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히지만, 우리 집은 요즘 기쁜 일이 계속 되고 있다.
조블 폐쇄통보, 결사반대운동, 이래저래 어수선한 관계로 오랜만에 쓰 보는 산골일기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첫 번째 기쁜 일은 40년 대한(大旱)으로 온 대지가 타들듯 했는데 이 며칠 장대 같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 됐다는 것과 초여름 임신한 우리 집 진돗개 콩이의 출산이다. 무릇 모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쁘고 축하 받을 일이다.
큰 손녀 은비에겐 정말 이해 못할 버릇이 하나 있었다. 첫돌을 지난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저 태어나 몸에 둘렀던 조그만 4각의 강보를 손에 놓지 못하는 버릇이다. 추우나 더우나 밤이나 낮이나 외출 시나 그 강보를 주려 끼고 있어야 했고, 하도 끼고 다녀 깃(?)과 언저리가 너덜거려 헤졌어도 그놈이 옆에 있어야 했다. 보다 못해 몰래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어 주어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를 여러 차례. 어쨌든 그 버릇이 없어진 것은 입학을 하고부터였다.
콩이는 원래 김포 사돈어른께서 기르든 강아지였는데, 서울 집 마당에 길고양이의 출몰이 빈번하여 깜짝깜짝 놀란다는 며느리의 하소연을 들을 즈음 사돈어른께서 마침 어디선가 순종의 검은 진돗개 강아지를 구하셨다는 자랑의 글과 사진을 보고 생떼를 쓰다시피 하여 입양(양보)받은 놈이다.

분양(?)받기 직전 김포 사돈어른 댁에 있을 때의 콩이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런대로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녀딸 예솔이에게 극진한 대우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생을 누렸으나, 몸집이 점점 커가며 골칫거리로 변한 것이다. 사실 이미 겪은바 있지만 도시의 실외견 기르기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먹는 것은 차치하고 먹고 난 뒤의 배설물처리가 거시기 하다. 서울 집은 그래도 단독주택에 크진 않지만 마당과 정원이 좀 있는 편인데 성견의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파고 묻었지만 결국 한계에 다 달았는지 이곳 산골로SOS를 타진해 왔다. 그것도 처음엔 일주일 여 집을 비워야 한다며 그동안만 돌봐 달라 했던 것이 마음이 변하여 아주 이곳에 눌러 살게 된 것이다.

서울 집에서의 콩이
이곳으로 내려온 콩이에게 이상한 버릇이 있다는 걸 안 것은 며칠 뒤였다. 도대체 제 집으로 들지 않는 것이었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불거나...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도 억수 장맛비가 내려도 집에 들어갈 마음이 없는 것이었다. 혹시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까 염려한 나머지 그 옆에 또 다른 집을 나란히 마련해 주었지만 여전히 입주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불거나 제 집을 안 들어가는 콩이
콩이가 영웅출신의 사냥개와 신방을 차리고 배태한 사실을 두어 달 전 산골일기로 쓰여 졌는데, 문제는 출산을 앞두고도 제 집을 찾지 않는 것이었다. 가뭄 끝에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저 놈이 저러다 노지(?)출산을 하지는 않을까? 노지출산으로 장맛비에 몽땅....?’하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 불길한 생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게 예보대로 억수 같은 비가 내리지만 여전히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온몸으로 맞은 비를 머리와 몸이 분리될 만치 마구 흔들어 털어내곤 또 맞고....그 모습에 걱정 보단 짜증이 앞서며‘머...저렁기 다 있노? 미친 거 아니가?’라며 애꿎은 마누라에게 밀어 붙인다.

호화주택은 아니지만 결국 집을 두 채 만들어 주었으나 그래도....
덧붙임,
사실 이 썰을 만드는 중 어제 정말 기쁜 소식(순전히 개인적으로...)이 날아 들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타 지방에 가 있어야 한다. 요즘 좋은 일만 계속 되는 것으로
보면 좋은 일은 겹친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조블과의 협상도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 굴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