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세트와 甲질 세트’라는 썰을 풀자 많은 벗님들께서 공감과 호응을 해 주신다. 이 썰을 올리며 좀 조심스러운 점은 있었다. 사실과는 다르게 악의적인 민원을 업으로 삼는‘블랙 컨슈머’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좀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악덕 상인들이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좀 알리고 싶었기에 이 썰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번 설날 아주 망친 것만은 아니다. 김포 사돈어른께서 이렇게 귀한 홍삼정과를 보내 오셨다. 참, 면목이 없다. 사돈어른! 늘 받아 먹기만 하고....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다음 부턴 간단한 걸 서로 교환 했으면.....
나 어릴 적 초겨울로 접어들면 야심한 시각에‘찹쌀떡과 메밀 묵’을 외치는 장사꾼처럼“영덕 대기(게)요~!”라며 외치는 장사꾼이 있었다. 도대체 ‘영덕 대기(게)’라는 게 뭘까? 뭔지도 모르고 침을 삼켰던 그러나 그것을 사먹을 입장이 못 되어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었지만 그 땐 다리 하나씩도 팔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흔했고 튼실했기에 다리 하나씩도 팔지 않았을까? 그런데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게를 보내고 항의를 한다고 c팔,,,개새끼를 찾는 질그릇 깨지듯 하는 계집년의 행위에 약이 오르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좀 지난 얘기지만, 주은택님의 사돈되시는.... 오랜동안 외교관으로 계시던 대사님 초청으로 그 댁을 방문했더니 이런저런 선물을 주시는데 그 중의 하나다. 사모님 말씀'이거 참 좋은 커피예요'그런데 무식한 놈이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 왔는데(사실 나는 커피 맛도 제대로 모르며 마신다.) 마침 늘 마시던 커피가 떨어져 이놈의 포장을 뜯는 순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제품의 이름이다. '카피러왁..카피러왁..'들고양인지 뭔지 하는...무슨 짐승똥...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세상에 그 가격이....그런 귀한 선물을 하셨는데 별 반응도 없이 시큰둥 했으니 그 양반들 속으로 얼마나 황당 하셨을까? 죄스러워 아직 전화 한 통 못 드렸다. 일간 전화 한 번 드려야 겠다.
그리고 역시 사람 마음은 똑 같은 가보다. 몇몇 분께서 재래시장의 폐해를 지적해 주셨다. 사실 먹을 수 없었던‘대게’가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불만으로 그런 상품을 파는 상인과 상점으로 인해 동업자나 주위의 상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무슨 때만 되면 재래시장을 이용하라고 정부차원에서 홍보가 대단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재래시장을 찾지 말래도 자연스럽게 발길이 먼저 그곳으로 간다. 그런데 갈 때마다 뭔가 2%부족하다. 특히 민족 최대 잔칫날 추석이나 설날 같은 대목 때는 더욱 그러하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가보면 값이 오히려 할인마트 보다 훨씬 비싸고 품질도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서민의 입장에서 웬만하면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싶지만 그만 실망을 하고 만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발길을 옮기고 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한정된 재래시장이라면....


사실 나는 누군가가 선물을 하겠다고 하면 늘 치약.비누.샴푸가 든 종합선물세트를 원한다. 가장 실용적이고 부담이 안간다. 그 덕분에 비누와 샴푸 그리고 치약을 사본 게 오래 되었다. 아들딸 며느리사위 더러 가급적 이런 선물을 원한다.
사실 문제의 대게만 해도 그렇다. 요즘 L이고 E고 할 것 없이 할인마트에 가면 수입 킹크랩이나 랍스타가 이전 보다는 가격이 많이 저렴하다. 솔직하게 러시아산 킹크랩은 우리 대게보다 실하고 맛도 좋다. 그러나 그래도 신토불이라며 우리 농어민의 고충을 좀 더 이해하자는 차원에서 우리 것을 찾는 것인데, 상품 나쁘다고 불평하는 소비자에게 주둥이 닥치라며 호통을 치는 개새끼(이번 경우는 암캐)가 있는 한 재래시장의 현대화는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재래시장이 지난날 보다 건물과 외양만 번드레하다고 현대화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종합세트엔 왜? 치솔은 없을까? 그게 제일 불만이다. 나는 샴푸를 쓰지 않고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 머리털이 빠지거나 말거나. 장가 새로 갈 것도 아니고....남아도는 린스는 신발장에 모아 둔다. 저 놈은 따로 용도가 있다. 묽게 희석시켜 세탁할 때 섬유유연제 대용으로 쓴다. 섬유를 유연하게 하는지는 차치하고 세탁후 빨래 향이 그윽하다.
아무튼 아내와 버리라 거니 먹자 커니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6만원이라는 금액이 왜 아까운 생각이 안 들겠느냐마는 불행 중 다행히(?)도 그 대게를 소개한 김씨에게 주라니 고맙긴 하지만 기왕 선심 쓰는 거 쌍욕이나 말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썩은 냄새만 맡고 대게 맛은 보지도 못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경북 영덕 강구항의 대게 장사꾼의 甲질은 특甲질에 가깝다. 일어탁수(一魚濁水)라고 미꾸리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고 영덕 하고도 강구항의 이미지에 완전히 X칠을 한 것이다.

종합세트에 칫솔이 없는 관계로 나는 싸고 괜찮은 칫솔이 나오면 한꺼번에 많이 사 둔다. 지난 연말에 할인마트에 갔더니 위의 칫솔을 덤 하나 끼워서 할인판매 한다. 120개를 한꺼번에 샀다. 사실 나는 기상과 동시 그리고 심시 세끼 잠자리 들기 전에 양치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담배를 피지 않음에도 입안이 텁텁하여 견딜 수 없다. 따라서 칫솔을 열흘에 한 자루씩 갈아야 한다.
대게 몇 마리가지고 죽일 듯 싸운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단치는 아내 때문에 멈추었지만, 분노의 감정을 누그러트리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역공(?)을 받을 것 같아 비록 악취가 풍기는 대게지만 냉장고에 보관을 시키고 다음날 김씨에게 마을회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뒤 그 게를 넘겨주었다. 김씨는 자초지종을 들었는지(그 계집이 좋은 얘기 했을 턱이 없지만...)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그 게를 가져갔다. 다만 그 게를 넘겨주기 전“김형! 하도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 사진을 찍어 놓았소. 관계가 어찌되는지 모르지만 그 계집년 사과하라고 하시오! 사과 않으면 소비자 고발센터 같은데 고발할거요.”라고 했던 것이다. 그 후로 김씨를 만난 적도 다시 찾은 적도 없었고 뺑덕어미 같은 그 계집년의 전화도 없었다.

중국은 아직도 호텔에서 일회용 칫솔, 면도기 등을 비치한다. 나는 꼭 이 것들을 챙겨 온다. 지금 이런 칫솔들이 수백 개는 넘을 것이다. 이웃에 나누어 주었음에도. 가끔 칫솔을 휴대 않은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하룻밤 유숙하며 격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요즘은 칫솔 하나 들었다하면 제일 싼 것도 2-3000원이다. 그리고 중국산 일회용 칫솔이 옛날 보다는 질이 많이 좋아져 여러 차례 쓸 수 있다.
생각해보면 사내자식이 먹는 거 가지고 쪼잔하게 군다고 할지 모르지만 정황으로 보아 이런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대저 어떤 문제가 야기되면 거의 구매자에게 문제가 많은 것으로 치부하며 甲질 했다며 비난을 한다. 물론 악덕상인에 버금가는 악덕 구매자(블랙 컨슈머)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만 甲질을 하는 게 아니라 장사치들의 甲질도 간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육갑 한다.’라는 말이 있다. 甲질을 도가 넘게 하면 육갑질 아닐까? 장사치도 소비자도 육갑질은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