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농사꾼이 되어 보니 그 전엔 느끼지 못했던 사실이 있다. 대저 8월은 바캉스의 달로만 인식을 했는데, 오히려 농사꾼에게는 가장 바쁜 달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달이면 추수의 계절이 다가오고 또 민족 최대명절의 하나인 추석도 낀(대체적으로..)달이 되는 것이다.
영농(나 자신 영농이라고 하기엔 아직 미흡하지만...)의 마지막 고지를 위해 단도리 하는 달이 8월인 셈이다. 생각해 보니 개인적으로 모든 작물에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살포, 제초작업, (콩. 들깨)순따주기, 고추수확, 김장용 채소(배추. 얼가리. 무. 갓. 쪽파...등등)심기, 참깨 수확 및 말리기 등.
여기에 더하여 어제‘좋은 아저씨님’처럼 고추말리기는 가끔 피를 말리는 만큼 고역이다. 요즘 날씨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하던 일 팽개치고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거두니 금방 햇살이 나오고, 이런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일기 예보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아예 고추를 널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비가 안 온다거나, 다시는 일기예보 같은 거 안 믿는다고 고추를 널어두면 비가오고...또 허둥지둥 뛰어가고.
아무튼‘우리 내년부턴 농사짓지 말자....’라는 선전포고(?)를 한 마누라의 일성은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틀림없을 것이다. 원래 밭(田)일은 여자가 하고 논(畓)일은 남자가 한다는 속설이 있듯‘막일꾼 선배님’말씀처럼 아내들이 농사일에 더 적극성을 띠다 보니 손해 보는 기분 아니면 자신들은 애써 일하는데 남정네들은 빈둥거리는 기분도 들 것이다. 그러나 사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나는 스트레스가 없나 뭐? 암만 그래도 그런 조급한 상황이 닥치면 큰 힘은 내가 쓰지 지가 쓰나 뭐? 위험한 농약 누가 주고, 위험한 제초기 누가 돌리지? 나는 신체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보상차원에서 약간 빈둥거린 걸 가지고 툴툴 거린다면 나도 할 말은 있다. 더구나 금년 8월은 조블 측과의 전쟁을 벌이는 와중이지만 꿋꿋이 버티고 있는데 마누라까지 심적인 부담을 준다면 나는 무엇으로 버티나 이거다.
마누라의 스트레스는 밤이 지나도 안 풀린 모양이다. 사실 어제‘산골일기’를 쓰다가 새벽밥 먹여 놓고 참깨 수확하러 가자든 마누라, 참깨 베기도 전 아침이슬에 아래위 옷이 젖어들자 약간의 짜증 섞인 한숨과 탄성(?)을 내지른다. 그냥 못들은 척 했으면 좋을 걸 성질 급한 놈이 또 꼭지가 돈다. “에이씨~! 그럴거면 내려 갓! 내 혼자 할게...여기 뭣 하러 왔어? 응~!? 내가 그랬지? 그냥 쉬엄쉬엄 하자고... 누가 죽기 살기로 하랬어!? 씨바(나는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이거 욕으로 취급 하지 말아야 한다. 욕이란 상대를 모욕주기 위해 의도되거나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 살이나 여든이나 학생이나 어른이나 여자나 남자나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는 걸 욕이라고 하면 억울하다.)새벽밥 먹여서 지가 끌고 와서 지가 성질내면 어쩌자는 게야!? ”모르긴 몰라도 천등산 꼭대기 한쪽이 허물어지도록 쩌렁쩌렁 속사포를 쏘아댔다.
가끔은 금도를 넘는 언어구사 때문에 부부싸움의 판이 크지는 경우가 있다. “아! 그놈의‘씨바!’라는 단어는 왜 튀어나와서...”,“뭐야!? 씨발?” 순간적으로 잘못 된 걸 알았다. 마누라는 나의 이런 단어구사를 제일 싫어하고 경멸하는데 순간을 못 참고...어쩌다가...그러나 그대로 질순 없다.“이런! 내가 언제‘씨발’이라고 했나,,,”순전히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공세를 넘기기엔 역부족이다. 5초 아니면 10초 쯤 치켜뜬 눈 꼬리에서 불을 철철 흘리며 말없이 흘긴다. 나는 차마 마누라의 눈을 정시하지 못하겠다. 속죄의 눈길을 땅(밭)바닥으로 꽂는 가 했는데 나의 눈길보다 먼저 꽂히는 건 참깨를 베기 위해 들고 있던 마누라의 낫이다. 그리곤 ‘빠이빠이’라는 인사도 없이 내려가는 것이다.
덧붙임,
이번 산골일기의 소제를‘무제’로 했던 것부터가 잘못됐다.
사실 그동안 틈틈이 찍어둔 사진을 올리며 설명을 붙이려든 게,
마땅히 붙일 제목도 없고 하여‘무제’로 했는데 그 사달이 났으니
지금은 제목을‘부부싸움’으로 고쳐도 무방할 것 같다.
아내가 그렇게 내려가고 난 뒤 이일을 어떻게 수습하나? 걱정 때문에
일손이 제대로 안 잡혔다. 이거 맞불을 질러? 곧장 따라 내려가
요목조목 따질까?
금방 마음을 바꿨다. 오죽 힘이 들면 저럴까? 로....
그리고 참깨를 수확하기를 꼬박 여섯 시간. 이건 일종의 자학이었다.
그러나 반도 못하고 진력이 나서 내려와 보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벤 참깨를 트럭에 싣고 와서 다시 집안의 비닐하우스에 널고....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아내 마음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오후 한 시가 훨씬 지나도 그 뜨거운 비닐하우스에서 자학하며
베어 온 참깨를 단으로 묶고 있는 것을 인지한 아내는 얼음을 띄운
토마토 쥬스를 말없이 내민다. 이래저래 미안해서 선뜻 받지 못하겠다.
뿔이 나서 그러는 줄 알고 아내가 그런다“아! 이제 그만 해요! 이 뜨거운데
비닐하우스에서...”
갑자기 배가 고파 온다. “오늘 점심 뭐야?”,“냉 콩국수...”
말없이 아내가 내민 토마토쥬스를 받아 들었다.
덧붙임 2,
우리 마누라 또 떨그럭 거린다.
오늘은 무엇으로 빡세게 돌릴까?
아직 정해 진 건 없다.
사람 살려!!!=3=3=3=3=3
아! 8월에서 도망치고 싶다.
그래도 조블을 존속 시키겠다는 기쁜 소식이 이 8월에 있었으면 조케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