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이 반장(형사반장이 아니고 우리 반의 반장님)은 너스레를 떨며 우리 집에 와서는 요즘 한참 철거 중인 쇠파이프(비닐하우스용)를 몇 개 달란다. 쓸 만치(사실 철거 비용대신에 그 파이프는 철거하는 인부들에게 준 것이지만, 워낙 양이 많아 인부들과 협의를 거친 후)주고, 곁들여 커피 한 잔까지 끓여 내라기에 명을 거역(?)할 수 없어 그렇게 했다. 솔직히 할 일이 많은데1시간 이상을 노닥거리다 간다. 시골 사람들 어떨땐 엉덩이가 무거워 불편한 경우가 가끔씩 있다. 딴에는 시시콜콜한 시골생활까지 전수 한다고 나서는 데야 어찌할 방법이 없다.(이런 관계로 어떨 땐 컴에 앉을 시간이 없다)
좀 지난 얘기다. 나의 든든한 빽인 노인회장님을 만나기 전의 일이다. 그날은 질척거리는 마당에 자갈을 까는 날이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선 자갈을 사오기만 하면 마당에 쉽게 깔 줄 알았다. 먼저 요구한 자갈이 두 차(15t)들어와 마당에 부려 놓고 갔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삽을 들고 덤벼들었으나(모레처럼) 도대체 삽이 먹히지를 않는다. 그렇게 자갈과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과객(동네 분은 틀림없을 텐데, 그 양반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다)한 분이“그렇게 하다간1년도 더 걸립니다. 중장비를 불러야 됩니다.”라는 것이다.
따는 아무리 용을 쓰도 진척이 없을 때, 그 충고와 조언은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참 노동의 맛도 모르고 그런 것까지 돈으로 해결 하려 한다고 원주민이 비아냥거릴까 두려웠는데, 그런 복음이 날아들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복음을 남긴 과객이 바람처럼 사라진 뒤 이리저리 수배하여 마침내 중장비가 들어왔다.
우선 마당에 주차 되어 있는 나의 애마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겠기에 앞뒤 생각 없이 개울 건너 한적한 공터(물론 옆으로는 밭이 있긴 하지만, 그 밭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에 차를 세웠고, 중장비는 고유의 굉음을 울리며 나의 요구에 따라 자갈을 마당과 진입로에 깔아주고 돌아갔다. 중장비가 지나간 자리에 약간은 미흡한 곳이 있어 삽으로 잔손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개울 건너에서 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어떤 인사가 나의 애마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잘은 들리지 않지만‘어떤 놈이 이곳에 불법주차 했느냐?’는 식이다.
그 너른 시골 땅에 그것도 공사를 위해 잠시 주차를 했기로, 빤히 맞은 편 내 집의 사연을 알면서도 고래고래 악까지 쓰는 모습에 속으로 시골 인심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싶어 울컥 울화가 치민다. 그래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큼 달려가 그 앞에 시립하고 무조건‘죄송합니다. 제가 저 마당에 약간의 공사를 하는 관계로 잠시…’여기까지 공손했음에도 그는“아니? 차를 이런 곳에 대면 어쩌자는 게여? 이제 봄이 되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그림자가 있으면 농사가 되겠쑤?(이건 거의 반말이다.)”라며 윽박지른다. 한마디로 기막힌 억지다.
몇 십분 후 아니 그 안쪽이라도 내 마당으로 돌아갈 차이고, 아무리 주차를 했기로 너른 공터에 그림자가 기울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곳에 봄 농사 걱정까지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건 맘먹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솔직히 모타리는 작지만, 오병규도 성질하면 한 성질 하는데…..가슴 저 아래부터 활화산이 폭발해 모가지까지 차 오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냉정을 찾으며 입밖으론 계속“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저 앞집으로 이사를 올 사람입니다. 마당에 자갈을…..”이 정도면 내 자신이 놀랄 정도로 침착한 대응이었다. 그런데 그는 막무가네다.“이 양반아! 차를 이런데 세우면 그림자 때문에 농사가 안 되는 거 몰라?”,그러나 나는 끝까지 저자세로“어쨌든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이곳에 차를 세우지 않겠습니다.”,여전히 그는 봄 농사 걱정을 앞세워 나를 몰아세운다.
BY SS8000 ON 3. 31, 2011 씀
덧붙임,
어제 “산골인심”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자 어떤 분께서 시골에 땅을 사 두셨는데 결국 텃세 때문에 방치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차츰 시골의 텃세에 대해 올리겠지만, 귀촌이든 정원생활을(귀농은 경우가 좀 다릅니다. 귀농은 새로운 직업선택 또는 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이라 어떠한 텃세도 반드시 이겨내야겠지만, 귀촌은 귀농보다 절박함이 없기에 쉽게들 포기 하십니다. 그리고는 시골인심을 두고 설왕설래 하며 흉악하다며 포기들 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이 흉악(?)하다고 할 때 나 자신을 돌아보면 압니다. 과연 그들만 흉악한지 아니면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것은 아닌지...)하시려면 주말에 한두 번 내려가실 게 아니라 정착을 하고 두세 달 살아가며 그곳의 인심을 살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은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들의 성격은 어떤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범저(范雎)가 진왕(秦王)에게 진언(進言)한 외교(外交) 정책(政策) 중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즉 먼 나라와 친(親)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土)를 넓힌다는 개념입니다.
ㅋㅋㅋ...생각이 너무 삭막한가요? 하지만 그런 외교정책도 나라를 살리자는 의미의 것이고, 기왕 귀촌을 하여 전원주택 짓고 폼(?)나게 살아 보자고 살아 보겠다고 갔으면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포기하면 지는 겁니다.
말이 좀 길었습니다. 이를테면 원교근공(遠交近攻)의 반대개념입니다. 가까운 곳부터 사귀어 나가다 보면 멀리 있는 이웃의 성격 다 나옵니다. 가까운 이웃들의 협조로... 대신 가까운 이웃에게 좀 거시기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참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 경우처럼......이것마저도 안 되면 귀촌이나 전원생활 첨부터 포기 하십시오.
내일은 귀찮을 정도로 찾아오는 이 반장과의 화해를 기대해 주십시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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