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주일 만에 올라온 서울 집이다. 새벽길을 달려와(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하루에 1시간은 낮잠을 자야 신체의 바이오리듬이 유지 된다)피곤한 탓도 있겠지만 늦은 점심식사 끝에 반주(와인)한 잔을 했더니 취기가 올라 버릇대로 낮잠에 들어갔다. 얼마를 잤는지 모르겠지만 주위가 소란해 지며 잠시 후‘찰깍’내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일부러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누군지 모르나 나의 그런 행동에 마치 무슨 잘못이나 한 것처럼 아까보다 더 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물러선다. 침대 발끝 맞은 편 책상에 놓여 있는 디지털시계는 4시를 훌쩍 넘겼다. 내 입에선 빙그레 미소가 번지며 지난날을 반추해 본다.
3남매를 기르며 갖은 풍상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 가정교육 하나는 잘 시켰다고 자부한다. 이제 모두 시집 장가가고 각각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자라는 아이들에게 다른 건 제쳐 두고 인간으로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예의는 강조하며 길러왔다.
세 아이 모두에게 단 한 번도 공부하라는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머리가 좋고 성적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나자랄 적 부모님의 닦달이 그리 싫었기 때문이다. 그 닦달 끝에 고교를 다섯 번이나 옮겨 다닐 정도로 개구신 이었으니 부모님으로부터 린치(私刑)를 당할 때마다 오히려 역으로 내 아이들 만큼은 공부라는 단어에서 해방 시키고자 입술을 깨물며 그 모진 고문(?)을 버텨 왔던 것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비난이 되는 행동을 할 경우 추상(秋霜)같은 호령(이 또한 교육적 호령이지 단 한 차례도 매를 든 적은 없었다)이 떨어졌다. 즉,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따위는 용서 하지 않았다. 가령 나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실내에서 까치발로 다니게 했다. 심지어 그 결과 우연히 조우한 아래 층 사람들은 위층(우리)에 사람이 안 사는 줄 알았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집에 손님이 오시면 아무리 오밤중이거나 깊은 잠에 빠져 있어도 꼭 깨워 절을 시킨 후에야 다시 잠자리에 들게 하셨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누구를 만나든 인사 깍듯이 하라며 교육을 시킨 것은 집안의 전통 같은 것인지 모른다. 그만큼 인간으로 지켜야할 기초 질서(예의)를 교육시켰던 것이다.
낮잠을 즐기는 것은 젊은 시절부터 지켜온 습관이다. 3남매 어릴 적 혹시라도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면 함께 하다가도‘아빠 잠자야 한다.’라고 한마디 하면 저희들 방으로 물러가 그곳에서도 저희끼리 귓속말 모드로 전환 시키곤 한다.
어제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지난날 3남매의 그것처럼 조심스런 할아비를 향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니 입가로 미소가 번진 것이다. 그것도 만족도 100% 의.....
아마도 그 시각 쌍둥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이 할아비에게 인사 차(나는 잠시라도 어디를 갈 때나 돌아와서 꼭 나와 허그를 하며‘사랑해요!’라는 말을 주고받도록 교육시킨다.)올라왔다가 굳게 닫힌 내 방문을 열어 보고 조용히 물러난 모양이다.
아래층엔 쌍둥이 외손녀 수아. 주아가 있고 위층엔 친손녀 예솔이가 있지만, 그 아이들 누구에게도 편애를 하지 않는다. 똑 같이 껴안고 볼을 비비고‘사랑해요!’를 외치도록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어린 것들이 의사가 다를 때도 있겠지만 단 한 번도 째깍거리며 싸우는 걸 못 봤다.
3남매를 키우며 남에게 피해 주지 말라! 지금도 다 커서 결혼해 저희 가정을 꾸려 나가지만 가끔 강조하는 것은 약간 모자란 듯 살아라! 그 모자람 너희가 참은 만큼 반드시 채워진다고 잔소리(?)하는 나다.
살포시 문을 열었다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물러서는 누군가(쌍둥이 중 하나 일 것이다. 예솔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였냐고 묻지 않았다. 쌍둥이 누구를 더 칭찬하고 편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를 생각하니 어릴 적 3남매가 떠오르면 입가로 미소가 번진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너무 닦달한 결과가 아니기를 바라며......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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