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닷 토론마당의 세상만사에 어떤 분께서는‘준비된 노년’ 이라는 에세이를 쓰시며 그 조건을 말씀하셨는데, 자랑이 아니라 대충 잡아도 그 정도의 준비는 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미리 밝히지만, 사실 그 동안 죽는 소리하며 엄살을 떨었지만,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꽤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기왕 얘기가 나온 거 아예 금액까지 밝히자. 상속세 제하고 \24억5천9백8십만8천원을 상속 받았다. 그 동안 아내를 비롯하여 아들딸과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들에게 미리 상속도 해 주는 등, 대충\21억 원을 조금 넘게 소비했으나 아직 내 수중엔 3억 6천만 원 가량 남아 있다.

금년 지금까지 내가 마신 포도주다. L마트에서는 아예 이 포도주가 입고 되는 날 내게 연락을 준다. 이 포도주는 거의 내가 다 산다고 보면 된다.
그런 관계로 사실 나는 지금 많이 행복하다. 크게 남은 돈은 없지만 그래도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삼남매 시집장가 다 갔지...또 큰 문제없이 저희들 앞가림은 할 수 있을 만큼 잘 살고 있지, 귀여운 손녀가 넷씩이나 되지, 비록 독수리 타법이지만 인터넷을 통하여 블로깅을 하며 이웃의 벗님들과 소통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지,,,,과장이 아니라 정말 행복하고, 나름 평가하기를 이 정도면 성공한 삶이라고 자평을 한다. 아! 하나 빼 먹은 게 있다. 김장을 하는 동안 아내에게 그랬다.‘깍두기는 내 레시피(?)대로 버무리자’고. 버무린 깍두기는 과연 환상이었다. 농담 아니고 아내도 황홀한 맛이라고 그랬다. 올 여름 작년에 담근 김치를 먹으며 황홀한 그 맛에 취해 행복해 했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런 행복감이었다. 사실 행복이란 게 어렵거나 먼데 있는 게 아니다. 맛 나는 음식 하다못해 막 버무린 깍두기 맛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삼남매가 저희 식솔을 데리고 잘 살아가는 것, 오물조물 손녀들이 자라나는 모습, 맛 나는 깍두기에도 감격할 수 있는, 때론 사돈어른께 투정을 부리지만 블로그의 이웃 벗님들과 소통하는 행복.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진짜로 행복하다.

용량이 많을수록 값이 조금 싸다. 그런데 큰 용량은 잘 안 나온다. 1.5L 한 병이면 사흘을 마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복한 삶을 78세 즉 앞으로 11년밖에 더 영위할 수 없다니 안타까운 것이다. 이날까지 살아오며 78이란 숫자만 철석같이 믿고 무리수도 두고 무모한 짓도 했었는데, 이제 나이 들어 인생의 맛도 알고, 좀 살만하다고, 행복하다고, 비겁하게 하늘에게 수명을 더 널려달라고 애원하자니 자존심은 상하고.....그렇다고 이순신장군님처럼 나에게는 아직 尙有十一年生命...이라기엔 솔직히 아쉽다. 100세 시대라고 하고, 당숙께서는 120세도 살겠다고 하시는데....78이 뭐냐 이거다. 얘기가 딴 데로 빗나갔다.
빡세게 돌리는 아내의 주문에 은근짜로 부아가 난 나는‘더는 못해!’하며 강짜를 부리고 실내로 들어와 거실의 소파에 누었다. 그리고 가만히 만져보니 온몸이 쑤신다. 근육통이다. 뿐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까지 메슥거리는 것 같다. 그 순간 문득 빼빼로 day에 받았던 검진 생각이 난다. 결과 통보가 분명히 왔을 텐데......

각종의 포도주가 있지만, 위의 포도주가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준비한 것이지 랙의 것은 잘 안 건드린다.
‘숙영아! 별 일 없냐?’,‘네! 아버님!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 전화를 드리려고 했어요! 어머님 꺼 랑 건강검진결과가 왔어요! 어떡할까요?’서울 집의 며느리에게 전화를 한 결과 검진표가 배달되었다는 것이다. ‘오! 그러냐? 그렇잖아도 그것 때문에 전화 했다.’,‘택배로 보내 드릴까요?’,‘음~! 그래! 그 전에 먼저 뜯어봐라!’,‘괜찮을까요? 아버님’....잠시 침묵이 흐른 후‘큰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아버님!’그리고 뭔가를 알려주는데 소견을 들어본 결과 큰일은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어 제일 기분 좋은 소리가 건강해 보인다는 덕담이다.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과학적 절차를 거친 검진결과가 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려 주었으니 이 보다 좋을 수가....그런데 잠시 후 전화기가 울린다.

위암 수술 후 독주는 절대 안 마신다. 포도주만 마신다. 40여 종 각국의 주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