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이든가? 대문의 벨이 울린다. 현관의 모니터를 보니 생면부지의 아가씨들이다. 某방송국 직원이란다. 일단 문을 열어주고 찾아온 목적을 물으니 집을 빌려 달란다. 무슨 연속극인지 아니면 단편 프로인지 그랬다. 물론 응분의 사용료는 지불하겠다며. 그런데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정중히 사양하며 돌려보냈다.
작은딸 내외가 쌍둥이를 데리고(하긴 이제 쌍둥이 볼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해외로 떠나며 집이 비었다. 가끔씩 올라가 집안을 돌보긴 하지만 빈집이나 다름없다. 천등산 자락에서 한참 고추를 따고 있는데 손전화가 깔딱 넘어가는 소리로 울어댄다. “여보세요!?”,“아! 접니다. XX부동산.”,“아이고! 어쩐 일로,,,?” 집이 비어 있기에 전세든 월세든 좀 내달라고 부탁한 부동산 사무실이다. 근데 워낙 덩어리가 커(가격이 높은지?)서 그런지 왔다간 그냥 간다. 그렇다고 싸구려로 낼 수도 없고...사실은 아래위층으로 나누어 아래층은 딸 내외와 쌍둥이가 돌아오면 전처럼 그냥 살아야 한다.
“누가? 임자가 있습니까?”,“아니! 그게 아니고요! 방송국에서 집 좀 빌려 달라는데...”라며 말을 끈다.“방송국에서요?”,“빈집을 찾는데 딱 일주일만 빌려주면 xx원을 준답니다.”빈집? xx원?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일주일에 그만한 금액이면 더구나 집도 비어있고....그렇지 않아도 딸 내외와 쌍둥이가 돌아오기 전 새롭게 도배를 해 주고 싶었는데 아래위층 도배를 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이게 웬 떡?

올 봄에 찍은 것이다. 마당의 화단을 방치 했더니 한마디로 개판이 되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서울 집의 가구들을 이곳 천등산 자락으로 몽땅 내리고 이사를 할 생각이었다. 딸 내외 사는 동안은 어쩌다 올라가면 되고 방하나 쯤 비워두면 될 것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구두로 내락을 하자 방송국 담당PD가 찾아오고 집이 맘에 든다며 당장 계약을 하자기에 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이사준비를 하려니 담당PD는 가구를 그냥 둔 상태에서 보완 할 것 하고 세트를 꾸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대로 일주일치 촬영이 끝나고서야 서울 집을 가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올라가 보니 화단을 아주 멋지게 정리해 주었고, 더불어 청소까지 했다. 집 이용료 받고 화단정리에 청소까지.... 뭐 다른 프로 없을까? -.-;;;
솔직히 괜히 했나? 하고 후회를 했다. 혹시 집안을 개판으로 만들진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십 명의 스텝이 몰려 온 것에 비하면, 더구나 숙식을 해가며 꼬박 상주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 치고는 집안이 너무 깨끗하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요즘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혹시 욘사마 같은 한류 스타가 참가(?)하는 프로라면 공짜로 빌려 주고 대문 앞에 매표소라도 만들어봐? 하는 부질없는 생각... 그러나 어쨌든 이번 일은 '꿩 먹고 알 먹고'다. 며느리와 아들 사고 때문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기분이 좋다.
덧붙임,
KBS2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가 있다.
코미디언 김대호,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 정태호, 허경환(알파벳 순)등이 인간이 최소한만 갖추고 살 수 있는,
가령 물 아끼고 살기, 쓰레기 줄이면 살기, 전기 없이 살기 등등....극한 조건에서도 살아 남아야 하는 휴먼 프로그램이다. 방영 날짜는 9월이라고만 들었다. 많은 시청 바라며.....어!? 그런데 늘 박성호가 있었는데 이번 촬영은 김대희로 바뀐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