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장마철에 내려야할 비가 이제야 거의 매일 흩뿌리며 늦장마가 온 듯하다. 사실 여름 내내 메말라 건천(乾川)화 하던 앞개울에 수량이 널어 제법 개울다운 운치를 보인다. 진작 저랬더라면 아이들이 발이라도 한 번 담그고 가는 건데...

작년 우리 면 5일 장에서 복숭아 나무를 큰 기대 않고 몇 그루 사다 심으며 관리도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금년에 먹음직스럽게 열렸다. 내년부턴 제대로 관리 해야 겠다.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무더위지만 그래도 산골은 살만하다. 올 여름 선풍기 튼 날 수를 짚어보니 보름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휴가 때 온다는 소식을 받고 선풍기로는 안 될 것 같아 에어컨을 점검해 보니 실외기는 작동이 되는데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부랴사랴 A/S를 요청하니 성수기에 고장신고도 폭주라며 열흘 후에나 오겠단다. 할 수 없이 某가전판매업체에 등록된 아내의 VVIP카드 번호를 들이대고 협박을 하다시피 하자 그 다음날 고쳐주고 간다.



귀촌을 하기 전 농촌 가옥마당들이 거의가 회색빛 시멘트로 되어 있는 것에 의문을 품었었는데 그 이유를 귀촌4년 차에 알 것 같다. 예초기를 돌려도 돌려도 돌아서면 풀이나 있다. 귀농. 귀촌은 풀과의 전쟁이 관건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금년 콩농사 잘되면 저 잔디를 시멘트로 확 덮을 생각이다.
삼남매의 가족(며느리 사위 친손녀 외손녀)이 다 모이면 열두 식구다. 저것들이 내 자손이라니....복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가끔은 둘 정도 더 낳았더라면 하는 욕심이 지금도 생긴다.


누가 새 대가리 라며 폄하 했는가? 옥수수 밭에 갔더니 크고 실한 놈만 다 쪼았다. 새 뿐만 아니다. 고라니라는 놈도 합동작전을 벌였다. 기왕 처먹을 거면 먹던거나 처먹지 않고 조금씩 건드려 놓았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이런 조수의 피해는 안 입었는데... 그나마 아깝다고 수확해서 말리고 있다. 강냉이나 튀겨 먹어야 겠다.
하긴 나 젊은 시절 정부의 가족계획 구호가‘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뭐 이러다가 어느 순간 전국의 큰 역사 앞에 인구시계라나 뭐라나 떡 세워 놓고‘핵폭발보다 더 무서운 인구 폭발’이라며 겁을 주는 것도 모자라‘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그래도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뽑히지 않자‘아들 낳으면 기차나 버스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며 국민을 우롱...비슷하게 했지만, 상계동 우리 사돈어른은 딸만 셋 낳아 잘 길렀더니 딸내미 중 하나가 항공소저(航空小姐:스튜어디스의 중국식 표현)가 되어 세계도처 어디를 가나 공짜비행기(사실 이 부분은 우리 부부도 해당 된다)를 타시니 거짓말은 아니다.


배추랑 무우는 완전히 고라니 차지다. 가운데 뻥뻥 뚫린 것이 고라니 발자국이다. 이놈들은 아예 뿌리를 뽑아 버린다. 배추는 벌써 두 번을 피해를 보고 오늘 세 번째 심으려고 어제 제천시에 나가서 모종을 사두었다. 무우는 두 번째 파종을 했는데 이번에 또 뽑아 피해를 입으면 금년 배추와 무 농사는 포기하고 사 먹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지금 둘 정도 더 낳았으면 하는 나의 욕심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망발이다. 셋을 데리고 어디 외출이라도 할양이면 미개인은 고사하고 크로마뇽인 보듯 했으니 언감생심이었다. 너무 쪽 팔려 무리해서 포니2를 구입했는데 이젠 서로 가운데 앉지 않겠다고 차 탈 때마다 싸우는 모습에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둘만 낳을 걸...’때늦은 후회였었는데 그 아이들 다 장성하여 시집장가 가고 잘 살아가는 모습에 품지 말아야할 욕심을 품어 보는 것이다.

그러기나 말기나 콩밭만 바라보면 흐뭇하다. 저 놈이라도 잘 되면 올 겨울 마누라랑 손 꼭잡고 북구 크루즈여행도 가고 잔디밭 시멘트도 덮어야 하는데....꿈이 너무 큰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미 이렇게 늙었어도 둘 쯤 더 있었으면 헛 욕심까지 부려보는데 손녀 하나 달랑 낳고 입 싹 닦는 아들놈과 우리 며느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희들 만 편하겠다고 대를 끊는다면 저승 가 조상님들 어찌 뵈라고..... 그렇다고 문명사회의 대명천지에 칠거지악을 내 세울 수도 없고...딱 한 건 아들 며느리가 아니고 내가 참 딱하게 됐다. 아이고! 가을맞이 한다고 씨부리 쌌더니 공연한 후손걱정만 한다. 우리 며느리 가끔 내 썰을 읽는 것 같던데....노인네가 괜한 얘기 한다고 타박이나 안 할는지?

밤나무 옆으로 하얗게 핀 꽃은 두릅 꽃이다. 지천으로 널려 잇는 두릅을 채취 안 했더니 수풀이 되 버렸다.



밤과 대추가 어찌나 실하게 알알이 열렸는지 금년 수확이 기대가 된다. 이렇게 수확을 하면 뭣하나? 맛나게 먹을 손자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지만....그거 뭐 억지로 하나 뭐?

달랑 한 그루 사과나무에도 금년엔 제법 열렸다. 저놈들이 추석차례 때까지 익을랑가?


내 땅 경내에 이런 소(?)가 네 군데가 있다. 수량이 많을 때는 볼만한데 금년엔 워낙 가물어 볼품이 없다. 언제고 저길 정비해서 손자손녀들 안전한 물놀이 장소로 만들어야 겠다.
숙영아! 너 이거 보냐? 봤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니들 보고 어찌 하라는 건 아니다. 창고 앞 복숭아도 제법 익었고, 위쪽 콩밭두렁에 서 있는 밤나무의 밤도 대추도 제법 익어가더라. 그래서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보다. 밤과 대추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니들 결혼식 날 폐백드릴 때 밤과 대추를 던져주던 기억 말이다. 아무튼 가을은 이래저래 결실의 계절이라던데....가을이 저만큼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