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老益壯), '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대장부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은 늘 위와 같은 의지를 품었다. 그가 나이 들어 한직에 있을 때 동정호 일대의 만족이 난을 일으켜 군대를 파견하였으나 전멸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며 나섰다. 광무제는 그가 너무 늙었으므로 주저하자 마원이 말하기로 “소신의 나이 비록 예순두 살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고는 말에 안장을 채우고 훌쩍 뛰어올랐다. 광무제는 미소를 지으며 출정을 허락하였다. 결국 마원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길에 올라 반란을 평정하며 노익장(老益壯)을 과시 했던 것이다.
나는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는‘전국 노래자랑’을 안 본지가 20년 가까이 된다. 사화자인 송해 선생이 솔직히 싫어서 이다. 정말 어쩌다(가령 채널을 바꾸다 우연히 라도...)잠시 멈춰서 보노라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진행 하는 것도 식상하지만, 얼굴이 달덩이처럼 피둥피둥한 모습도 싫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나이 많음이 제일 싫다. 다른 이들은 그가 아직 활동 하는 모습을 두고 노익장(老益壯)이라며 칭송 하겠지만, 그의 나이가 미수(米壽:88세)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모든 늙은이가 칭송 받을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면 이 사회가 어떨까? 20년 전 내가 그 방송을 외면할 때쯤이었어도 충분한 노익장이었다. 후배들 생각도 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날은 평창 일대를 돌아다니다 횡성을 거쳐 원주를 경유하여 귀가를 하려고 했다. “우리 한 번 그 기나 가볼까?”,“별로...마음에 내키지 않는데....”아내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물리고 귀가를 서두르다 길을 잘못 들어 방향이 그만 아내가 가보자는 곳으로 진입을 했다. ‘에라이~!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심정으로 아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차를 몬 게 오늘날 이곳 천등산 박달재 기슭이다. 지나는 길에 놀러 한 번 오라며 건성으로 던진 인사말이었을 텐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전국(?)을 헤맬 때 아내의 친구가 던진 낚시 밥에 걸려든 것이다. 물론 후회는 없고 어쩌면 운명적이라고나 할까?
정확하게 아내의 친구는 아니다. 그녀도 아내가 하는 유사업종의 장사꾼이다. 아내와는 달리 좀 독(?)하게 장사를 한다. 장사 잘되는 남의 아이템 베끼기, 약간의 변형(modified)을 주고 해외(중국. 태국)에서 들여오기. 가끔 세무당국이나 검. 경에 적발되어 벌금에 추징을 당해도 워낙 남는 장사인지 풍문에 의하면 100억이 넘는 알부자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곳에 정착하며 어찌어찌 그녀의 남편과는 어물쩡하게 술친구가 되어 가끔 왕래를 하거나 적당한 장소의 맛 나는 음식점에서 약속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연락이 닿아도 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소식을 얼만 전 들었는데, 아들며느리에게 물려 준 가게에서 매월 천만 원씩 보내 주었음에도 아들며느리가 돈을 빼돌린다고 부모자식 간에 큰 싸움이 일어나 아들며느리를 쫓아내고 다시 장사를 하러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나이 70을 내일모레 앞두고 얼마나 더 벌겠다고....또 더 벌어서 뭘 하려는지? 이런 게 노익장(老益壯)일까? 기가 막히는 것은 쫓겨난 아들며느리 그들과 10여m도 안 떨어진 곳에서 같은 업종을 한다는 것이다. 노익장 과시 하려다 콩가루 집구석 된 거다. 나와 아내는 그들의 천박함에 다신 안 보기로 했다.
어제 조선닷컴 보도에 의하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이달 9일이면 역대 영국 군주(君主) 중 가장 재임 기간이 긴 통치자로 등극한다는 것이다. “1952년 2월 6일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던 엘리자베스 2세가 9일 오후 5시 30분(현지 시각)이면 고조모(高祖母)인 빅토리아 여왕(1837~1901 재임)의 통치 기간인 2만3226일 16시간 30분을 넘어선다”고 했다. 재임 기간이 만 63년이 넘는 셈이라는 것이다.
나이를 따져 보니 미수(米壽)의 송해 선생보다 한 살이 더 많은 89세다. 그녀가 입헌군주로서 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안 받고는 둘째 문제다. 아들인 찰스 왕세자의 나이가 67세다. 웬만한 직업이면 은퇴를 하고 나처럼 귀촌하여 편히 쉬고 있을 나이다. 그는 1953년(당시 5세) 왕세자로 책봉된 후 63년째 왕위 계승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지루했으면 몇 달 전 인터뷰에서“빨리 왕이 되어 정치에도 개입하고 싶다.”라고 했을까.
말을 바꾸면 어머니가 죽기 전에 양위를 하지 않는다면 왕이 될 수 없으니 어머니가 빨리 죽어야 한다는 바람과 다름 아니다. 멀쩡한 자식 천륜을 어기는 불효자로 만들고 있는 당사자가 과연 노익장(老益壯)일까?
불과 얼마 전에 벌어진‘롯데家’의 진흙탕 싸움을 우리 국민들은 지켜보았다. 차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이전투구가 3부자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비단 롯데家 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재벌기업들이 벌이는 이전투구가 가십을 넘어 우려로 변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해도 너무했지....벽에 x칠하도록 이라는 농담을 하지만 93세의 노회장이 치매 끼가 있을 때까지 일을 한다는 게 노익장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아니 잘못이라기 보단 하나 같이 지나친 과욕(過慾)이고 그 나이 들도록 부리는 노욕(老慾)이며 더 나아가 노추(老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