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부부는 몇 주일 전에 끝난 주말연속극‘넝쿨째 굴러온 당신’버전으로 대화를 나눈다. 하긴 그 연속극이 아니라도 우리들? 아니 내가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자기’아니면 큰딸아이의 이름을 따서‘진이엄마’였다.
사실 아내에 대한 호칭은 오랜 숙제이다시피 했다. 결혼한 지 40년 가까이 되지만, 젊은 시절을 막론하고 우리는‘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써 본적이 없다. 괜히 쑥스럽고 어색해서다. 하긴 장가 간지 얼마 안 되는 아들과 며느리가 저희끼리 다정하게‘여보! 당신!’하는 게 조금도 어색해 하지 않지만 막상 나와 아내의 입에선 그리 선뜻 튀어나오는 호칭은 아니다.
장인어른 살아생전 어느 날, 조용히 나를 부르시더니“니들은 어째 호칭이 그러냐?”시며 꾸중하시듯 하는 것이었다. 당시 아내의 호칭은 그냥 성을 따서“백양!(사내결혼을 했고 8살 아래인 마누라는 부하직원 이었음, 그래서...)”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씀에 고친다고 고친 게“진이엄마!”였고 어쩌다 기분이 좋으면“자기야!”였던 것이니 사실“자기야!”라는 호칭은‘넝쿨당’이전의 순수 우리만의 버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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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서 아래채 마당까지 몽땅 자갈을 깔아서 차량이 드나들 때 소리가 난다. 그것으로 인기척을 느낀다. 대문밖에 보이는 차가 이 집을 지은 고사장 차량이다. 적막강산 산골에 차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 어쩔 수 없이 산골마당에 대문을 해 달았다고 했지만, 거금(?)들여 해 달은 대문이 지금은 무용지물이고 항시 활짝 개방이 되어 단지 상징적 설치물에 불과하다. 다만 대문에서 아래채마당까지 자갈을 깔아 두었기에 차량 진입 시에 자갈 마주치는 소음으로 강아지‘루루’가 짖으면 인기척을 느끼고 밖을 내다보며 사람이 오가는 것을 감지한다.
자갈 마주치는 소리가 들리면 슈나우저 종’루루’는 요란하게 짖어 댄다. 우리 집 지킴이다.
그제도 자갈 마주치는 소리에 서재의 창문을 통해 보니 이곳 집을 지어준‘고사장’의 차가 틀림없다. 내처 바라보니 차에서 내린‘고사장’의 손에 까만 비닐봉지가 흔들거리며 현관을 향한다. 거실에서TV를 보고 있을 아내에게 큰소리로“자기야! 고사장 온다. 뭘 들고 들어오는데…??”잠시 후 서재에서 들으니“아유! 잘 먹겠어요!”라는 아내의 치사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 고사장과 대면을 하며 잠시 들어오라니 바쁘단다. 그런 가운데 아내는 고사장이 가져온 까만 비닐봉지를 내게“송이와 능이버섯”이라며 보여준다.
사실 호사가들 입에서는’1능이, 2표고, 3송이’라고한다. 그만큼 능이의 가치도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능이의 향은 송이 못지않게 독특하다. 사실 그날 모두 먹어 치려했지만, 차마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려 먹지 못했다. 추석 전날 모두 모이게 해서 저녁식사를 할 참이다. 그때 아이들에게 귀한 맛을 보여 줄 참이다.
고사장 말인즉, 약간 한가하여 천등산 지류를 따라 올라가다가 몇 뿌리 캤지만 마땅히 먹을 곳도 없고 내 생각이나 가져왔다는 것이다.“이런! 이렇게 고마울 데가…잘 먹겠네! 고마우이!” 그리고 고사장은 부리나케 돌아갔다. 자세히 살피니 능이는 큰 뿌리 하나고 송이는 그리 크진 않지만 열 뿌리가 조금 넘는다.
사실 송이(松栮)는‘마스다께’라 하여 젊은 시절 일본으로 수출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워낙 귀하고 비싼 것이라 소위 파치 정도를 맛 본 이래 커진 않더라도 거의 정상에(송이는 우산처럼 핀 것을‘하라’라 하여 하품으로 취급한다.)가까운 것을 오랜만에 구경하는 것이다.
고사장이 돌아가자 당장 이놈들을 어찌 처리할까? 고민이 생긴다. 양이 많으면 마침 추석이고 하니 아들딸 사돈어른들 댁에도 좀 보내겠는데…도저히 그건 아니고…“자기야! 우리 이거 어쩔까?”나의 물음에 묵묵하게 있든(아니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아내가“자기야! 우리 이거 우리 둘이 먹어치우자! 애들이고 뭐고 생각할 것 없이..”,고뤠~~!!??OK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아내의 제안에 동참을 하며 그 자리에서 버섯전골을 끓이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 없는 부재료 마구 꺼집어내어 버섯전골은 만들어지고 둘만의 식탁이 차려졌다. 뿐만이 아니라 분위기에 젖어 와인도 각자 한 잔 씩 따르며 버섯찌게 첫술을 뜨는 순간‘아~! 이 감동….’
어떤 음식을 먹으며‘정말 맛있다’며 감동을 받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버섯찌게 첫술을 뜨며 밀려오는 감동과 함께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그리고 약간은 젖은 목소리로“자기야! 나 정말 행복해 지금.”솔직히 버섯찌게의 맛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날의 그리고 산골의 적막함을 아내와 함께 하는 그 분위기가 나로 하여 감동을 주고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자기야! 나 정말 행복해 지금.”이런 기분으로 남은여생 아내와 함께하길 기도하며…
BY SS8000 ON 9. 27, 20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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