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포수들은 배가 고파도 새끼 가진 짐승은 안 잡는다는데, 아무리 짜증나고 밉기로 새끼 가진 어미를 그렇게 비를 마칠 수는 없는 법. 하여 놈을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간 것은 중복 하루 전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콩이가 있는 힘을 다해 오히려 나를 끌고 가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가 싶었는데 그곳에는 콩이가 이곳으로 내려올 때 함께 가지고 온 콩이의 옛 집이었다. 그리고 그 집안에는 어릴 적 깔고 지냈던 천 조각이 있고, 킁킁거리던 콩이는 제 머리밖에 들어갈 수 없는 이미 작아질 대로 작아진 그 집으로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은비의 어릴 적 버릇이 머리를 스쳤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제가 가졌던 것, 제 손 때나 냄새가 남아있는 것에 집착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그 천 조각을 콩이의 출산을 위해 준비한 집 입구에 넣어주자 콩이는 주저함도 없이 그 집으로 냉큼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지친 나그네가 제 집으로 돌아와 안식하듯 편하게 엎드리는 것이었다.

콩이가 어릴 적 지내던 집.
중복. 굳이 중복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계절인 만큼 그날은 새벽녘부터 후텁지근했다. 늘 들려오던 부지런한 새 소리가 아닌 생소한 소리가 아직 미명의 창밖에서 들려온다. 잠시 귀기우려 들어본즉 콩이의 집 쪽이다. ‘오! 그래! 어제, 오늘 콩이가 출산할 때가 되었지...’더 들어보나마나 콩이의 출산이 틀림없다. 급히 헤드랜턴에 손전등까지 들고 어둠 속을 헤치고 달려가 보니 도대체 몇 마리인지 모를 새끼들이 막에 쌓인 채 꿈틀거리고 어떤 놈은 그 과정을 그치고 어미의 젖에 매달려 있는 놈도, 또 다른 놈은 어미가 열심히 핥아 주는 놈.

출산을 하고 배가 홀쭉해 진 콩이와 친구 방울이
그런 상태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일단은 애잔한 듯 아니면 밤새 출산의 진통에 지친 듯한 콩이의 눈을 피하여 철수하고 미리 준비해둔 미역과 소 머리고기를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어 시간 뒤 아침을 깨고 일어난 아내에게 콩이의 출산을 통보하고 적당히 식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함께 콩이에게로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몇 놈은 꿈틀거리며 어미의 젖을 빨거나 찾는데 막에 쌓인 두 놈과 나머지 한 놈은 꼼짝을 않고 널어져 있다. 이런 걸 사산이라고 하나? 잘못 됐다는 것을 느끼고 놈들을 끄집어내려 하자 콩이가 주인이고 뭐고 간에 으르렁 거린다. ‘이런! 개 같은...망할 년!’소리를 냅다 지르고 진정을 시킨 뒤 놈들을 끄집어내자 곧이어 콩이도 따라 나온다. 그 사이 안쪽을 살피니 네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결국 일곱 마리를 낳았던 것이다.

일곱 마리 중 화살표한 놈만 색깔이 아비어미 반반이다. 놈들이 깔고 있는 천이 콩이의 어릴 적 이불(?)
뒤따라 나온 콩이는 내가 먹어도 괜찮을 구수한 고깃국은 아랑곳 않고 그 중 한 놈을 조심스럽게 입에 물더니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리고 흙을 다시 덮는다.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찡 해 온다. 말 못하는 미물도 죽은 새끼까지 저토록 고이 감싸 안는데 6년씩이나 키운 제 새끼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달아났다 엊그제 자수한 계집은 짐승만도 못한 짐승도 아닌 생각이 든다.
콩이가 죽은 제 새끼 한 마리를 고이 묻을 때 남은 두 마리를 멀지 않은 곳에 땅을 파고 묻자, 자식의 장례를 직접 치른 콩이는 나머지 두 놈을 찾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이내 구슬프게 울부짖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콩이의 슬픔은 슬픔이고 콩이가 직접 치른 새끼를 다시 그들의 형제와 합장을 하고 돌아섰던 것이다.
그리고 또 두세 시간이 흐른 후 젖은 제대로 빠는지 궁금하여 콩이에게로 가본즉‘옴마!’아까는 분명히 없었던 갈(회 처음엔 몽땅 흰색이었음)색 한 마리가 꿈틀거린다. 그리고 역시 또 한 마리는 콩이가 열심히 핥아주고 있다. 아! 그 사이 또 낳은 것이다. 살펴보니 다섯 마리가 젖을 빨고 있고, 한 마리는 핥고 있고 또 한 마리는 아직 막에 쌓여 제 어미의 보살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둘..셋... 찬찬히 세어 본즉 다시 일곱 마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열 마리를? 그동안 배가 무거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더니 그 작은 배에 열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었다니....지금 콩이와 7남매는 잘 자라고 있다.
에필로그:
‘콩이와 함께 찾아온 기쁜 일’이라는 제하의 썰을 풀다가 중간에 그쳤더니 앞뒤 맥락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제하의 썰을 풀게 되었는지도 잊어 버렸다. 콩이의 7남매는 이상하게 운명적으로 중복 날 태어났다. 그날은 장대비가 제대로 쏟아지는 날이기도 했다. 타는 대지를 충분히 적셔 줄 양의 비였다. 어쩌면 그게 기쁜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비록 세 마리는 사산을 했지만 7남매나 낳았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일 것이다. 사실 한 마리만 빼고 여섯 마리를 분양해야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런데 벌써 네 마리는 선약이 있다. 두 마리만 더 분양하면 된다.
더 기쁜 일은.... 엊그제 이 썰을 푸는 가운데 정말 기쁜 전화가 왔다. 경상도 모처에 땅을 좀 사 둔 게 있다. 좀 골치 아픈 관계로 매각해 치우려고 별 짓을 다 했지만 7-8년 째 매각이 안 됐다. 그런데 콩이가 7남매를 낳았던 며칠 뒤 그 땅이 팔렸다. 그제 등기도 넘겨주고 입금도 받고... 하늘을 날듯 시원하다. 쌀도 떨어져가고 용돈도 떨어져 가는 마당에 공돈 생긴 기분이다. 조닷 측과 만날 때 혹시라도 들 경비를 마누라에게 급전을 부탁하려 했는데 이렇게 일이 술술 잘 풀리다니....조닷 측과의 면담 때도 일이 잘 되려나 보다. 이게 모두 콩이가 가져온 기쁨이고 행운이 아닐까? 아니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콩이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