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마는 그래도 사는 그날까지 깨끗하게 살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의 노력여하에 따라 나름의 천수를 누리고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엉뚱한 곳에 체력을 낭비하거나 자학(自虐)을 하며 스스로를 돌보지 않다가 천수는커녕 요절 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암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관계로 보통 사람들 보다는 더 건강에 신경을 쓰고 유의해야겠지만, 문자로 나타난 건강유지법을 이행하려면, 솔직히 그게 더 고통이고 꼭 이렇게 살아야하나 회의가 오는 통에 퇴원 후 얼마간 형식화 된 건강유지법을 버리고 그냥 혼자만의 섭생(攝生)을 하며 건강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게 나만의 건강유지법이 장수(長壽)에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않는 것 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5藥이라고 칭한 것은 행위 하나하나가 귀찮고 하기 싫은 것 들이다. 그러나 나 자신 내 몸을 위한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그 일(?)들을 하기 때문에 매일이 되었든 얼마간 주기적이었든 그것을 하지 않으면 나와 그 대상에게 서로 피해가 가기 때문에 멈출 수 없는 하나의 과제요 숙제라고 보면 틀림없다. 과제나 숙제를 안 하면 뒷날 치도곤을 맞기에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개똥치우기다. 저간의 사정은 이곳에 올렸던 관계로 생략하기로 하고, 지금 세 마리를 기르는데, 이놈들이 먹고 싸는 게 보통이 아니다. 매일 아침 놈들의 숙소를 물청소하고 사료를 주면서“아따! 개/새/끼들 참 어지간히도 싸네…”를 주문 외우듯 중얼거리지만 방법이 없다. 그래도 요즘 같은 날은 용이하게 치울 수 있지만, 겨울철엔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늘 그렇게 투덜거리는 나를 두고 아내는 사료를 적게 주라고 하지만, 혹시라도 배고파 할까봐 그리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사(?)를 하루 두세 차례 치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그래 이건 내게藥이다.”
두 번째가 물고기 밥 주기다. 벌써3년이 지났나 보다. 집을 좀 꾸밀까 싶어‘하우징 페어’를 관람하러 갔다가 벽걸이용 수족관을 구경하고 덜컥 설치하고 말았다. 처음 얼마간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났는데,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수족관 청소다. 이게 벽에 붙어 있는 것이라 청소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한번 청소할 때마다 정수기의 필터를 갈 듯 전문가를 최소한3개월에 한 번은 불러야 한다. 뿐만 아니고 달린 필터는 수시로 청소해 주어야 하고 고기밥은 매일 정시에 주어야하며 워낙 폭이 좁은 공간이라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오래 살지를 못한다. 거의 매달 싱싱한 놈들을 사다 넣는 번거로움 적막한 한밤중엔 그 모터소리가 여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그래 이건 내게藥이다.”라고 치부해 버린다.
세 번째 약은 화초 기르기다. 50여 개의 크고 작은 화분에 물주는 것도 보통의 정성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어떤 것은 한 달에 한번, 어떤 것은 일주일 또 23일에 주는 것 등등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이놈들도 생명이라 조금만 관리가 부실하면 비들비들 생명력을 유지 못한다. 나의 나태함으로 매년 영결식을 하는 화초들이 많다. 이쯤하면 왜 고생을 사서하느냐고 하시겠지만, 이 역시“내겐藥이다”*이미 몇 차례 이곳에 화초 사진을 올렸기에 사진생략.
네 번째가 텃밭 가꾸기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엔 서오능 근처에 주말농장을 분양받아45년 텃밭을 가꾼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이곳으로 이사를 오며 봄가을로 남새를 길러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어 웬만한 푸성귀는 충분히 자급이 되고도 남아 뒷집 뺑덕어멈네와 앞집에도 인심을 쓴다. 가을엔 크게 실하진 않아도 배추50포기는 너끈히 심는다. 어쨌든 이놈들을 모종을 사다가 심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진짜 농사꾼 된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 매 일 물주고 풀 뽑고 이 또한“藥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가 등산이다. 이미 이곳에 밝힌바 있지만, 1주일에 세 번은 북한산을 탄다. 며칠 전 어떤 블로거가 글을 올렸는데 그분 역시 암수술을 받은 뒤 등산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사실 등산은 내가 즐겨먹는 아니 건강유지를 위해먹는“약 중에 가장 필수요건의 약이다.”다른 약들도 게을리 할 수 없지만 이 약만 먹고 나면 그날의 업무를 다 한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어쩌다 일기가 불순하여 등산 약을 못 먹는 날이면 목숨이 10년은 후퇴한 것 같이 안절부절 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약을 먹고 나면 몸이 거뜬하고 활력이 넘친다. 이 뿐만 아니고 영양제도 가끔씩 먹는다. 청소기 돌리기 영양제, 설거지하기 영양제, 빨래하기 영양제 등등 주변에 찾아보면 활력소를 찾을 영양제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쯤하면 혹자는 집안 살림이나 하는 전업주부(主夫)주제에…..하시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겠지만, 내 얘기는 무엇보다 죽으면 썩어 질 몸뚱아리 아끼지 말고 자꾸 움직이라는 뜻이다. 우리 모두 꼼지락거리고 움직이는 속에 장수(長壽)의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으면“블로그 질”의 한 가지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수(長壽)를 위한 ‘5藥1’이라고 썰의 제목을 붙여 보았다. 한 번 더 사족을 달자면 어쨌든 움직이자는 거다. 무조건 움직이면 그 기에 활력소가 있다.
2009년 10월 어느 날 씀.
덧붙임,
이 썰을 풀 때와 현재는 환경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 생활신조는 변 한 게 없다.
퇴직 후 삼식이가 되어 만년에 마누라 눈치를 보며
가련하게 살다가 심하면 황혼이혼 당하는 것 보다는
비록 몸뚱이가 고달프긴 하지만 이렇게 사는 훨씬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