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콩 농사 짓기 전에 올렸던'산골일기'
흙 돋우기(마사 토) 10차 x 65,000 =\650,000
배수로 공사(굴삭기) 3일 x 450,000= \1,350,000
밭 평탄작업(트랙터)1,200평 x 300 =\360,000(로타리 작업)
관리기(골파기, 비닐 덮기) 아랫집 선미 아빠 부부=\260,000(중식 대 2만 포함)
비닐 2권(마끼) x 46,300 =\92,600(비닐 조금 남는 거 선미 아빠 줌)
콩 3말 x 35,000=\105,000(5kg남음. 두부 만들어 먹겠다고 함.)
새총 2병 x 9,000=\18,000(콩을 심었을 때 새가 먹지 못하게 하는 농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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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2,835,600 (콩 농사를 짓기 위해 순수하게 마누라 주머니에서 나온 농자금)
“사람 사서 할 거면 농사 뭣 하러 져!”, 우리 마누라 아주 성질 올랐을 때 쓰는 어법(語法)이다. 그 말(대화)의 내용이 아니고 표현의 방법이다. 인상을 찌그러트리고 톤을 높여서 단호하게 반말을 하는 거다. 나는 이게 또 성질이 난다. “뭐라고!? 말 따위를...쯔쯔쯔~”하며, 월드컵 우리 대표 팀 똥 볼 차듯 혀를 길게 찬다. 그냥 보통 때 오가는 부부간의 대화라면 반말을 하던 싸라기만 먹고 지껄이는 말이든 다 이해가 되지만, 성질을 내며 반말을 하면 그게 좀 받아들이기가 거시기 할 때가 있다.


작년 장마에 복토한 곳이 다 떠내려 갔었다. 할 수 없이 금년에 또...
마누라와 나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아니한 말로 내가 제법 철이 들었을 때 저는 아직 기저귀를 찼거나 노상방뇨를 해도 부끄러움을 모를 나이 아니었던가. 저와 내가 일곱 살의 나이를 극복하고 웨딩마치를 올릴 땐 솔직하게‘하늘같은 서방님’대접은 원하지도 않았다. 우리 선대 어르신들 하도 가부장적 가정을 꾸려 가시기에 나는 장가가면 가정의 민주화를 꼭 이룰 것을 맹세했던바 그 첫 번째 조건이 아내 된 사람을 절대 지려 밟지 않을 것을 다짐했던 것이고.

이랑과 비닐을 안 치려 했으나 이웃 선배님들이 그러면 전혀 소출을 못 본단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며 이런저런 평지풍파를 만나다보면 나 자신이 급한데 어떻게 그 약속을 다 지킬 수 있겠는가? 나라님, 국개들 하다못해 지방의 수령이나 그 아래 것들 공약하고 제대로 지키는 거 봤어?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그게 인생이라는 거다. 오죽했으면 인생은 속고 사는 거....

빨간 농약 이 놈이 새총이다. 이것을 처발라 심어야 새들이 안 파 먹는다. 씨앗 부터 농약 덩어리다. 방법이 없다. 먹고는 살아야 겠고.... 유기농 안 짓는다고 욕하지 마라!!!
그런데‘오뉴월 뙤약볕이 하루가 무섭다’고 이를테면 일곱 살이나 많은 인생의 한참 선배님에게 성질만 나면 단호한 반말을 해 대는 것은 처가 쪽의 가정교육이 한참 잘못된 게 분명하여 때론 따지고 싶지만 장인어른 돌아가신 지 30년 가까이, 장모님 오락가락 치매가 계시니 따질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무르자고 하면 보따리 싸고 나가야 할 사람은 나이니 그럴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정황을 생각해 보면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하여 마지막 발악으로 같이 성질을 내는 것이다.(이 점 인생의 후배님들께 충고 드리지만 가정의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남자가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충고하는 나 스스로가 잘 안 되니 그게 문제다. 부부싸움 끝에 늘 후회하는 쪽은 나(우리)다.)오늘 얘기를 끝내기 전....콩을 2백8십여 만원어치 사면 얼마나 될까?

우여곡절 부부 싸움 끝에 직접 콩을 심기로 했다.
참고,
작년 콩 한 말(7KG)시세가 \23,000 이었다.
금년은 콩 값이 좀 올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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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콩 농사는 지어졌고, 그 콩 농사가 잘 되면 북유럽 크루즈 여행 가는데 보태려고 했었다. 사실 콩을 벤 것은 지난 10월 하순이었으나 그 자리에서 타작을 하지 않고 모두 집안의 비닐하우스로 옮겨 놓은 뒤 심심(?)할 때 조금씩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피일차일 미루다보니 여태 타작을 하지 않았다.

콩 추수를 한 뒤 비닐하우스에 보관해 왔다. 솔직히 내년 봄 한가할 때 하려고 보관해 왔는데 옆집 문 선생이 콩 두 말만 달라는 통에 엉겁결에 타작을 했다.
지난 주 오랜만에 자신의 전원주택을 돌보러 온 옆집 문 선생이(경기도 某고교 현직교사)“형님! 금년에 콩 농사 지으셨죠?”,“그랬지....”,“저희 두 말만 주십시오.”그 말에 생각하고 말고도 없이 그만“그러지 머!”. 우선은 농사를 지어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판매를 한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앞뒤 재지 않고 대답을 하고 만 것이고, 둘째는 타작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적당한 동기부여가 없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대답을 한 것이다.

콩 타작의 잔재. 저 놈 치울 생각에 또 앞이 막막하다.
그런데 막상 타작을 하려고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본즉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콩대들을 보니 아차! 싶고, 악성빈혈환자처럼 아찔한 현기증까지 일어난다. 이일을 어쩐다? 괜히 콩 두말 팔겠다고 이 엄동(다행히 비닐하우스 안이라 춥지는 않다)에 콩 타작을 하겠다고 자초 했으니 그 뒤 감당이 불감당이다.

겨울철만 되면 이곳은 길양이의 안식처가 된다. 저 끝에 길양이 한 놈. 사실 이 반장 형님은 콩만 털어주고 콩깍지 제거는 않고 가버렸다. 콩깍지 터는데 풍구를 이용하여 마누라와 먼지를 홀랑 뒤집어 쓰고 한 나절을 더 했다.
소크라테스의 악처를 직접 만난 적 없고 수천 년도 더 지난 소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악처 하나 열 효자 부럽지 않다고 하지 않든가.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그래도 나의 진정한 우군은 아내밖엔 없다. “아우~ 저걸 어떡하지?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데....”하며 곁눈질로 아내의 동태를 살피자“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 반장님께 부탁드려야지...”눈 꼬리가 살짝 올라가긴 했어도 아내의 반응은 예상외로 하늘같은 서방님이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며 타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단호함이 서려있다. 이럴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게 내 마누라~아지~!다.


타작 후 아내는 그래도 저것들이 신기한지....아래 채에 두자는 내 말과 달리 굳이 위 채 실내 창고로 끌고 올라 오잖다. 콩 소출은 다섯 가마 반이다. 저 포대 하나에 35K씩 담았다. 콩은 70K가 한 가마 란다.
혹시 아내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할까봐 즉시 개울건너 이 반장 형님에게 전화를 걸자“이~이~콩 타작은 혼자 못해~!”,“그럼, 사람을 하나 더 써서라도 좀 해 주쇼~!”그렇게 시작된 콩 타작이 그제 끝이 났다.

붉은 비닐봉지 들은 게 문 선생에 팔 두 말의 콩이다. 7K가 한 말이지만, 차마,,, 옆 집에 살며 박정하게 할 수 없어 8K를 담았다.

며칠 전 겨우내 먹을 땅콩 안주를 한 박스 샀는데. 이 놈의 땅콩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할 줄이야....

콩 타작을 해 볼 꺼라고 최신형 도리깨도 두 자루 사왔지만, 의욕만 앞세우고 무용지물이 됐다. 반 값이라도 팔아야 할 텐데...
2014년도 농정 보고.
콩 타작 경비.
이 반장, 아랫마을 영술 아우 각11만원(중식 대 만원 포함)=\220,000.-
도리깨 10,000원 X 2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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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 TOTAL:\240,000.-
콩 소출 5가마 X \210,000(금년 시세)= \1,050,000.-
\1,050,000 - \240,000 = \810,000
순수 농자금 \2,835,600
\2,835,600 - \810,000 = \2,0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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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TOTAL: -2,025,600.-
덧붙임,
그래도 난 오늘 오후가 가슴을 콩닥이며 정말 기대 된다.
내 손으로 지은 콩 농사의 첫 수익이 기대 된다.
그리고 42,000원의 현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행복하다.
다만 북구 크루즈 여행은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