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완전한(?) 잡곡밥을 먹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3년? 4년? 뭐, 그 이전이라도 가끔씩 무슨 특별 식이라도 먹는 것처럼 아주 가끔 잡곡밥을 해먹기는 했다. 그런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언제부터인지 현미에 이런저런 잡곡을 섞은100% 잡곡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잡곡밥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소원이 하얀 이밥 좀 먹어 보는 것이었다. 남들은 시커먼 보리밥도 못 먹어 보릿고개 넘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하지만 그건 그 쪽 사정이고....오죽 했으면 하얀 쌀밥 먹는 게 소원이었을까.
잡곡밥을 먹게 된 동기는 필시 몸에 좋다거나 건강에 유익하다는 영양학자나 무슨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것일 게고 그래서 몇 년씩이나 아무 불평과 불만 없이 잘 먹어 온 것인데 근간 들어 그 놈의 밥알이 입안에서 까끌 거리거나 오돌 거리는 느낌을 준다. 3년? 4년? 동안 먹어온 잡곡밥 덕분에 얼마나 건강이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입안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촉감이 별로인 것을 보면 하얀 쌀밥이 무슨 독약도 아니고 정작 내 입에 땅기는 것을 먹어야 건강도 유지할 것 아닐까, 하여 그젠가? 아내더러 무심결에“아! 하얀 쌀밥이 그립다”라고 했더니만, 과연 어제 아침엔 오랜만에 고슬고슬 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이 올라 왔다.
한 술 떠서 입안에 넣고 음미하는데,,, 사실 그 동안 수십 어쩌면 기백 번은 외식을 했을 터인데 그 외식을 통하여 먹었던 쌀밥과는 확연히 다른, 어떤 광고 멘트처럼‘어떻게 말로 표현 할 방뻡이 없는...’달착지근하고 향긋한 맛이 나며‘음~! 그래 이 맛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두어 술 떴나? 정말...갑자기 어릴 적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대개의 초가집이 그러하듯 부엌으로 통하는 여닫이문이 하나씩은 있고, 그 문을 열면 대소 가마솥이 걸려 있는 부엌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시커먼 보리밥 외에는 주전부리가 귀하던 시절이니 밥 때만 되면 배꼽시계가 정확히 작동을 한다. 기왕 삶아 놓은 보리쌀을 한소끔 끓이고 다시 뜸을 들일 때의 그 냄새가 오장육부를 자극한다. 잠시 후 무쇠솥뚜껑 열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면 나는 그 여닫이를 열고 엄마의 밥 푸는 모습을 참관한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시커먼 보리밥 한가운데엔 언제나 꿈에도 소원인 하얀 이밥이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 쌀밥을 딱 두 그릇 푼다. 물론 할아버지와 아버지 몫이다. 그 기 까진 늘 그렇게 해온 터이라 불만이 없는데 두 그릇의 밥을 푸고 남은...그래도 쌀알이 얼마라도 붙은 밥 쪽을 내 몫으로 퍼 주셨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엄마는 훌 섞어 버리는 것이었다. 온전한 이밥도 아닌 쌀알 몇 개라도 먹고 싶었던 어린 마음이 야속함을 넘어 원망스럽기조차 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하는 것은, 짠지나 장물(간장) 또는 장아찌뿐인 개다리 상을 3대가 이마를 맞대고 식사를 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주발(사발)엔 하얀 쌀밥이고 어린 손자(아들)밥그릇은 시커먼 보리밥이 담겨 있으니 끼니때마다 차라리 내겐 고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두 양반 그 하얀 쌀밥을 남기는 적이 없었다. 참, 죄받을 소리지만 그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배탈이나 나셨으면....하고 빌었던 적도 있었지만 두 분이 배탈 나셔서 쌀밥을 대신 먹었던 기억은 전무하지만......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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