨이 무엇이관데…..얘기는 이랬다.
지난 가을 울안의 밤을 도둑맞고 남은 알밤을 주워 온 걸 그냥 주방에 방치해 두었다. 사진 상의 밤은 알그락 달그락 소리가 날 정도로 말랐다. 지난 밤(夜)사이, 저 밤(栗) 사이에서 밤벌레가 기어 나와 천연덕스럽게 싱크대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나는 엊저녁 먹다가 흘린’잣’으로 착각을 했고 아까운 나머지 냉큼 입으로 털어 넣은 것이다. 퉤~! 위의 사진 상의 가짜’잣’은 밤의 무리에서 다시 찾아낸 놈이다.
유 교수님 내외분이 상경을 하고 나는 저녁식사를 마친 뒤 뉴스를 보며 와인을 한 잔 하며 안주로‘잣과 캐슈넛’을 택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톨의‘잣’이 싱크대에 떨어진 걸 몰랐고, 목마름에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아깝게 분실(?)한‘잣’한 톨을 발견하고 생각 없이 입안에 털어 넣은 것이‘잣’이 아니고 벌레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게 벌레라는 것을 알고야 어떻게 씹겠는가. 그렇지만 난 아직도 벌레 씹은 표정이 궁금하다.
벌레를 씹고 잠이 확 달아나 횡설수설했습니다. 그나저나 마누라는 식식거리고 자는데 나머지 이 기~인 초겨울 밤을 어찌할꼬?
BY SS8000 ON 11. 3, 20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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