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의 마지막 날, 쌍둥이는 이곳을 떠나갔다. 혹자는 그런다. 손자손녀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생떼를 쓰고 저희끼리 싸우고 울고 할 때는 솔직히 좀 거시기 하지만, 녀석들의 자는 모습이나 장난치며 해맑게 웃는 모습에는 세월 가는 줄 모를 만큼 빠져든다. 세상에서 어린 천사의 잠자는 모습보다 보기 좋고, 깔깔거리며 웃어재끼는 웃음소리만큼 듣기 좋은 게 또 있을까?
이런 모습만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토끼자매 이후 K-POP의 신기원을 이룰 쌍둥이 아이돌이 태어 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듦.
녀석들이 떠나고 난 뒤 싸우고 지지고 볶고 울고 떼쓰고 했던 것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 오직 새근거리며 잠자고 까르르 숨넘어갈 듯한 웃음소리만 귓가에 쟁쟁거렸다. 산골 너른 집에 영감 할망구 두 내외만 있으니 그 허전함 황량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쌍둥이는 쉬야와 응가도 동시에 한다. 그런 즉 할멈이 더 애를 먹는다. 이 때 싸움이 자주 난다. 먼저 처리 해 달라는 민원으로 저희끼리 지지고 볶는다. 할망이 가장 곤혹스러워 할 때가 이 때다.(하의를 실종한 언니 수아)

이 사진도 간발의 차이로 동생 주아가 먼저 응가를 했는데 그 사이 민원 처리를 서로 먼저 해 달라며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공평무사한 우리 마나님 순서와 질서 대로 동생 주아의 민원 처리를 우선 했다고 그것에 불만을 가진 언니 수아가 시위를 하는 통에 실내 분위가 좀 그랬다. 수아의 시위를 진압하는 할멈. 그 옆에서 역시 불만스런 모습을 보이는 주아.
하느님이 보우하사, 쌍둥이 어미가 차린 가게가 봄을 맞아 성황을 이루는 모양이다. 여러 곳에 분산을 하여 하청에 재하청을 주었지만 그래도 일손이 달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달과 내달은 그런 호황이 계속 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 그런 가운데 지난주는 그 호황의 정점주간이란다. 어쩔 수 없이 딸아이는 우리 부부에게SOS를 보내 왔다.

그래도 재미난 건 몇 분 차이로 먼저 태어 났다고 수아의 명칭은 언니다. 또한 일반적 생활에서 언니 대접 또는 위계질서가 분명하다. 하나 밖에 없는 유아용 소파(더 사고 싶었지만 품절이라 못 샀다)의 임자는 언니다. 다정히(?)TV시청을 하는 쌍둥이.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고 했겠다. 그래서 사실 쌍둥이가 지난주 토요일 밤 이곳으로 내려왔다. 물론 이전처럼 이곳에서 함께 하는 것은 아니고, 안타깝게도 오늘밤 또는 내일 아침 또 제 집으로 돌아간다.(약속으로는 늦은 밤 내려와 데려 가겠단다. 그러나 기왕 내려 왔으면 하룻밤 묵는 것도 괜찮겠는데...)

그제는 봄 볕이 좋아 처음 바깥 나들이를 했다. 뒤안의 잔디밭에서 신나게 노는 쌍둥이.
녀석들과 헤어진 지 한 달 여,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다. 우선 대소변을 가린다는 것이다. 가끔은 급한 김에 옷에 실례를 하지만 보통‘쉬야와 응가’를 구분해 가며 저희들 전용 변기에 가서 볼 일을 본다. 이전엔 쌍둥이 하나에 기저귀 5-8회 X 2, 혹시 응가라도 하면 뒤 씻기기 3-5 X 2, 우리 할망구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팔이 몹시 아프다고 힘들어 했는데... 이번엔 그런 수고로움이 없어지니 롯도 씩은 아니라도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좋아한다. 이 정도면 힘이 안 든다나 뭐라나.....또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기저귀를 덜 쓰는 관계로.

아래 채 마당의 석축에 피어난 꽃잔디 매력에 빠진 쌍둥이.(이젠 이곳도 봄볕이 다사롭다)
생각 같아선 이곳에 눌러 앉히고 싶은데...그렇지 않아도“자기! 우리 미국 다녀와서(다음 주부터 약 보름 간 미국 여행을 간다.)저것들 다시 이곳에 오라고 할까?”,“그러고 싶어도 제 어미가 허락 않을 건데...” 하긴....그렇다. 영감 할망구끼리 나눈 대화다. 또 그런 생리적인 것만 아니다. 이젠 제법 말귀도 조금씩 통한다. 저희 의사가 분명하고 호불호도 제대로 표현하는 만큼 이전에 비하면 돌보기가 훨씬 나을 듯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 할아비의 욕심이다. 솔직히 손자 손녀를 돌본다고 해도 업어주고 안아주고 때로는 어르는 정도지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것은 모두 할미 차지다. 더구나 쌍둥이니 오죽 하겠는가.

문전옥답에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쌍둥이. 그래! 나중에 혹시 따로 따로 길을 가거나 험난한 길을 만나더라도 함께 뭉쳐서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암! 반드시 그래야 하고....