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점심시간, 식탁을 마주하고 정답게 식사를 하는 가운데 이런저런 건강식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제TV에 나온 97세 노익장 어르신의 얘기를 이어간다.‘그 양반 또 잘 드시는 게 대추와 표고버섯가루...’라는 것이다. 작년부터 나는 표고버섯을 사서 바짝 건조시킨 뒤 조리할 때 넣어먹자며 아내에게 권유 했었다. 실제 작년에 꽤 많은 표고버섯을 구매하여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포기하고 말았었다. 하여 아내의 표고버섯 얘기가 나오자‘것 봐! 내가 표고버섯 많이 먹자고 했지..?’라며 무심결(이거도 진짜다. 아무 생각 없이...)에 표고버섯 예찬론을 아내에게 패스를 한 것이다.

지난 4월에 우연히 발견한 나의 달랑 세 뿌리 표고 농사. 그 때의 사진.
가끔은 아내가 나와 함께 사는 동지나 우군이 아닐 때가 있다. 나의 부드러운 1:1패스를 좋게 받아 넘겨야 하는데 갑자기 디펜스 모드로 전환하며 공을 가로채고 역공을 가하는 것이다. 이게 나는 섭섭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하늘같은 서방님은 아니더라도 일곱 살이나 많은 인생의 선배님이 복음에 버금가는 말씀을 하면 다소 곳 들어야 하는데....아내도 이게 가끔은 콘트롤이 안 되는가 보다.



약 3년 전 개울 건너 이 반장에게서 인건비 포함 30만원 주고 샀던 표고포자가 밖힌 참나무다. 지난 4월 이후로 또 열릴까? 혹시나..??? 했으나...
3년 전 그러니까 재재작년에 우리 마을에서 표고버섯을 먹겠다고 동시에 재배(?)한 사람은 안골 용술씨와 개울 건너 이 반장 형님 그리고 우리 집이다. 사실 그날 표고버섯용 참나무와 포자 그리고 포자를 심기위한 구멍 내기를‘이 반장 형님과 용술씨’가 해 주고 반나절 인건비로 각각5만원씩 지불했던 걸 나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 얘기가 있다. 버섯의 품계(?)를 따질 때, 1표고, 2능이, 3송이라는... 30대 초반에 일본으로 송이버섯을 수출했었다.(양양. 봉화 등지에서 채취해 온 송이를 경매 받아 서울 경동시장에서 포장을 하여 일본으로 반출 시키는...)그 사업에 별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던지 아니면 그때 싫도록 맡은 송이 냄새 때문인지 나는 송이 보다는 어릴 적 엄마의 분향 같은 표고의 그윽한 향내가 훨씬 좋다. 그기에 비하면 송이는 짙은 샤넬향수 같아 역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윽한 엄마의 체취 같은 표고 냄새와 맛을 음미하기 위해 표고재배를 시도 했던 것인데 관리를 할 줄 모르는 나는 수십만 원의 자금을 들이고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서너 개 따먹었을 뿐 표고포자를 심은 참나무가 다 썩어 올 겨울 화목으로 때겠다고 뒤꼍에 방치를 한 채다. 그런 반면 이 반장 형님은 수확을 많이 하여 충주시내에서 분식 식당을 하는 여동생에게 공급을 하고, 영술씨네는 일부 시장에 내다 팔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런! 망할..! 영감탱이! 표고 먹고, 대추 먹고..뭣 하러 저리 오래 살아서...부부 이간질이나 하고...)이 부분은 속으로 아무 죄도 없으신 97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께 보내는 원망이다. ‘것 봐! 내가 표고버섯 많이 먹자고 했지..?’라며 무심결에 보낸 패스를 가로 챈 아내의 역 질주가 시작 된다. 이정도면 나는 완전히 자살골의 주인공이다.“말이나 말지... 남들은 관리를 잘해서 먹다 남는 거 팔기도 한다는데...돈은 잔뜩 처들여서 하나도 먹지 못하고...꼭 사서 먹어야 하나? 화목이 없어서 수십만 원 들인 표고나무를....^&%$#@*@#$%!*&...어제도 내가 그 말 했다고 한참을 째려 본 거 모를줄 알고...(세상에! 어제 꺼 까지 마음속에 두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아내의 지청구는 누에의 입에서 명주실 나오듯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 나오듯 한도 끝도 없다. 참, 누구 말 짝으로 이쯤 하면 막나가자는 거다.
그예“아니!? 이게 미쳤나?”라는 나의 고함이 터지고 말았다. 그런데 나의 고함이 그만 더 큰 전투로 극대화 시키고 말았다“뭐요? 이게 미쳤나? 그래! 미쳤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비는 아내가 무서웠다.(나이가 든 탓인지 요즘은 반격이 예전 같지 않다.)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반격이라고는“시끄러·..!!! 그만 해~!!”,“뭘 그만해~!!”라는 아내의 악악대는 소리를 뒤로 하고 일단 밖으로 나오는 수밖엔. 우리 부부싸움의 특징은 그렇게 말다툼을 하고 난 뒤 얼마동안 서로 눈을 맞추지 않는다.
생각하면 생각사로 아내의 얘기는 틀린 구석 하나 없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일곱 살이나 많은 인생 선배님에게 그렇게 야멸찬 공격을 가할 수 있을까? 나는 늘 그게 억울하고 기분이 나쁘다. 결혼39년차, 생각해보면 양자 간 크고 작은 전투가 수없이 많았지만 찢어지고 갈라서야할 만큼 심각한 전쟁은 없었다. 그런데 근간 들어 아내가 변한 것 같다. 늦은 갱년기가 왔나? 아니면 아직도 내가 철이 없는 걸까? 내가 너무 아내에게 잘 해줘서 그런 걸까?

뒤꼍에 금년 겨울 화목이 될 표고포자 심은 참나무. 저 놈 때문에 마누라에게 혼이 났다. 아무튼 여러분의 충고 대로 다음엔 제대로 해 볼 참이다.
군신유의(君臣有義),임금과 신하 간의 도리와 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며 계급장 떼고 맞먹는 군신유희(君臣遊戱)를 하다가 장기판으로 척살 당한 임금도 있는데, 아내가 너무 사랑스런 나머지 처음부터 부부사이에 엄격히 지켜야할 인륜을 구별하라는 부부유별(夫婦有別)계율을 무시한 내 잘못이 큰 탓이다. 그렇다고 이제와 이 나이에 그 계율을 새롭게 확립하겠다고 몸 써다간 소위 황혼이혼을 당하여 생으로 부부이별(夫婦離別)당하는 것 보다야 조금 밑져도 이대로 살아야 하는 게 내 운명이고 팔자인 모양이다.
덧붙임,
사실 아내는 정말 착합니다. 연애 시절부터 애교가 전혀 없어 좀 답답한 구석이 있었지만 솔직히 백여시 같지 않은 그 다소곳함이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아내의 그런 점에 비하면 제가 덜렁거리고 치밀하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 표고버섯만 해도 그렇습니다. 거금(?)을 들여 포자를 심었으면 관리를 했어야 함에도(아내는 그늘진 곳에 습한 곳에 보관하자며 여러 차례 권고 했지만, 그거 뭐 얼마나 먹고 살거라고...라며 일축한 것은 나다)그냥 방치를 했다가 TV에 출연하신 97세의 노익장 어르신 때문에 뜻하지 않은 봉변과 된서리를 맞은 것이지요. 그 사건 후 아내와 약조를 했습니다. 기왕 못 쓰게 된 표고나무는 화목으로 때고 금년 겨울 월동용 참나무 화목으로 새롭게 포자를 심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