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끝까지 인내하며“선생님! 보시다시피 저희 집 마당이 꽤 넓습니다. 차를 열 대도 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데 차를 세울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죄송합니다.”그리곤 황급히 차를 빼려는데 뒤 꼭지로부터“첨부터 차를 왜 대는 거야! 다른데도 공터가 많은데…!”찰나고 순간이었다. 속으로….“저 새끼가 기 싸움 하자는 게지?”그만 참고 참았던 꼭지의 뚜껑이 열리며 화산이 폭발하고 말았다.“아니 !이 양반아! 당신 눈에 지금 공사하는 게 안 보여? 공사하는 동안 잠시 차를 세웠고, 봄이고 여름이고 간에 내가 왜 내 차를 이곳에 다시 대겠어? 저 너른 내 마당을 두고 원! 시비할 걸 가지고 시비를 해야지..”
<사진>산골 우리 집에도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사실 마누라는 세상에서 내 목소리가 제일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화가 나면 목소리 하나는 남 못지않게 내 지른다. 화통 같은 목소리로 일갈해 대자 상대의 눈동자가 풀리며(나중 알고 보니 이 양반 약간 사시였다)주춤한다.“아! 글쎄 내 말좀 들어봐요!”,“아! 글쎄 듣기는 뭘 들어!? 들어보나마나 똑 같은 얘기 아뇨?”그리곤 차를 쏜 살 같이 몰고 개울을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개GR을 하거나말거나.
<사진>영산홍도 만개하였고….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한 달 가까이 지난 정월대보름날이었다. 원래는 이런 생활을 먼저 경험하신 김포 사돈께서 동네잔치를 한 번 하라시며 쌀 서 말을 보내주신 게 있었다. 마침 보름날이고 하여 그 쌀로 떡을 찌고 돼지고기 20근과 음료(술은 마을회관에 남아돈다기에…)등등을 장만하여 동네 분들을 모셨다. 장만한 음식들이 배달되고 기별이 온 뒤 마을회관으로 내려가 보니 꽤 많으신 분들이 상차림을 기다리며 한담을 나누다가 우리 부부가 입장하자 반겨주셨다. 대충 일반적 인사를 나누고 남자노인실로 들어서자 나의 든든한 빽 노인회장님과 어떤 분이 장기를 두고 있다. 근데 얼굴이 익다. 아! 봄 농사 걱정하던 그 양반이다. 모른 척하고 손을 내밀자 그 양반도 손을 잡아준다. 좀 서먹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악수를 마치자 약간 풀린 눈동자(원래 사시였음)를 장기판으로 돌렸고 나는 나대로 다른 분들과 수인사를 나누었다.
<사진>김포사돈께서 지난 가을 분양해 주신 군자란도 화사하다.
잠시 후 음식상이 들어오고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포만감이 느껴질 즈음 그가 말을 걸어온다.“그땐 미안 했수!”라고 그러나 나는 시치미를 뻑따고“무슨 말씀이신지…? 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그러자 그가“아! 얼마 전 우리 밭 앞에 차를 댔잖소?”그때서야“아~! 그때 그 분이십니까? 아!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날은 제가 잘못 했는데요 뭘!”속사포처럼 쏟아 내자, 그는“우리 이웃끼리 잘 지냅시다.”라며 다시 손을 내민다. 찜찜하던 기분이 순식 간에 풀린다.(그 후 그는 나 보다 다섯 살이 위인 관계로‘형님’호칭을 해 준다)
<사진>약 열흘 전 충주 닷새장엘 갔다가 사온’향수선’이다. 한 열흘 돌봤더니 꽃을 보인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의 방을 두드린다. 커피가 나오고(원두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입맛에 안 맞을지 모르지만…)사과도 깎기고….그런데 요즘 그이의 우리집 방문이 너무 잦다. 어떨 땐 낮잠 좀 자려고 누워있는데 문을 두드린다.
그제도 이 반장은 너스레를 떨며 우리 집에 와서는 요즘 한참 철거중인 쇠파이프(비닐하우스용)를 몇 개 달란다. 쓸 만치주고, 곁들여 커피 한 잔까지 끓여내라기에 명을 거역할 수 없어 그렇게 했다. 그렇다고 그게 꼭 나쁘지만 않다.
따지고 보면 ‘기 싸움’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러나 어쩌면 외지인에게 탐탁지 않았던’이 반장’과 정다운 이웃이 되었다는 것은 나의 시골생활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낯선 산골생활을 그렇게 극복해 나가면 될 것이다.
BY SS8000 ON 4. 1, 2011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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