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 전 면소제지 단골(바꾸어 얘기하면 전속 이발사)이용원엘 갔다. 언젠가도 얘기 했지만, 비록 산골의 이용사이나 내가 60여 성상 나이 먹도록 나의 머리를 가장 마음에 들게 깎아주는 양반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양반에게 머리 손질을 맡기려고 대처(제천이나 충주)에서 일부러 오는 고객도 있단다. 산골에서 썩기(?) 아까운 양반이지만 굳은 각오와 결심으로 고향을 지켜온 애향민이다.

사실 금년 농사(?)는 북미여행 여파로 문제가 많다. 남들은 수확할 때가 되었지만,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참외, 수박 줄.
대저 마을 이발관이라는데가 사랑방에 버금가는 곳인지라 그와 이발하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는 편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두루두루....결국 우리 단둘만의 국회이고, 우린 항상 의기투합하는 같은 당원이고 동지다. 물론 여당도 됐다가 야당도 됐다가. 때론 이견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조한다. 아니 그런 걸 확연히 느낀다. 내 입장은 반대를 하고 싶어도 항상 날카로운 이발가위와 예리한 면도칼을 그가 지니고 있으니 그게 두렵고, 그는 내 성질 올렸다가 단골손님 하나 떨어져 나가는 게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만의 국회는 정담(政談)은 있지만 정쟁(政爭) 없는 화기애애한 국회이기 때문에 모든 정사(政事)가 스무스하게 흘러간다. 국정이 이렇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땅콩, 상치, 쑥갓 줄.
보름간 북미외유를 다녀오는 바람에 다른 이들보다 농사가 한참 늦었다. 그것을 따라 잡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 바람에 정작 자라야할 농작물은 자라지 않고 거름도 주지 않은 내 머리카락만 오뉴월 잡초 자라듯 잔뜩 자란 머리카락을 예초하기 위해 우리만의 의사당으로 갔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여파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우리 둘만의 정기국회가 많이 늦어졌다. 이를테면 그날은 웃자란 머리카락 예초를 위한 임시국회였다. 그런데 공교롭게 우리만의 임시국회가 열린 날이 6.4지자체선거 다음날 이었다.

셀러리, 쌈배추 줄.
천등산 자락으로 이주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나는 우리 고을 사또(면장)님과 우리 마을 이장님 외에는 높은 양반을(심지어 평동 로타리 옆에 소재한 파출소 소장님도...)잘 모른다. 솔직히 나의 정치적 성향은 인물론 보다는 당을 선호하기 때문에 내가 지지하는 당의 인물이라면 지게작대기를 출마시켜도 그냥 찍기에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이 점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고,,,, 드디어 국회가 열렸다.

오른 쪽까지 포함한 두 줄은, 청고추, 청양고추, 피망, 파프리카 적색, 노란색,
선거 다음날에 어울리게 1착 으로 상정된 안건이 정치문제였다. “어제 선거 잘 치루셨어요?”, “그럼요.”,“그런데 우리지역(충북도를 포함한 제천시 등등...)은 결과가 어땠습니까?”, “아유~! 말도 마세요. 전멸입니다.(이 부분에서 오해 없기 바랍니다. 제가 늘 선호하는 당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얘기했기 때문이지, 그 양반이 그 당을 지지하는지는 모릅니다. 물어 본 적도 없고....)”, “그래요!?(솔직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아니~ 어쩌다가...”, “정몽준 때문이지요. 뭐~!”

꽈리고추, 브로클리 줄
정말 의외다. 대한민국 내륙 골짜기 변방고을의 선거결과가 수도한성 부윤대감 선거에 출마하여 낙방한‘정문준’ 때문이라니? 이 양반이 머리를 깎다가 머리카락을 삼켰나? 아니한 말로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 “아니!? 정몽준 때문이라뇨?”, “그게 말이지요...”

오이

열무, 다른 종류의 상추, 이름 모를 채소 2-4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