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사라는 분이 계신다. 내외분을 처음 뵌 것은 재작년 엄동설한이었다. 눈발이 분분히 내리던 그날 마을길을 오르내리던(전원주택지 땅을 사고 그날도 마침 경계측량을 하는 날이었다)두 양반이 안쓰러워 방으로 모시고 따뜻한 커피를 타드리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중들은 얘기지만 그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단다. 어쨌든 그건 뒷날의 얘기고.... 내외분이 이곳에 정착하고 마을의 대소사나 동네분의 길흉사에 그렇게 적극적일 수가 없다보니 가장 늦게 정착했지만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마을의 원로급 반열에 올라 행세를 한다. 즉 이곳에 일일이 예를 다들 수는 없지만, 새롭게 이주한 후 동네에 적극적인(가령 이장님의 소집명령(?)이나 주민회의)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안착을 하고 마을 행사에 비협조적인 가구는 지금도 경계대상인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런데 먹고 살기 바빠서 그렇겠지만, 새롭게 이주한 10가구 중 두세 가구는 아예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 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한마디로 이웃과의 단절인 것이다. 떡을 하고 국수를 말아가며 잔치를 하라는 게 아니다. 떡 벌어지게 집들이를 하라는 게 아니다.(사실은 나 스스로도 아직 집들이를 하지 않았다.)오가다 사람이 모여 있으면 수인사를 나누자는 것이다. 차를 몰고 가다가도 동리 사람이 모여 있으면 내려서 대가리 한번 꾸벅하며‘저기 어디어디 새집지은 누굽니다.’한마디면 족할 것이다. 전혀 모르는 외지인 그것도 시커먼 라이방을 낀 놈을 처음 볼 때 원주민은 호기심 보단 경계심을 갖는 게 먼저일 것이다. 조용한 산골에서 오순도순 이웃하고 살아가는데 어느 날 라이방을 탁 끼고 차창을 꽉 닫은 채 굉음을 울리며 차를 몰고 다닌다면 누구라도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성경에만 있는 것이지 현실은 다르다. 척박하지만(정서상)본인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안착해야할 곳이라면 내가 쑤구리고 들어가야 한다. 내가 이 썰을 풀자 어떤 분들은 쑤구렸음에도 원주민들이 타박하더라는 말씀을 댓글로 달라 주셨다. 한 번 가지고 안 되면 두 번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삼세번‘아까 맹키로 쑤구려야 한다.’
나는 그를‘아토피’라고 부른다. 7-8년 전 워낙 심한‘아토피’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덕분에‘아토피’는 완치를 했다는 소문이다.)것이다. 아직은 완전히 정착한 게 아니고 자신의 소유지‘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며 본가(어딘지도 모른다. 우리 집으로 초청하여 술도 한 잔 했건만 비실비실 웃기만 할뿐 알려 주지 않는다.)를 오가며 주로 농사철에만 온다. 저희 집 곁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대가리 한 번 숙여주면(나 한 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모든 사람에게 다 그런단다)좋을 텐데 소 닭 보듯 데면데면 눈알만 굴린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곳간에 인심난다고 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 삼겹살 파티를 자주 하는 것 같다. 마을 사람이 아닌 과객이 지나가도 헛말로라도‘삼결살 한 점 드시고 가시지요!’할 수 있을 텐데 뻔히 동네 사람인 줄 알면서도 저희끼리 웃고 즐긴다. 동네에 소문이 나 있다. 당연히 좋게 평가할 수가 없고 결론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그 땅을(자신의 아토피를 치료해 준...)내 놓았다는 것이다.
대갈빡 좀 숙인다고 모가지 떨어지지 않는다. 초한시대 한신의 고사를 들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피지기백전불태라지 않든가. 산골마을에서 융화하고 살아가려면 원주민의 특히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려는 사람들의 성격 정서 정도는 파악한 후 접근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과정 속에 머리 몇 차례 숙여주는 겸손쯤은 보여야 한다. 그것은 아첨도 아니고 굴욕이나 굴복도 아니다. 그 마을에서 나의 입지를 세우는 가장 기초작업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시쳇말로 모가지에 기부스를 했는지....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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