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예초기를 빌리러 온 아랫마을 말 많은 양반이 돌아간 후 장모님이 나를 앉히고 ‘자네 요즘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땍땍거리나?’라는 말씀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땍때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타인이 있거나 말거나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처가식솔 누군가에도 이미 저런 식의 표현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차라리 곁에 아내가 있었더라면 이런 억울한 사정을 알아주고 방패막이가 됐을 텐데… 아내도 매형도 없이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벌어진 사태라 그 억울함이 배가 되 왔다. 가급적 이곳에 벌어지는 사태를 아내에게 얘기 않으려 했지만 할 수 없이 그 사실을 아내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아내는 처제로부터 이미 들었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제 하는 얘기지만 자식들 간 이간질 시켜 싸움 나게 하는 특기를 가진 우리 장모님의 특기가 발휘 된 것이다. 그래도 사위에게는 그 정도로 까진….했던 것인데…..그 말을 듣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걸 왜 얘길 안 해?”따지듯 묻자“엄마 성격 내가 더 잘 아는데 그 얘기 하면 기분 좋겠어?”라며 반문을 한다. 그렇지만 처가식솔들은 아내 생각 같지만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노인네 갖다 버릴 수도 없고, 면전에서 싸움을 걸 수도 없고 그리하여‘나도 더 이상은 못 참는다.’다짐을 하고 다짜고짜 두 처남들에게 따로 전화를 했다. ‘이만저만 여차여차 하고 이젠 나 더러 소리 지르고 땍땍거린다고 하시니 분통 터지고 억울하니 두 사람 중 누가 모셔 가시오.’라며 최후통첩 비슷한 것을 했다.
난리가 났다. 그것만큼은 절대 아니 될 말이다. 차라리 요양원이든 양노원이든 보내자는 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라며 결론도 없는 얘기만 주고받다가 추석차례나 지내고 이곳으로 함께 오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장모님께 정신적으로 닦달을 받았으면 두 처남은 거의 피해망상증에 걸린 듯 손사래를 치며 형제가 이곳으로 달려오겠다는 것이었다.
좋다! 그러면 형님들만 이곳으로 올 게 아니라 처형도 처제도 모두 동원령을 내려 추석날 이곳에 모여 가족 총회를 열자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과연 처가 5남매와 내가(큰 동서는 없고 막내 동서라는 놈은 바쁜 일 있다고 빠지고…)추석날 이곳에서 자리를 같이 한 것이다.
그날의 식순(?)은 먼저 나의 억울함을 만방에 선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식들의 장모님에 대한 성토로 그날의 모임을 성황리로 몰고 갔으나 결국은 어느 누구도 장모님을 모시겠다고 나오는 자식이 없다.
다만 그냥 조용히 사시면‘세상에 오 서방 같은 사위가 어디 있느냐?’는 것과 단언을 하건데‘이곳 말고는 양노원이나 요양원(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장모님 앞에서 선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나로서는 향후 장모님의 음해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구실을 만든 것이고 혹시라도 마을에서의 구설수는 나 하기에 따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 나는 장모님의 손을 꼭 잡고“어머니 제발 저랑 조용히 이곳에서 삽시다. 어머니도 여기가 좋지요?” 나의 이런 제안에 우리 장모님“그려! 나도 여기가 좋지.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그리고 우리 둘은 손가락 걸고 복사하고 도장 까지 찍으며 흐뭇하게 처가식솔을 배웅했고 그렇게 이 산골엔 평화가 깃들었는데……딱 사흘이 지났던가?
산골에 평화가 깃든지 사흘 후의 한 밤중이었다. 9시 반에서 열 시경 취침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다. 깊은 잠 속에도 요란한 울림 같은 게 느껴졌고 그런 뒤숭숭함에 결국 잠에서 깨어보니 현관이 몹시 흔들리거나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잠도 들 깬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거실로 나가다 육중한 소파의 다리 끝이 왼쪽 엄지발가락에 걸린다. 어떻게 아픈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수십 년 전 장롱 위치를 바꾼다며 아내와 함께 장롱을 끌다가 그만 그 발가락이 찌어 발톱이 빠진 경험이 있다. 그 때의 그 통증이 100% 기억되는 통증이다.
고통을 참자니 ‘I go 또는 Hi go’라는 추임새와 함께 세상에 있는 모든 육두문자가 입으로는 튀어 나오고 머릿속에선 새로운 그것을 생성 시키느라 바쁘다. 그렇게 이삼 분 가까이 발가락을 감싸고 통증과의 씨름을 하고 마치 패잔병의 후퇴처럼 외발로 깡충거리며(발톱은 빠지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약 일주일 신발을 못 신고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불을 켠 뒤 현관문을(남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계속 현관문은 흔들렸다가 북이 되었다가 했다) 열어보니 어둠속을 헤맬 때 예상했던 그 분께서 서 계신다. 입속에선 아직도 통증의 고통이 머물러 있지만 나름 침착하게“어쩐 일이세요!(사실 이전에도 가끔 있어 왔던 일이라 크게 놀랍지도 않지만…)이 밤에….”,“사우(위)! 나 좀 작은 놈에게 데려다 줘!”
사실 어제 ‘산골일기: 장모님’썰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큰일을 치루었다. 지금 나는 목이 몹시 잠겨있다. 어제 내가 발성 할 수 있는 최고의 톤을 있는 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말부부인 요즘 그제 아내가 왔다. 원래대로 한다면 어제 새벽에 올라가야 했지만, 가을걷이(특히 고추)가 내 혼자의 힘으론 벅차다. 갸륵하게도 아내는 서방님의 고단을 미력(사실은 미력이 아니라 백만 원군이나 다름없다)이나마 보태겠다고 하루 더 돕기로 하고 해 뜨기 전부터 찬이슬을 적셔가며 고추를 따고 있는데 햇살이 퍼진 아침 쯤 장모님은 고추밭까지 내려와 예의 작은 아들 타령을 또 한다. 그리고 당장 데려다 달라며 생떼를 쓰다가 아내의‘그런 말 안 되는 소리 작작하라’는 퇴박을 받자 이번엔 정히 그러면 고속버스라도 태워주면 당신 스스로 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허튼 소리라는 퇴박에 그러면 택시를 불러 주면 당신 스스로 알아서 갈 것이니 10만 원만 달라고 고추 따는 아내의 옷깃을 잡고 따라다니며 애걸복걸을 한다. 듣는 나로선 정말 심장이 터지고 머리꼭지가 폭발할 것 같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모녀간에 주고받는 상황이라 꽉꽉 있는 힘을 다 해 다지고 누르고 참아내고 있는데 장모님이 갑자기‘내 돈 내놔!’라며 앙칼지게 천등산이 떠나가라 소리를 치신다.
다른 것보다 장모님의 그러한 언행들이 아까부터 몹시 신경에 쓰였었다. 다름 아니라 요즘은 추수철이라 이웃들이 모두 밭에 나와 있어 웬만한 말소리도 골짜기에 공명이 되어 울린다. 개울건너 이 반장도 이PD네도 나와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고, 어쩌면 자격지심일 수 있겠지만 이따금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이곳을 힐끔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초조 불안한 가운데 장모님의‘내 돈 내놔!’라는 외침에 내 인내의 한계가 끝장을 보고 그만 나도 모르게‘이런! 씨x!,….’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고 말았다.
그 단어가 튀어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불편했던가. 불행하게도 마을의 모든 소문의 근원지는 개울건너 두 사람인데…. 그 동안 모녀간 오간 대화는 차치하고‘내 돈 내놔!’라니….그들은 사정도 모르고 ‘저 자식이 장모님 모신다고 산골로 데려 오더니 결국 돈 때문에…’라는 소문이 골짜기에 퍼질 것을 생각하니 뒤통수도 따갑고 오금까지 저려온다.
‘이런! 씨x!,….’똑 같은 육두를 한 번 더 질퍽하게 내 쏟으며“그게 어째서 어머니 돈입니까?”라고 외치며 장모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그 돈 장모님 방 보증금으로 제가 드린 거 맞지요!”즉, 산골일기 중간 쯤 피력했지만 장모님 사글세방 보증금(1500만)은 우리 부부의 돈이고 그 돈은 지금 다른데 가 있다.(그 점은 다음 회 차에 밝히겠지만…)“그런데 왜 어머니 돈이라고 우깁니까? 그 돈을 왜 달래요?”라고 정말 천등산이 떠나가라 피를 토하듯 외쳤다. 물론 이 반장이나 이PD를 의식한 고함질이었다.
부모를 죽이는 패륜아가 가끔 뉴스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분노조절장애자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해 봤던 게 바로 발가락의 통증을 참아가며 현관문을 열었을 때“사우(위)! 나 좀 작은 놈에게 데려다 줘!”라는 장모님의 허허한 부탁(?) 요청(?) 아니면 명령(?)…아무튼 그 때였다. 그리고 어제 또…
BY SS8000 ON 10. 10, 2016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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