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돌아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손전화가 오두방정을 떨며 울어 댄다. 개울 건너 만식이 형이다. 대뜸 특유의 목소리로“이~! 부녀회장님 고급차 한 대 탓다미~? 마을에 소 문이 자자혀!”,“아니? 그 소문은 또 언제 들었수?”,“새마을 지도자(새마을의 날이니 새마을 지도자 용술씨도 그 행사에 참가 했고 현장에서 아내가 고급차를 타는 걸 보았을 것이다)한 테 들었지...”,“아따~! 그 친구 입도 가볍네. 머 그런 걸....”아무튼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가 오가다가 만식 형은 갑자기“동네 소문 다 났는데, 어짤껴?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메밀 막국 수라도 사야지?”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만식 형과는 가끔 식사를 하는 터,“아이고! 그럽시다. 그 쪽 식구가 몇이우? 12시 반까지 xx막국수 집으로 오슈”. 만식형이 추천한 안골의 4가구 8명에 만식이 형, 우리 앞집 이PD네와 최公네, 이장님(이장님은 마침 그날 그 집에서 다른 모임이 있어 점심은 사양)우리 부부. 그렇게 열댓 명이 아내의 로또 당첨축하잔치를 초졸 하게 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점심값은 대충 15만 원가량 나왔다.

몇 년째 피지 않든 하와이 무궁화가 금년엔 활짝 피었다.
아내의 명령 아닌 부탁으로 화물차를 끌고 나가보니 아내의 차 옆에 비까번쩍하는 자전車 한 대가 놓여있다. 아내는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온 용사처럼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전리품 을 가리키며“오늘 내가 탄 거예요”(그 순간 오후 내내 아내를 향했던 짜증이 녹아내린다), “아이쿠! 우리 마누라가 이런 어마어마한 행운을...”(거의 입이 찢어질 만큼 벌어진다)사실 오래 전부터 자전거가 한 대 있었으면.....했었다. 농촌마을의 이웃이라는 게 다닥다닥 붙은 대처의 가옥구조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거나 그 냥 방문을 하려해도 걷기엔 좀 먼 거리의 이웃이 많다. 자연히 차를 아니 탈 수가 없다. 그 래서 자전車가 한 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는데 아내가 수천 명 가운데 서 이런 행운을 나에게는 로또 버금가는 상품을 타 왔으니 입이 찢어질 밖에.

이것 역시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마누라는 자전車를 타오고....
아무튼 상상이상의 즐거운 마음으로 아내가 당첨된 로또 상품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벗기고 마을회관 앞까지 시위 아닌 시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의 표정이 약간 어둡다.“아니! 참! 이상하네. 어디 갔지?”,“뭘? 왜 그래? 뭘 찾는데?”, “분명히 여기다 꼽고 다녔는데 없어졌어요?”, “자기 차안에 잘 찾아봐! 어디있겠지....”, “아냐! 아무리 찾아도 없 어요.” 수년 전 아내와 업무 차 중국 가는 길에 면세점에 진열된 선 그라스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 기에 사 준적이 있었다. 그것도 자그마치 면세품가격으로 약40만 원을 준 것인데, 그것을 잃어 먹은 것이다. 유추하건데 로또에 당첨이 되어 호명이 되자 흥분한 나머지 앞가슴 쪽 에 꽂아 두었던, 그 고급 라이방 을 잃어 먹은 것이다.

주차장 옆에 나란히 서 있는 행운의 로또 자전車
썰의 첫머리에“우리 인생에 로또 같은 대박 나는 게 몇 번이나 될까? 아니 도대체 그런 기 회(행운)나 있을까? 그런데 로또에 당첨되면 대박만 칠까? 가끔 뉴스에 보면 로또 당첨된 후 이혼 하는 인간도 많고 흥청망청 하다가 오히려 당첨 이전보다 못한 삶을 사는 인간들도 많다는데...”라는 서두를 달았었다. 로또에 당첨 됐다고 공중에 뜬 기쁨도 잠시 아끼든 라이방을 잃어 먹었으니 아내의 안타까 움을 무엇으로 대체하리.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사실을 모르는 만식형의 축하잔치 요구를 거 절할 수 없었던 사연하며.... 그래도 남들은 누리지 못한 행운을 누렸다며 우리 부부는 자위 를 했던 것이다.

바로 이 놈이다. 비까번쩍 또 다른 나의 자가용車 앞으로 가까운 이웃 갈 때는 내 발이 되어 줄 놈이다. 이런 행운과 호사를 누렸으니 이제 금년 콩 농사만 잘 되면 더 바랄 게 없다. 우리 마무라 만세다.!!!
덧붙임,
자전거 전문가인 이PD(그는 천만 원 이상 호가하는 MTB를 두 대나 가지고 있다)의 얘기로 는 아내가 당첨된 자전車는 대충 10여만 원이면 산단다. 싸고 비싸고 문제가 아니다. 아내 와 나는 수천: 1의 행운을 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