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 먼저 참으로 송구하고 안타까운 소식이나 한 때 저의 막역지우였던‘명종’이의 부음을 전합니다. 비록 금수에 지나지 않으나 지난날 그 인연이 각별했던 명종이의 명복을 삼가 빌어 봅니다. 어떤 벗님께서는 개인적으로 명종이의 안위를 물어 오시기도 하셨지만, 개울건너 이 반장 형님의 전언에 의하면 명종이가 유명을 달리한 시간은 지난 토요일이었답니다. 그리고 명종이의 장지는 이 반장 형님 아랫집으로 사과농원을 하는‘장씨’가족의 뱃속이랍니다.

명종이의 장지'장씨'네 집.
문득 인간이나 짐승이나 제 본분을 망각하고 까불다간 제 명(광역의...)을 재촉하는가 보다. 가령 도둑을 지켜야할 개가 짖지를 않는다면(이 부분은 혹시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요즘 진주가 떠나고 난 뒤 진돌이가 전혀 짖지를 않는다. 물론 제 짝이 죽어 상심이야 크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현관까지 접근해도 멀뚱거리기만 한다. 오로지 길고양이들이 접근해야만 짖는다.)무엇에 쓰리오. 나라가 백척간두의 어려움에 빠져도 제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절대 입 안 벌리는 차기 유력 대선후보도 있다. 너무 짖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안 짖는 것도 문제다. 과유불급이라던가? 특히 명종이 같은 경우는 넘쳐흐르는 자유를 만끽하다가 방종에 이르렀고 그예 최후를 맞았다.

굳이 이 사진을 올리는 것은 요즘 진돌이라는 놈이 얘들이 나타나야 짖는다. 그렇지 않고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때론 낯선 사람이 현관문을 두드려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저 놈의 개새끼 짖지도 않고...저 개새끼 이 반장 형님 한테 보내버려?"라며 자조한다. 이 반장은 보신탕 귀신이란다. 아! 고양이 두 마리 중 화살표 친 놈은 나만보면 줄행랑을 놓는 길고양이다. 앞엣 놈은 전 주인이 남기고 간 놈인데 며칠에 한 번씩 나타나 도망도 안 치고 먹이를 달라고 울어 댄다.
죽고 못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때는 벗으로서 살갑게 대했던 명종이와의 관계가 이처럼 극으로 치달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놈과의 관계가 얼마간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이성적으로 대해 주었고 벗님들의 조언과 충고도 계셨기에 언젠가는 짝도 구하고 가정을 꾸려 주려고 했던 것인데, 놈이 나를 배신하고 애써 지은 작물을 파헤치고 농사를 망쳐 놓는 바람에 분노가 폭발했고, 그 후로 놈이 눈에 뜨일 때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며 쫓았다.

오른쪽이 우리 집 담장이고, 개울 건너 열심히 일하는 양반이 이반장 형님이다.
그랬던 명종이가 다음날부터 소란스럽게 우는 곳은 개울건너 이 반장네 집이었다. 놈의 울음소리에 순간, 잡히기만 하면 정말 모가지를 비틀어(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만큼 분노로 치를 떨었었다)버릴 거라고 다짐했던 모진마음이 스르르 풀리며“아! 살아 있었구나.”하는 안도의 탄식이 저절로 나왔고 뒤이어 정말 마음속으로“오냐! 잘 되었다. 그곳에서 말썽부리지 말고 오래 오래 살라.”고 축원까지 해 주었다.

개울 건너 이 반장 형님네 집.
그런데 한 가지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 동네 구조가 그렇다. 우리 집을 중심으로 개울 이쪽은 집이 몇 채 되지 않고 개울 건너 쪽으로 많다. 명종이라는 놈이 목숨을 구해 개울 건너로 달아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갔고, 옛 정을 생각해 차라리 그곳에서 잘 먹고 잘살라고 축원까지 해 주었지만, 저 놈의 시도 때도 없는 울부짖음이 개울건너 주민들의 소음공해는 아닐지? 또 내 밭에 그러했듯 그곳의 밭을 개판 아닌 닭판으로 만들진 않을지? 그로인해 항의는 들어오지 않을지? 이래저래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 반장 형님네 문전옥답
분노에 찬 나의 추적에 명종이는 필사의 도망을 쳤고, 달아난 곳이 개울건너 이 반장네 집이었으며 놈은 그곳에서도 여전히 요란스럽게 울어재끼며 저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며 나는 노심초사 했던 것인데 나의 불안함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월요일 명종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처제가 사 놓은 집 터(공터)가 아까워 작물을 심었다. 고구마, 고추, 옥수수. 그런데 농자금 및 인건비 등이 약200만 원 나왔다. 고구마, 옥수수, 고추를 200만 원 어치 샀으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빈 땅을 놀리는 것은 죄악이고 혹시 농사가 잘 되어 수익이 난다면 아니 본전이라도 나오면 땅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게 아닐까? 하는 초보 농사꾼의 생각이다. 사진 중 노란 T를 입은 양반이 나의 스승님이자 든든한 후원자 이 반장 형님이다.
명종이가 며칠 째 이 반장 집 쪽에서 울어대던 날, 나는 작심하고 이 반장 댁을 찾았다. 그리고 반진반농으로“형님! 내가 아주 실한 장닭 한 마리 보냈으니 몸보신 하십쇼!”혹시라도 놈의 패악(?)질로 인한 피해가 있을 시 미리 입막음을 해 보겠다는 나의 잔머리 굴림이다. 나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이 반장은“이~이! 그게 그 집 닭 이구나. 어쩐지....그렇지 않아도 임자 없는 닭이 며칠 째 문 앞에서 울어대기에 잡아 보려고 했지만 뒷산으로 도망쳐서 잡을 수가 있어야지?”라며 투덜거린다. “아무튼 잡고 못 잡고는 형님 재주고 난 형님 몸보신 하라고 보냈으니 형님이 알아서 하쇼!” 라며 크게 생색을 낸 뒤, “제발 하느라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마라”라며 속으로 빌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동안 집 안의 텃밭에 아주 다양한 남새와 먹거리를 심고 뿌렸는데....의욕만 너무 앞서 만은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그렇게 며칠을 평화롭고 무탈하게 산골의 시간은 흘러갔는데, 지난 일요일 이 반장은 마을 노인회장님을 대동하고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렸다면 커피 좀 끓여 내 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엄하신 분부라 당연히 커피를 끓여서 대령하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는 속에 갑자기 이 반장이“아~!참! 그 닭 잡혀 먹었어, 우리 아래 집 장씨가~”라는 것이었다. 비록 내가 쫓아낸 놈이긴 하지만 갑자기 놈의 비보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명종이의 장지가 된'장씨'댁.
불문곡직하고“아니!? 어떻게 그놈이 잡혔답니까? 그리고 내가 형님 몸보신용으로 드린 건데 어째서 장씨가 그걸 잡아먹었답니까?”,“이~이! 그게 말이야! 그놈이 이 집에 있을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어 시끄럽던 차에 물건너 가까이 와서 우는 통에 미운털이 더 백혔지 뭐여, 그런데 그놈이 죽을려고 장씨네 옥수수심어 놓은 거랑 배추밭을 요정을 냈다는 구먼.”

사실 요즘 대역사(?)가 시작 되었다. 멋지게 새집을 짓기 위해 토목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중장비와 공사차량이 다니느라 텃밭이고 뭐고 간에 온통 파 헤쳐졌다. 금년 농사 망쳤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순간‘놈의 패악(?)질이 지 놈의 명줄을 단축시켰구나.’하는 생각과 죽는 그날까지 남의 농작물에 손해를 끼쳤다니.... 더구나 아직 일면식도 없는‘장씨’네 라니....그리고 피해보상이라도 하라며 달려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얼른“형님! 그게 우리 닭이라고 얘기 했수?”,“아요! 이 사람아! 그 닭이 오 사장네 닭이라는 건 동네가 다 아는데 그걸 숨겨?”(시도 때도 없이 울어댄 결과 놈의 악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네의 원성을 샀던 모양이다)란다. “아무튼 나는 벌써 형님 몸보신 하라고 보낸 놈이니 그건 형님 꺼지 내 꺼는 아뉴, 혹시 장씨가 농작물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하면 난 모르오.”, “아! 걱정 말어! 내가 오히려 남의 닭을 잡았으면 닭다리라도 하나 먹어보라고 하지 않았다고 막 소리 질렀지.”란다. 그렇게 명종이는 최후를 맞은 것이다.

덧붙임,
명종이는 갔습니다. 아~아 사랑했던 나의 명종이는 갔습니다. 신록이 짙어지는 5월의 푸른 산빛을 깨치고 장씨네 뱃속을 향하여 지난날 나와의 인연을 차마 떨치고 명종이는 그렇게 갔습니다. 이 반장 형님의 전언에 의하면 장씨라는 분은 명종이를 잡아먹은 것으로 피해보상 받은 것으로 하자고 했답니다. 그리고 전편에서 언급했지만 명종이의 최후에서 얻은 교훈은.....대저 인간이나 짐승이나 제 본분을 망각하고 까불다간 제 명(광역의...)을 재촉한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